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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청년들이 숨 쉴 틈 없는 현실입니다. 청년은 시대의 얼굴이 아닐까요. 청년들이 무엇에 분노하는가, 무엇에 웃고 열광하는가가 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을 만납니다. 건조한 분석과 통계만으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다양한 삶과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청년들도 인터뷰하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나'를 표현하는 사진
 "나"를 표현하는 사진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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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9살이고 휴학생입니다. 23살에 대학에 입학해서 1년 간 학교를 다니고 24살부터 또 휴학생이네요. 지금까지 아르바이트 위주로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휴학을 오래 하고 있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입학할 때부터 성적이 잘 나오고 대학공부가 잘 맞으면 평범하게 다니고, 그게 아니면 과 생활만 즐겁게 1년하고 휴학하려고 했어요. 1년을 다녀보니 성적은 생각보다 잘 안 나오고 과 생활만 즐겁게 했네요(웃음). 친구들 사귀고 나서는 미련 없이 휴학했어요. 다시 복학을 할 생각은 없어요. 과 생활은 더 하고 싶네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거 같아요.

"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근데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상처가 많았어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거 같아요." 

-청년으로서 요새 관심사, 고민거리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취업이죠. 삶을 영위해나가려면... 가족과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삶을 살아나가려고 하니까 취업 고민이 가장 커요. 알바만 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취업을 준비해보니 '이게 만만치가 않네' 하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월세지출도 진짜 크고요."
  
-취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나요?

"원하던 꿈도 있고 현실과 타협해서 결정한 직업이 있어요. 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상황이에요. 꿈은 가수가 되는 거거든요(웃음). 무대에 서면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관심을 주는 게 좋아보였어요. 어릴 적부터 꿈이에요. 직업으로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나와 같은 어릴 적 아픔이 많은 친구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돌봐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곧 자격증이 나와요. 그리고 수화도 배우고 싶어요. 사회복지사를 하면서 수화를 배워서 청각장애인 가정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힘들었던 시절, 도움이 되었던 사회복지가 있었나보네요.

"고등학교 때 상담을 받으라고 해서 받은 적은 있었는데 도움은 전혀 안 되었어요. 이야기만 듣고 해결을 해주지 못 하는거죠. 잔인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남의 가정사이기에 공감은 잘 못하셨던 거 같아요. '참아라'라는 답변 위주로 받았고. '혹시 니가 잘못을 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라'라고 말씀하시기도 했구요."
  
-살아가면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나요?

"지금 살면서 크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어쨌든 월세문제에요. 그게 제일 기본이 아닐까요. 나는 집에서 살 수 없고 나와서 살아야 하는데. 돈만 벌기 위해서 아침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면 180~200만 원은 벌겠죠? 그래도 월세가 너무 비싸다보니 평범한 사회초년생들이 초반 돈을 모으기가 쉽지가 않아요. 참 사람을 나가떨어지게 하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시대예요. 청년들을 심적으로 많이 지치게 하는 거 같아요. 주변은 번쩍번쩍 해져 가는데 내 마음은 계속 지쳐가고 초라해져가는 시대.

또 최근에 가장 분노했던 순간은 아동폭력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기사를 봤을 때였어요. 기회도 없이 일방적인 폭력을 받으며 죽어간 아이들... 마음이 아프고 그 고통이 공감되기도 했어요. 저조차도 그런 상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저를 구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어요. 개인주의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들이 서로의 일에 관심이 없고 문제를 인식해도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요. 아동학대, 폭력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나라들도 많은데... 풍토와 부족한 법제도가 버무려져 있는 거 같은데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강력한 힘이 개입되었으면 좋겠어요."
  
- 지금의 한국사회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인내요. 내가 처한 상황이 좋든 안 좋든 버텨야 하는 사회에요.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면서 또는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을 인내해야하는 사회."
  
- 내가 바라는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떤가요?

