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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SNS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엄마가 프랜차이즈 가게에 갔는데 주문을 받는 점원은 온데간데없고 기다란 기계만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계를 사용해 본 적이 있을 리 만무한 엄마는 이것저것 눌러보다 실패를 거듭했고 자신의 뒤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서둘러 매장을 나왔다는 이야기. "엄마는 이제 끝났다"며 울었다는 이 글은 SNS에서 1만 4천회 이상 공유되며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나 역시 이 글을 캡처하여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

지난주 오랜만에 들른 집에서 자전거 윤활유 새 제품을 발견했다. 경첩에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서 구입한 윤활유와 같은 제품이길래 아빠에게 물었다.

"제가 산 거랑 똑같은 거네요? 여기 키오스크로 계산하던데 아빠도 키오스크로 결제했어요?"
"응, 거기도 키오스크가 있는데 나는 점원한테 가져가서 계산했다."
"왜 키오스크 한번 해보지. 계속해봐야 연습도 되는데."
"해보려고 했는데 뭘 눌러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영 어려워서 포기했다."


70대이지만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도 곧잘 하시고 새로 배우는 것을 좋아하시는 성격이기에 키오스크도 몇 번만 하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칠십 평생 살아오면서 사람에게 계산할 줄만 알았지 기계가 그것을 대신할 거라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익숙함의 문제가 아니라 시도조차 버거운 존재였던 것이다.

"다음에 같이 가서 해봐요. 연습하면 하나도 안 어려울 거예요"라는 말로 아빠를 위로했지만 얼굴에 살짝 드리운 우울감은 완벽히 해소시키지 못했다.
 
키오스크 Kiosk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Kiosk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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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하더라도 키오스크는 30대인 나에게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극장, 관공서, 식당, 공항 등 거의 모든 곳에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생소하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MZ 세대에 걸쳐있는 나는 비교적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새로운 전자기기 사용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현재일 뿐, 30년 후에는 그렇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기술은 언제나 진화하고 발전하기 마련이고 그 속도를 따라가는 건 사람의 마음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스스럼없이 키오스크를 작동할 수 있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활 속에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는 시니어 세대들의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는가 하면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해 실전에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혹여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 누군가 있다면 "괜찮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태그:#키오스크, #디지털소외계층, #시니어, #셀프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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