배우 김지석의 글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13일 출간한 첫 에세이 <새벽 입김 위에 네 이름을 쓴다>가 바로 그것이다. 드라마부터 예능 프로그램 촬영,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바쁜 가운데 집필까지 해낸 김지석. 그가 쓴 책은 어떤 결을 띠고 있을까.   

제목부터 따뜻한 <새벽 입김 위에 네 이름을 쓴다>에는 인간 김지석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와 함께 그가 마음이 힘들 때 펼쳐보며 위로를 받았던 헤세, 루미, 괴테, 릴케, 나태주, 장석주, 김용택 등의 세계 명시 77편과 그에 관한 김지석의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이 코멘트로 첨가됐다. 

지난 28일 오전 김지석으로부터 신작에 관한 서면 인터뷰 답변지를 받았다.

소소하게 글을 써온 시간들
 
 배우 김지석

배우 김지석 ⓒ 에일리언 컴퍼니

 
77개의 '최애' 시를 엄선한 김지석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힘을 얻은 시 하나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지석은 나태주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선택했고 "정밀아 가수의 동명의 노래로 먼저 만났다. 당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는데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를 듣고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에 큰 힘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바라봐주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했는데 이 시에서 엄청난 위로를 받았기에 가슴에 어떻게든 새기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외워버렸다. 그렇게 '꽃'은 내가 외우는 유일한 시이자 노래가 되었다"라고 전했다. 

알게 모르게 소소한 글들을 늘 써왔다는 김지석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메모장과 일기장에 끼적였던 것들이 꽤 쌓여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엉킨 감정들을 활자로 써 내려가면서 해소되는 게 그저 좋았다는 김지석. 그는 지난해 어느 날 본가에 갔다가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책을 발견했다.

"내가 어렸을 때 썼던 일기들과 글짓기들을 한 다발 책으로 만들어 놓으셔서 그걸 읽어봤다. 감회가 새롭더라.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했구나, 왜 이렇게 잊고 살았지, 왜 그렇게 놓고 살았을까, 더 늦기 전에 꼭 다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고 눈여겨보던 시들과 그걸 보고 든 내 생각들을 가볍고 자유롭게 써보게 됐다." 

그는 어떤 태도로 이 책의 집필에 임했을까. 김지석은 "모든 일이 그렇듯 무엇을 반드시 꼭 하려고 하면 절대 잘 안 되더라"며 "연기를 할 때도 어떤 감정신에서 '이 컷에서 꼭 울어야지, 반드시 눈물을 흘려야 해' 하면 잘 안됐던 반면 '그냥 그 감정에 젖어야지, 뭘 꼭 보여주지 않아도 돼'라고 편하게 임하면 더없이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글쓰기도 똑같았다"라고 밝혔다. 

"이 책을 통해 나의 필력을 보여줘야 해, 하고 접근한 순간 망칠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필력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내게 없기에 정말 편하게 오랜 시간을 두고 썼다. 시를 읽고 갖게 된 감정을 의식의 흐름대로 끼적인 것이다."

납작해진 우리 삶, 다시 부풀어지길
 
 배우 김지석

배우 김지석 ⓒ 에일리언 컴퍼니

 
독자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 이 물음에 김지석은 "'사랑의 되뇌임'이라는 시의 코멘트에서 'J에게'라는 호칭을 제가 쓴 걸 두고, 많은 분들이 누군가를 특정한 것인지 문의해주셨다"라며 "A에게 혹은 B에게 보다는 노래로도 유명한 J가 좋을 것 같아서, 마침 내 이니셜도 J라서 단순히 지은 것인데 그런 의외의 반응들이 와서 재밌었다"라고 답했다. 

그에게 평소에 시를 쓰는지도 물었다. 이에 김지석은 "아직 제가 모자라서 시까지는 좀 오그라드는 것 같고, 시의 운율과 랩의 라임 그 사이의 글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가사에 가까운 글들인데, 그게 나로선 좀 더 친숙하고 부담이 없다. 이렇게 나 혼자 좋아서 메모장에 써보곤 하는데 그것들이 세상 빛을 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하하)"라고 겸손하게 답변했다. 

평소에 가벼운 시집이나 소설, 산문집을 주로 읽는 편이라는 김지석에게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군지 질문했다. 이 물음에 김지석은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을 쓴 이석원 작가를 꼽았다.

그는 "독자에게 어떤 걸 굳이 강요하지도, 딱히 제시하지도 않는 점이 좋았다"면서 "자신에 대해서 멋진 포장도, 감추는 것도 없이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것들, 자신의 밑바닥을 독자와 공유한다. 나는 이런데 여러분들은 어때? 하고 딱 거기까지만 던져주는 것, 그게 <새벽 입김 위에 네 이름을 쓴다>의 성격과도 많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런 태도에 어울리게 김지석은 자신의 에세이를 읽는 독자에게 바라는 것도 크지 않았다. "그저 가벼운 끄덕임 정도만이라도 감사할 것 같다"는 그는 "77편의 국내외 주옥같은 시를 읽고 독자들도 그 내용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고 음미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가득 차게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요즘 안팎으로 세상과 삶이 참 납작해진 것 같다. 너무 납작해진 우리가 얼른 여행이든 시 한 구절이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걸 접하여 조금이나마 다시 부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지석 에세이 <새벽 입김 위에 네 이름을 쓴다>

김지석 에세이 <새벽 입김 위에 네 이름을 쓴다> ⓒ 큐리어스

 
김지석 새벽입김위에네이름을쓴다 출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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