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렇게 개강이나 연말이면 운영이 잘 되던 큰 평수의 매장이었다.
▲ 사장님의 매장 이렇게 개강이나 연말이면 운영이 잘 되던 큰 평수의 매장이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박철희 사장은 진주의 번화가이자 중심가에서 3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 스물 넷이란 젊은 나이임에도 실력을 인정 받은 엄연한 3년차 사장이다. 

당초 박 사장은 가게 위치가 대학가 주변이니 대학생들의 행사나 과 모임 등 단체 손님이 많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2019년 11월 점포를 양도받았다. 대학가는 방학이 대표적인 비수기다. 인수를 받은 시기는 방학중이었지만, 박 사장은 곧 돌아올 성수기인 입학과 개강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를 열었다. 

비수기의 부족한 매출을 개강 후 충분히 채우는 것을, 인수받기 전 눈으로 여러 번 확인했다. 이전 사장님께서 보여주신 성수기의 매출 자료도 일일이 다 확인했던 터다. 그는 기술과 메뉴들을 연습하며 당장 연말과 돌아올 개강을 기쁘게 맞이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장사가 잘 되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기분 좋게 기다림의 일상을 보냈다.

코로나가 터지고 배달을 시작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2020년 2월, 코로나가 터졌다. 점차 늘어가던 매출은 코로나 발생 후 바로 반토막이 났다. 성수기인 개강과 입학 시즌도 더는 기대할 수 없었다. 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었다. 개강과 입학 시즌은 언급했듯 대학가에 학생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시기이자 비수기의 적자를 메우는 유일무이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더 상황이 심각했다.

개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에선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출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이 상황들이 반복되고 지속되자 이대로 가면 딱 망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전 재산을 투자한 장사, 꼭 살아남아야 했다. 머리를 싸매고 매출을 일으킬 방법을 고민했다.

박 사장이 찾아낸 답은 바로 홀 매장의 영업을 축소하고 배달을 더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쉽지 않았다. 코로나로 배달이 늘어나면서 업장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지고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주위의 사장님들께 조언을 구해 기사님들도 많고 고객 평판이 좋은 업체들을 찾아 차례로 계약을 했다.

힘들게 배달 영업을 하던 중에 영업 제한까지 맞았다. 안 그래도 힘들 와중에 그를 울리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배달 먹튀' 사건이다. 당장인 오늘, 불과 지금 이 시간에도 진주의 한 수사기관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배달 먹튀' 이렇게 당합니다

어느 날,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은 치킨과 닭요리 세트, 총 3만 원을 훌쩍 넘었다. 한 마리 주문이 대부분인 장사라 기쁜 마음 주문 수락 후 조리를 시작했다. 고객이 선택한 결제 방법이 만나서 카드 결제라 대행업체를 부를 수가 없어 결국 직접 배달에 나섰다.

문제는 만나서 치킨을 전달하고 결제를 받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도착한 곳에서 치킨을 받은 손님은 은행의 점검으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계좌 번호로 입금을 하겠다고 했다. 점검 시간이 풀리면 입금해 준다고 약속을 했다. 이상했지만 집과 연락처까지 알고 있기에 고객의 말을 믿었다. 결국 정성껏 튀긴 닭을 내밀고 가게로 돌아왔다.

마감을 하던 시간에 입금이 당연히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입금 내역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입금해 주겠다던 금액이 계좌 내역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때서야 그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부랴부랴 배달을 시킨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고객은 받지 않았다. 수십 통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그제야 '나도 먹튀에 당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주문했던 고객과의 연락은 닿지 않았다. 주위의 친하게 지내는 이웃 사장님들은 이 사건을 두고 '또 배달 먹튀를 당한 것'이라고 했다. 요새 이 사기를 당한 사장님들이 많아 자신도 당했다며 조심하라 일러준 사장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른 사장님들이 조심하라고 한 이 배달 먹튀 사기를 박 사장도 당한 것이다. 일전에 이 배달 먹튀를 당했다던 사장님들도 이 사건을 보며 자신들의 과거 경험을 다시 떠올렸다. 함께 분노하고 원통해 하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카페에서 배달 먹튀를 검색해 보았다. 배달 먹튀 사기를 당했단 사연은 이웃 사장님들의 사례들 말고도 인터넷상에 수두룩했다. 요즘 이런 수법에 당하셔서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을 올리신 글들이 대다수였다. 글들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 글 중에는 불과 몇 시간 전인 오늘 새벽에도 배달 먹튀를 당한 사장님의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장님들이 먹튀를 당한 사례들이 올라와 있다. 불과 오늘 새벽 시간에 당한 사건도 있다. 사진은 네이버 카페 캡처.
▲ 자영업자 카페들에 달린 글 실제 사장님들이 먹튀를 당한 사례들이 올라와 있다. 불과 오늘 새벽 시간에 당한 사건도 있다. 사진은 네이버 카페 캡처.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먹튀를 당한 사장님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담긴 글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사건들은 자신이 겪은 사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비슷한 유형들이었다. 알면 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들을 읽으며 자신이 겪은 이 일만이라도 세상에 꼭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일을 자세하게 알려서 다시는 이 배달 먹튀 사기를 다른 사장님들이 당하시지 않게 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박철희 사장은 이 사기 수법이나 신고를 했던 과정까지 인터뷰를 하며 모두 다 공개했다. 다른 사장님들이 이 사건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사장님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냐고 물었다. 사장님의 대답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당하시는 사장님들이 이에 대해 모른다면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꼭 이 기사의 내용을 사장님들께서 기사를 보시며 숙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가장 큰 예방은 이 일을 아예 겪지 않으시는 겁니다.

이 기사를 통해 지금 이 시기에 힘들게 영업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들께서 정보를 얻기를 바랍니다. 배달 먹튀 사기들을 여러분들은 당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저처럼 삼중고를 겪고 세 번까지는 울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영업제한이 왔네요. 자영업자들이 이제는 사람들의 백신 패스 등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잖아요. 17개가 되는 테이블에 32평짜리 매장이 홀 영업조차 잘 못하고 있는데 여기다가 백신 패스까지... 답답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배달 먹튀, #배달 사기, #먹튀, #배달 먹튀 사기, #사기 수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