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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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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보다는 이재명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 (26일, <연합뉴스> 인터뷰)

"대한민국 발전에 있어 안철수의 미래 아젠다가 중요하고 그것을 수용할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 (27일, <헤럴드경제> 인터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돌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6일엔 안 후보와 연대의 방법으로 "총리나 장관 등 헌법상 내각제적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연정을 시사하는가 하면, 27일엔 보다 노골적으로 "안 후보가 정권 심판론에 메시지를 두는데 저도 그렇고 이재명 후보도 주류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부터 안 후보와 척을 진 친문(친문재인) 주류와 자신은 다르다는 점까지 언급한 것이다.

그간 안철수 후보가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할 거란 예측이 기정사실화 돼왔다. 이번 송 대표의 돌출 발언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유다. 실제 안 후보는 지난 4.7 재보선 때도 야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당대당 합당 논의까지 진행됐었다. 그러니 모두가 안 후보를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 가까운 야권 후보로 인식하고 있던 터다.

그런데 송 대표는 왜 갑자기 안철수 후보를 호명하기 시작했을까?

① 동요하는 안철수 파고들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북항재개발 현장 방문 간담회를 마치고,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북항재개발 현장 방문 간담회를 마치고,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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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대표 측은 최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지켜본 안철수 후보 쪽이 동요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그 틈을 파고 든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설령 현실화 가능성이 낮더라도, 국민의힘이 비장의 카드로 남겨둔 '야권 단일화' 시나리오를 사전 견제할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송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 후보 입장에선 이번에 단일화를 해준 사람이 선거에 지면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라며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잘 나왔을 때라면 몰라도, 하락 국면에 접어든 지금은 단일화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점쳤다.

이 관계자는 "현재 안 후보가 강조하는 미래사회나 4차 산업혁명 화두 역시 윤석열 후보보다는 이재명 후보와 더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 송 대표 발언에 대한 안 후보 반응을 봐도 예상보다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더라"고 했다. 안 후보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송 대표 발언은 정략적인 판흔들기"라고 비판하면서도 "송 대표 돌출발언은 후보와 당이 합의한 공식 입장인가"라고 되물었다.

② 예정된 단일화 이벤트 견제

또 다른 송 대표 측 관계자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윤석열 후보 쪽에서 기획하는 마지막 대형 이벤트"라며 "우리 입장에선 그들이 잔치를 벌이도록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 후보와 악연인 김종인 위원장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만큼 단일화 논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되든 안 되든 흔들어보는 거다, 그렇게 흔들다가 혹시 뭐라도 떨어질지 누가 아나"라고 했다.

③ 이탈표 공략

송 대표 발언의 근저엔 최근 윤 후보에서 이탈해 안 후보 쪽으로 흘러 들어간 표를 가져오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지지율 하락을 이재명 후보가 흡수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라며 "안 후보가 아닌 우리가 그 표를 수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의 박빙 구도가 유지된다면 5%대의 안 후보 지지율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 후보 지지율은 지난 2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8.5%까지 올랐다(<한국경제> 의뢰, 입소스가 23~24일 실시, 그 밖의 사항은 입소스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④ 당내 헤게모니 싸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직능본부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직능본부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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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송영길 대표 러브콜은 "다소 뜬금없다"는 것이 아직 민주당 내 주된 분위기다. 일각에선 "선거 분위기가 살아나니 당대표가 또 슬금슬금 나서기 시작했다"(민주당 의원)는 혹평도 나온다.

이재명 캠프에서도 송 대표의 돌발 발언을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이 캠프 관계자는 "안철수는 대구에 가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1인 시위를 할 정도로 이미 닳고 닳은 보수 정치인이 됐다"라며 "중도 확장 효과도 없고, 당내 분란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후보도 27일 송 대표 발언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관련 기사: 이재명 "안철수 연대, 뉴스 보고 알아... 협력 틀은 필요"). 

일각에선 이번 송 대표 발언을 보다 근본적인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주류'인 송 대표가 기존의 친문 중심 당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당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안철수'로 대표되는 국민의당 세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의원은 "지금 송 대표는 과거 안 후보를 따라 국민의당으로 탈당했던 '구민주계' 세력에까지도 복당을 허용하면서, 어떤 세력이든 조금씩 모아 자신이 '신주류'로 당을 더 강하게 쥐겠다는 심산"이라며 "이번 안철수 러브콜도 최근 국민의당 인사들에 대한 일괄 복당 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해당 의원은 "아무리 선거라지만 안철수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건 민주당의 정신과는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는다"라며 "구민주 호남계 복당 문제도 그렇고 이번 건도 명분은 '대통합'이지만 실상은 당내 패권 싸움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태그:#송영길, #안철수, #민주당, #이재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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