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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걷기대회 시작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민들
 안산걷기대회 시작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민들
ⓒ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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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가 뭐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사전을 찾아봤다.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 온통으로' 즉, '언제나 변함없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한 순우리말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켜주는 것은 참 많다. 가족, 친구, 자연, 바람, 공기 등. 하지만 '언제나' 내 옆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 소중함을 간과하고 산다. '노동'이 그렇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노동에 기대어 산다. 노동을 통해서만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얻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서대문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에 걸쳐 제9회 서대문구 '노동인권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번 '노동인권문화제'에 내 건 슬로건은 '온새미로 당신의 노동을 응원합니다'이다. 이 땅에서 천대받는 노동자를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정했다. 

나는 서대문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한 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서대문구 노동네트워크는 해마다 '노동인권문화제'를 연다. 벌써 9회 차다.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를 담아 서대문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서대문구 노동네트워크는 '노동인권문화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 노동인권문화제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태일이> 상영, '셔틀버스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회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안산걷기대회' 그리고 사전행사 성격의 '4행시 짓기 이벤트'로 구성했다. 총 568명이 참여했다.

'4행시 짓기 이벤트'는 '노동행복상' 1명, '노동존중상' 3명, '노동사랑상' 5명 등 9명을 시상하고, 50명을 추첨하여 1만원 기프티콘을 드리는 행사다. 이번 '4행시 짓기 이벤트'에는 총 202명이 246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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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태일이> 시사회는 신촌CGV에서 11일과 12일 오후 7시에 상영했다. <태일이>는 암울했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 자신의 몸을 불살라 사회 모순을 고발한 전태일 열사를 그린 작품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큰 분수령이 되었다.

영화의 제작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십시일반으로 만들어졌다. 서대문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2020년 서대문구 노동인권문화제 행사에서 '전태일 평전 따라 읽기'를 했다. 이때 애니메이션 <태일이> 후원금을 모금했다. 모금에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님을 비롯해 서대문구 주민 총 71명이 참여했다.

이번 영화 상영 엔딩 크레딧에는 모금에 동참한 모든 분들의 이름이 서대문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서대문구전태일50주기기념사업회 단체 밑에 묶음으로 올라갔다. 영화를 본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태일이> 제작에 조그마한 보탬이 됐다는 마음에 뿌듯했을 것이다.
 
애니매이션 영화 <태일이> 상영후, 관람자 기념촬영
 애니매이션 영화 <태일이> 상영후, 관람자 기념촬영
ⓒ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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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의 태일이 영화 시사회에는 총 152명이 참석했다. 영화에 참석한 전태일 열사의 친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은 전태일 열사와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 올리며 말했다. 

"오빠가 분신을 결심하고 집을 나설 때, 저의 밀린 학비 때문에 '돈은 언제 줄 거냐'고 물었던 게 가장 가슴이 아프다."

전태일이 살아 있었다면, "괜찮아, 순옥아. 그때 오빠가 학비를 빨리 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12일 오전에는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서대문구 셔틀버스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표회 및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가 있었다. 인천대학교 남승균 박사가 책임연구원으로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에 대하여 연구하였고, 이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셔틀버스노동자는 평균수입이 140만원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으며, 사회적 인식이 낮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 10시에는 '안산걷기대회'가 있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어울려서 서대문구의 자랑 안산 자락길을 함께 걷는 행사였다. 안산걷기대회에서는 노동자의 연대와 사랑, 노동존중의 마음을 담은 사진 콘테스트를 했다. 참가자들은 만추를  배경삼아 사진 콘테스에 낼 작품을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총 188명이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는 총 568명이라는 인원이 참가했다. 지역주민과 함께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보다 풍성한 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지역의 노동네트워크가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노동과 시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걷기대회 전 몸풀기 하고 있는 주민들
 안산걷기대회 전 몸풀기 하고 있는 주민들
ⓒ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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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노동네트워크에는 공익활동가 컨설팅 '채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부지역지부, 서대문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서대문구의회 의원,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 서비스연맹 서대문유니온지회,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서울일반노조 서북지부, 스위스그랜드호텔노동조합, 시민과 대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대문구지회,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등 1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행사 말미에 서대문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수탁단체인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은 "내년 제10회 서대문구 노동인권문화제에는 '온새미로'를 굳건히 하고 더 많은 노동자와 시민이 어우러지는 지역의 축제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4행시 짓기'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전지영님의 4행 시는 아래와 같다. 

[노] 노동을 통해 삶의 가치는 더하고(+)!
[동] 동행과 연대를 통해 노동권이 직면한 위험은 없애고(-)!
[인] 인간다운 삶을 위한 희망은 곱하고(x)!
[권] 권리가 보장된 노동자들의 내일을 모두와 나누고(÷)!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대문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센터장입니다.


태그:#서대문노동자종합지원센터, #노동인권영화제,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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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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