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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의 청계산 백운산 사이에 자리한 백운호수는 수도권에서 비교적 찾아가기 쉽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 청계산과 백운산 사이에 자리한 백운호수 의왕의 청계산 백운산 사이에 자리한 백운호수는 수도권에서 비교적 찾아가기 쉽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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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28개의 시와 3개의 군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되었다. 그중에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수원, 판문점이 위치한 파주, 남한강과 북한강의 절경을 자랑하는 양평, 가평 등 알려진 고장도 수두룩 하지만 이번에 찾아갈 의왕과 군포는 수도권 주민들이 아니라면 그 이름조차 낯설다.

북으로는 안양, 남쪽은 수원과 생활권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서 도시 간의 경계도 모호하다. 서울의 과밀화로 인해 일산, 분당 신도시와 함께 1기 신도시로 지정되었고, 1989년 독립된 시로서 역사를 시작한 군포와 의왕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수많은 의문만 남긴 채 의왕이란 도시에 대해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의왕은 지금의 경기도 광주 의곡면과 왕륜면 지역이었다. 지금의 광주에서 의왕을 가려고 하면 청계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꽤 먼 거리다.

아마도 조선시대 왕실의 피난처였던 남한산성에서 의왕을 통해 바닷길로 대피로를 설정하고 군사적으로 관리를 하기 위해 행정구역을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의곡면과 왕륜면은 통합하여 앞글자를 따 의왕면이 되었으며 수원, 시흥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던 복잡한 역사가 있다. 근래에 의왕시로 승격되면서 독자적인 시로서 새롭게 거듭났다.     

길쭉한 고구마 모양으로 생긴 의왕시는 시 중앙에 위치한 모락산과 백운산으로 인해 각각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안양의 인덕원과 밀접해 있는 내손동, 백운호수 일대, 의왕시청이 위치한 고천, 오곡동, 그리고 철도대학과 의왕역이 있는 부곡동으로 나눠진다.

의왕을 여행하기 위해 지도를 살펴보면 북쪽의 백운호수 일대와 남쪽의 부곡동 지역에 가볼 만한 곳이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발걸음이 닿는 곳은 의왕의 북쪽 구역인 백운호수 일대다. 청계산과 백운산이 남북으로 둘러 쌓여 있고, 이들 계곡의 물이 호수로 흘러들기 때문에 물이 맑고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에 가족 또는 커플들의 나들이 명소로 인기가 높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수 주위로 먹거리 타운이 형성되었다. 주로 누룽지 백숙, 오리고기, 카페 등 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고, 주차장도 잘 갖춰진 편이기에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 없다.

거대한 백운호수 주위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 만큼 호수를 바라보며 가볍게 산책을 즐기는 것으로 의왕 답사를 시작해 보기로 하자. 주차장에서 제방 위로 올라가면 어느새 호수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생태탐방로가 데크길로 잘 닦여 있어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호수의 동쪽 구역은 최근까지 길이 제대로 닦여있지 않았지만 올 연말까지 데크길로 새롭게 다듬어질 예정이다.      

백운호수 자체는 1953년에 준공된 저수지이기에 그 자체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 호수를 중심으로 의왕의 문화재가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모락산 자락에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묘와 사당이 그중 하나다.

세종대왕은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군주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한글 창제를 비롯해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진데 왕자 18명, 왕녀 7명을 낳았던 만큼 여러모로 다재다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자식들도 아버지를 본받아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했고, 실제로 세종을 도와 수많은 방면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되었을까? 세종의 장남이었던 문종이 일찍 죽고 어린 조카가 왕위에 오르자 야심을 품은 왕자들이 등장한다. 과격하고 무리를 지어 다녔던 수양대군과 용모는 물론 학문에 뛰어나 명성을 얻었던 안평대군이 대표적이다.      