"시작하는 사람들, 사회초년생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옛날처럼 한 지주 밑에서 다 같이 농사짓는 사회가 아니잖아요. 빈부격차도 크고, 가정마다 경제 수준도 다 틀린 세상인데. 시작하는 위치가 다 틀리니까 사람들이 많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 빵빵하게 지원받는 사람들도 있고.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도 멍석을 깔아주면 좋을 거 같아요. 청년시절에 살아남으려고 너무 많은 기를 쓰는 상황이에요. 정작 제일 날아다닐 30·40대에 이미 기력을 소진한 상태로 진입하는 거 같아요. 발판이 많이 마련되어있는, 시작점이 비슷한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치를 한다면, 정치인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게 있나요? 반대로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다 같이 어울려 지내는 사회를 만들 거예요.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 여건이 안 되어 있어요.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저는 항상 횡단보도 신호등에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를 눌러보곤 해요. 고장이 났는지 확인해보려고요. 뉴스에서 고장이 나있거나 시각장애인 안내 보도블럭도 끝까지 잘 이어져있지 않다는 것을 봤어요. 이렇게 이 사람들을 사회가 배척하는데 어떻게 더불어 살겠어요. 갈아엎고 싶어요. 모두가 경제활동을 편리하게 할 수 있게, 사회에서 힘들지 않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건.. 너무 많긴 한데(웃음) 특권의식을 가지지 않을 거예요! 노룩패스사건이랑 무슨 장관에게 경호원이 무릎 꿇고 우산 씌워주는 장면 너무 충격이었어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가 제 인생의 모토에요.
  
-정치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고 있다고 느끼나요? 아니라면 이유가 뭘까요?

"보여주기 식은 요즘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실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 많고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사람들인 거 같아요. 보여주기 식은 많이 하는데, 그 사람들이 내려가지 않는 한 현상이 유지가 될 것 같아요.

이전에 들었던 강연에서 과거에 여러 사회운동이 당시에는 비난과 탄압을 받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사회가 여기까지 변화했다는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어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도 정치권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인권문제들도 사람들의 행동으로 차차 사회에 스며들고 정당한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가 언젠가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짜릿했어요. 지금도 기업들에서 광고에 장애인을 출현시키기도 하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낯선 것을 두려워하니까 이렇게 계속 언론에 비춰지는 게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며 자랐지만 사람과 함께 하며 자신을 치유하고 행복을 느끼는 청년. 이 청년이 꿈꾸는 사회공동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어떤 사회공동체를 꿈꾸나요?

"내가 꿈꾸는 사회공동체라 함은 개인적인 아픔을 서로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사회 같아요. 사회적 약자들이 하루 빨리 공통의 울타리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과거에는 흑인, 최근에는 여성 및 성소수자 등 하루 빨리 그런 약자들이 '평범'이라는 울타리에 들어오는, 그 사람들도 평범한 구성원으로 지칭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요새 여성인권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편을 나누는 모습, 아니면 영화에 장애인이 나왔을 때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지금의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고 느껴요. '평범'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평범함을 정답으로 가정하고 모든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인 거 같아요. 개성과 특별함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사회 전반에 있어요.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어서 그런가?"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인정? 인정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람들을 존재 자체로서 인정하는 것이요. 이해도 하면 좋겠지만 이해는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겠네요. 공감과 인정. 자신이 처한 상황은 상대와 틀리더라도 공감하고 그리고 인정해주는 문화가 필요해요." 

-기존 정치, 어른들이 청년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떤가요?

"항상 우리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관심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우리가 나서야 세상이 바뀐다고 항상 말들은 하시지만. 막상 나서려고 하면 어디선가 또 분위기가 기득권의 의견대로 흘러가는 느낌? 보여주기 식으로 깔짝."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문장이지만 지금의 사회와는 어쩐지 거리감이 있다. 

누군가는 5년 일하고 퇴직한 직장에서 50억을 받고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을 하다 죽는다. 누군가는 집 몇 십 채로 돈을 벌고 누군가는 버는 돈의 절반을 월세로 내며 허덕인다.

이런 모순적인 공존이 개개인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가혹하다. 누군가는 빼앗으며 살고, 누군가는 빼앗기며 죽는 건 이미 불평등하게 짜여 있는 사회구조 때문이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것이 되지 않기 위해, 혼자 살아남는 법을 뼛속깊이 체득하도록 만드는 세상이다. 불평등한 게임판 위에서 처절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같이 사는 사회를 꿈꾼다.

태그:#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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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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