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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2일자 조선일보 1면 속 2009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정삼근씨가 간첩으로 기록돼 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는 당시 간첩 고문 조작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했다.
 1985년 11월 2일자 조선일보 1면 속 2009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정삼근씨가 간첩으로 기록돼 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는 당시 간첩 고문 조작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했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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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1980년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서훈 취소 사실을 알리며 제공한 보도자료. 정삼근 검거를 이유로 표창을 받은 관련자들의 이름이 비실명 처리 돼있다.
 행정안전부가 1980년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서훈 취소 사실을 알리며 제공한 보도자료. 정삼근 검거를 이유로 표창을 받은 관련자들의 이름이 비실명 처리 돼있다.
ⓒ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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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2일자 조선일보 1면. '간첩 5개망 16명 검거'라는 간판 제목 옆으로 국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가 발표한 간첩들의 얼굴과 실명 등 인적 사항들이 나열됐다. 이 중 납북어부 기밀 탐지 간첩으로 기록된 정삼근씨의 경우, 2009년 재심끝에 23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52일에 달하는 불법 감금과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 자백으로 만들어진 '조작' 기록이었다.

그로부터 33년 뒤인 2018년 7월 10일. 행정안전부가 1980년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서훈 취소 사실을 알리며 제공한 보도자료 속에도 이 사건이 등장한다. '정삼근 검거'라는 거짓 공적으로 1986년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을 각각 받은 2인에 대한 정보였다. 그러나 가해자의 정보는 피해자의 것과 달리 김○○, 이○○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가해자 사생활보다 피해자 치유가 먼저"...2019년 취소 명단 공개 여부도 주목

지난 11월 12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안종화)가 내린 판결은, 비공개 처리된 이들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이 사건뿐 아니다. 행안부가 2018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한 서훈 취소 결정 대상은 50여 건에 달한다. 모두 비실명 처리된 정보였다. 법원의 판단은 이 역시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서훈 취소 대상자들의 사생활 비밀의 이익보다 피해자 권리 구제의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피고 측인 행정안전부가 항소 마감 기한인 지난 11월 28일까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경찰과 함께 책임 기관 중 하나인 국정원은 직접 소송을 제기한 단체에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사죄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당사자가 항소하지 않는 이상 간첩 조작 등 재심 사건 관련 판결에선 상고나 항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판결대로라면, 행안부는 간첩 조작 가해자 및 5.18 진압 관련자들의 명단과 서훈 취소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안전보장을 이유로 비공개해야 한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상자들의 경우 대공 업무 종사 시기가 1970~1980년대이고, 서훈 수여시기는 1980~1989년으로 적어도 30년 이상 시간이 지난 서훈 취소 대상자들의 성명과 소속, 계급 또는 직위가 공개된다고 해도 국가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쳐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가해자들의 정보 공개를 통해 오랜 기간 '빨갱이 낙인'에 시달려온 간첩 고문 조작 피해자들과 5.18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상자들이 저지른 국가 폭력 행위의 중대성과 위법성에 비춰보면, 이름과 취소 사유 공개는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과거 발생한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같은 유형의 국가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관련 기사 : 법원 "5.18 진압·간첩 고문 조작 서훈 취소자 실명 공개해야") http://omn.kr/1w19i

2018년 10월부터 3년 간 '정보공개 소송'에 매달려온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이사장 함세웅)는 공개 판결이 확정된 만큼, 정부의 실명 공개 이행 과정을 주시할 예정이다. 박민중 인권의학연구소 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개 과정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만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확정 판결에 따라 재판 과정 중 2019년 5월 행안부가 같은 취지로 추가 발표한 1960~1970년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훈장 취소 명단 속 관련자들의 비실명도 판결 취지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74년 '울릉도 거점 간첩단'으로 조작한 울릉도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주요 언론들은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등을 그대로 공개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74년 '울릉도 거점 간첩단'으로 조작한 울릉도 사건을 다룬 당시 기사. 피해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공개돼 있다. 2019년 5월 행안부는 울릉도 사건 포함, 1960~1970년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훈장 취소 명단을 공개하며 관련자들의 이름을 가린 바 있다.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74년 "울릉도 거점 간첩단"으로 조작한 울릉도 사건을 다룬 당시 기사. 피해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공개돼 있다. 2019년 5월 행안부는 울릉도 사건 포함, 1960~1970년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훈장 취소 명단을 공개하며 관련자들의 이름을 가린 바 있다.
ⓒ 경향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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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기자입니다. 서류보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제보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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