왕자들도 각자의 입장과 사정에 따라 수양대군 혹은 반대편에 서게 된다. 세조(수양대군)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게 되자 그의 반대편에 섰던 왕자들은(안평대군, 금성대군, 화의군 등) 귀양을 가거나 숙청을 당하게 된다. 이번에 가볼 임영대군은 세조를 지지하는 편에 섰다. 그는 젊은 시절에 궁궐의 궁녀에 손을 대는 등 방탕한 생활을 즐겼지만 후에 마음을 다 잡고, 금성대군과 함께 신기전을 개량하는 등 군사 방면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의 후손 중엔 무장으로 활약했던 구성군 이준이 있고, 영조 때 이인좌의 난을 일으키는 이인좌는 그의 9대손이다. 임영대군의 사당은 굳게 닫혀 있지만 조금만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임영대군의 묘를 참배할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그의 인생을 되새겨 보며 이번엔 청계산 자락으로 함께 떠나보기로 하자.      
하우고개의 교우촌에 형성된 하우현 성당은 천주교 탄압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 하우현 성당의 전경 하우고개의 교우촌에 형성된 하우현 성당은 천주교 탄압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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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천주교가 처음으로 전래된 후, 박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천주교 신자들은 탄압을 피해 서울 근교의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로 은신을 하고 거기에 터를 잡고 교우촌을 형성하여 생활했다.

그 여러 곳 중의 한 곳이 이번에 찾아갈 하우현 성당이다. 하우현은 일명 하우고개로도 불리는데 인천에서 광주, 이천, 여주에 이르는 중요한 통로로 동양원이라 불리는 역원, 즉 말을 갈아타거나 숙박시설로 사용되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이 일대를 원이 있었던 원터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우현에 살던 교우들은 박해 때마다 심한 고초를 겪었다. 신유박해 때는 한 덕운이 남한산성에서 참수되었고, 루도비코 볼리외 신부는 체포되어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하우현성당의 사제관은 한옥지붕 양식과 프랑스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건축물이다.
▲ 하우현성당의 사제관 하우현성당의 사제관은 한옥지붕 양식과 프랑스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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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우촌은 계속 유지되었고, 신앙의 자유가 생긴 이후 1894년에 초가집으로 만든 목조 강당을 토대로 지금의 성당이 만들어졌다. 그 앞에 도착하면 새하얀 외관의 하우현 성당과 그 옆에 자리한 한옥양식의 사제관이 이목을 끈다. 특히 사제관은 몸체가 석조로 건축되었고 지붕을 팔작지붕으로 올렸기에 한국과 프랑스의 보기 드문 건축양식이라 할 수 있다.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차들로 빼곡히 들어찼고, 내부는 미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교우촌의 후손들은 서울, 경기도 일대로 분가했지만 여전히 하우현은 그 분원들 사이에서 본당으로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청계산의 남쪽 계곡에 자리한 청계사는 의왕, 군포 지역에서 가장 큰 사찰로 유명하다.
▲ 청계산의 남쪽 계곡에 자리한 청계사 청계산의 남쪽 계곡에 자리한 청계사는 의왕, 군포 지역에서 가장 큰 사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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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청계산 계곡을 따라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하자. 그 계곡길의 끝에는 청계산과 의왕을 대표하는 고찰 청계사가 자리하고 있다. 청계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고려 충렬왕 시절 조인규가 막대한 사재를 투입한 후부터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고 한다.

청계산에서 내려오는 매서운 찬바람을 뚫고 경내에 올라가 보기로 하자. 건물 대부분은 근래에 중창한 것들이라 새로울 것이 없지만 조선 후기의 승려인 사인비 구가 제작한 보물로 지정된 동종을 볼 수 있으며 거대하게 조성된 와불이 나름 볼 만하다. 하지만 절 앞마당에서 자식의 합격을 위해 애달프게 소원을 빌고 있는 부모님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한쪽 가슴이 저며 왔다. 이제 의왕의 남쪽 부곡을 살펴보기 위해 떠나보도록 하자.      
 
조선시대의 이름난 스님인 사인비구가 제작한 동종중 하나가 청계사에 있다. 국가의 보물로 지정된 소중한 유물이라 할 수 있다.
▲ 사인비구가 제작한 동종 조선시대의 이름난 스님인 사인비구가 제작한 동종중 하나가 청계사에 있다. 국가의 보물로 지정된 소중한 유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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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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