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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21학번이다. 대학 입학 이전의 나는 참 어렸다. 학교와 학원에서 시킨 숙제, 나에게 주어진 공부만 착실히 했던 사람이었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보다는 상황이 내게 부여한 것들만 적당히 해내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착한 게 좋은 거라고 배운 나는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사는 게 좋은 거라고 배운 나는 그저 열심히 살려고만 노력했다. 이게 내 20년 간의 가치관이자 매 순간 내가 하던 다짐이었다. '착하고 성실한 친구' 정도가 내게 맞는 수식어였다.

이런 내가 변화하기 시작한 건 대학 입학 후부터다. '대학생'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인해 내가 변화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같다. 수동적으로 내게 주어진 것들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가 진다는 점 등을 깨달으며 변화라는 이름 아래 점차 성장해 갔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알게 된 '나'
 
가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과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가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과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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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경력이 꽤나 있던 언니와 함께 첫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가던 날, 경력이 없던 나에게는 관심이 없으셨는지 점장님의 눈빛과 질문은 모두 언니를 향해 있었다. 점장님은 언니와 아르바이트 일정을 곧바로 잡았고 나는 옆에서 시무룩하게 앉아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붙고 싶었다면 나의 각오나 열정을 드러냈음이 마땅한데, 나는 그런 행동을 할 만큼 간절하지도, 용기가 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지원한 아르바이트였는데, 아무리 경력이 없어 위축되었다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말 없이 있다가 왔다는 사실이 후회되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아르바이트 면접에 임해야 하는지, 아르바이트에서 내게 요구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히려 단번에 붙었다면 이렇게 기사로 작성할 만큼 나에게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았고, 마침내 키즈카페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열심히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그저 '착각'에 불과했다. 막상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열심히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았고 실수도 잦았다. 성실함과 노력은 일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눈치, 센스, 상황대처능력, 유연함 등이 실제 상황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나는 센스도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눈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구나.'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점이다. 20년을 살아가면서 깨닫지 못했던 나의 부족한 부분을, 두 달 간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 뒤에는 슬픔과 좌절이 있었지만, 아르바이트는 내가 하고 싶어 한 것이기에 난관을 극복하는 것도 모두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후, 나는 빵집에서 두 번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처럼 아무런 요령 없이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과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스스로 터득한 방법과 요령에 기반해서 아르바이트를 해 나갔다. 그 결과 나는 아르바이트 일주일 만에 사장님에게 칭찬 듣는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구나."

내가 빵집 아르바이트를 지금까지 계속 해 오면서 느낀 점이다. 학창시절 때는 나의 부족함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오로지 성적뿐이었다. 성적 이외의 것들에서 나의 부족함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성인이 되어 첫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공부가 아닌 분야에서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러한 나의 깨달음과 노력은 내가 나를 온전히 돌아보고 고민한 결과 얻은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생긴 일
 
국제정치학개론 수업이 무섭고 두렵게만 느껴졌다.
 국제정치학개론 수업이 무섭고 두렵게만 느껴졌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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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적응과 아르바이트로 정신 없는 1학기를 보내고 2학기가 되었을 때, 나는 '국제정치학개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 국제정치학개론은 교수님의 일방적인 강의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매 시간 마다 교수님께서 시사·정치·외교와 관련된 질문들을 던지며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매주 국제정치학개론 수업을 듣는 세 시간 동안 나는 늘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시사와 관련된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질문이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대답을 준비할 수도 없었다. 나는 잘 해낼 수 없는 부분을 열심히 준비함으로써 늘 민망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기에, 아무런 준비를 할 수도 없는 국제정치학개론 수업이 무섭고 두렵게만 느껴졌다.

(사진을 가리키면서) "배서정 학생은 이것이 무엇인지 아나?"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내가 더 큰 창피함으로 다가왔다. 수업이 있는 월요일만 되면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수업 도중에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할 때는 도망치고도 싶었다.

수업이 약 한 달 동안 진행되고 난 후 수강신청 포기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그 수업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당장이라도 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포기를 하는 것은 도망을 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부담과 스트레스였다. 결국 며칠 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는 그 수업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회피라면 회피였지만 내가 어느 정도 시사 상식을 쌓고 난 후에 그 수업을 듣는 것이 나의 마음에도, 학점에도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업을 포기하고 난 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제자리 걸음일 것만 같았다. 나에게는 시사 상식을 쌓는 것이 필요했다.

어떤 방식으로 시사 공부를 할까 고민하던 중, 정말 우연히도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미디어와 현대사회'라는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의 소개로 <오마이뉴스>를 처음 알게 되었고,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정치·경제·사회와 같이 정형화된 분류 기준뿐만 아니라 미디어·사는이야기·문화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뉴스 헤드라인이 정신없이 나열되어 있거나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인 기사들만 한데 모여 있는 것은 시사 상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쉽고 재미있는 기사들을 골라 자유롭게 볼 수 있어 나에게 제격이었다.

약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오마이뉴스 앱에 들어가 '인기기사→정치→경제→사는이야기' 순으로 기사를 보는 것이 나의 아침 일과가 되었다. 오마이뉴스 기사들은 나의 시사 상식을 쌓아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비록 국제정치학개론 수업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했지만, 나는 국제정치학개론 수업 못지 않은 값진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국제정치학개론 수업에서 아무런 어려움도, 나의 부족함도 느끼지 못했다면 내가 과연 <오마이뉴스> 기사를 매일 아침 챙겨보는 사람이 되었을까. 위기를 발판삼아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위기를 내 방식대로 극복하는 방법도, 나의 부족함을 느꼈을 때 위축되지 않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성인이 되어 많은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마주하고 경험한 모든 것들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이제 수동적으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던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나는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나만의 방식대로 풀어가며, 어떤 어려움을 마주해도 스스로 극복하려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어떤 어려움을 마주해도 속으로 이 말을 외칠 것 같다.

"모든 어려움 뒤에는 깨달음이 있고, 깨달음 뒤에는 성장이 있다."

태그:#21학번, #성인, #대학생, #경험담,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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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학생 기자 배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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