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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좌파당 국제위원회의 하인스 비버바움(Heinz Bierbaum) 위원장, 디뎀 아이더머스(Didem Aydurmus) 집행위원 및 한국 정의당 관계자들
 독일 좌파당 국제위원회의 하인스 비버바움(Heinz Bierbaum) 위원장, 디뎀 아이더머스(Didem Aydurmus) 집행위원 및 한국 정의당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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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방문했다. 이러한 국제회의는 각국의 정부와 정당들, 기업,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교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현지시각 지난 8일, 정의당에서 파견한 'CO26 기후정의 대표단'이 독일 좌파당(De Linke)을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독일 좌파당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 독일 연방의회 원내정당 중 가장 좌파적인 지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총선에서 좌파당은 정당 득표율 4.9%와 지역구 투표에서 3석을 당선시켜 총 의석수 735석 중 39석을 차지했다. 지난 기수 69석에 비해 상당한 의석을 잃은 셈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좌파당 국제위원회 위원장에게, 좌파당의 현재 상황과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관해 물었다.

좌파당에서는 국제위원회의 하인스 비버바움(Heinz Bierbaum) 위원장과 디뎀 아이더머스(Didem Aydurmus) 집행위원이 대담에 참여했다. 정의당에서는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기후정의일자리특위 이헌석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국제전략센터 황정은 사무국장이 통역하였다.
 
좌파당 국제위원회 하인스 비버바움(Heinz Bierbaum) 위원장
 좌파당 국제위원회 하인스 비버바움(Heinz Bierbaum)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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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독일 총선에서 좌파당이 강조한 기후정책은 무엇인가?

"이번 총선에서는 사실 기후위기가 큰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쟁점이 되었던 문제는 탄소를 배출할 때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탄소가격제'였는데, 우리는 탄소에 가격을 매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장주의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부자들이 돈을 내고 죄책감 없이 탄소를 배출해서는 안 되고, 탄소가격제로 인해서 더 어려운 상황의 시민들이 고통을 겪을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독일에 큰 홍수가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는 했으나, 그 경각심이 투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독일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였으나 신자유주의적인 정당으로 변질되었다. 우리 좌파당은 이번 총선에서 시장주도의 기후정책을 반대하고 보다 급진적인 대안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란?
배출된 탄소에 가격을 부여해서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을 말한다. 크게 주요 배출당사자들에게 배출권을 부여하고 이를 사고팔 수 있도록하는 배출권거래제도와 탄소세 세금을 부과하여 석탄과 천연가스 등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탄소세 등이 대표적이다.

- 현재 독일의 각 정당들은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16년 만에 독일의 정치적 지형이 바뀌고 있는 와중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승리를 했고, 사민당 주도로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을 참여시키는 연립정부를 만들고자 협상중이다. 자유민주당의 경우 기후위기를 시장주도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고, 사민당이나 녹색당 역시도 기업의 투자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자는 쪽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하고, 추가적인 정부의 예산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는 세 정당 모두 세금을 올리는 데 적극적이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말만 하지 구체적인 재정마련 방법이 없는 셈이다. 좌파당의 경우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800억 유로 예산안을 작성해 재정마련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 지금 좌파당의 경우 탄소가격제에 대해 시장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는데, 역시 수출입 품목의 탄소배출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조정(CBAM)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느낌을 받았다.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하지만, 탄소가격이 갖는 긍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아직 6만 당원들이 아직 토론을 하는 중이다. 탄소에 무조건 가격을 매기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여기는 논리에는 반대한다. 특히 탄소세는 국경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좌파당은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국가간 불평등이 팽배한 상황에서 탄소국경조정 제도가 시행되면 또다른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란?

역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시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인증서(배출권)을 구매하는 제도를 말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등에 대해 시범적으로 제도를 실시하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을 추진 중에 있다.
 
좌파당 국제위원회 디뎀 아이더머스(Didem Aydurmus) 집행위원
 좌파당 국제위원회 디뎀 아이더머스(Didem Aydurmus)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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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녹색당의 경우 EEG법(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법)을 찬성하고, 좌파당은 반대하는 입장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독일 녹색당의 경우 '그린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기후문제 해결에 있어서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당장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 부적합한 노선이다.

재생에너지라 하더라도 이를 기업이 이윤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있다. 좌파당의 경우 재생에너지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EEG법은 처음 제정될 때는 나름의 취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변질되었다고 평가한다."
 
※ EEG법이란?
EEG법은 독일의 재생에너지법으로 2000년 처음 만들어졌다. EEG 법은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EG 법을 통해 독일의 재생에너지 설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이를 위해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EEG 부담금 문제로 각 당의 입장이 서로 상이하다.

- 독일 좌파당이 가장 먼저 2035년 기후중립(Climate Neutral)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인데 실현 방안은 무엇인가?

"좌파 정당으로서 2035년 목표는 정치적 선언인 결정이다. 매우 야심차고 도전적인 과제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다. 지금은 기업 투자자들도 2040년 기후중립을 이야기한다. 좌파정당이라면 그들보다 더 급진적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파리협약에서 이야기했던 것도 2035년 기후중립을 목표로 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 각국 정부들이 실제로 정책을 내놓는 것과, 파리협약에서 전세계가 약속했던 것 사이의 갭이 크다. 이러한 갭이 많은 문제들을 응축하고 있다.

독일의 정당들이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들을 보면, 이런 정책만으로는 지구 온도가 4도씨까지 치솟게 될 것으로 계산된다. 1.5도씨 약속은 사실 실현하기에 쉽지 않다. 지금 실제로 어떤 나라가 과연 1.5도씨 이내로 지구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실질적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가를 봤더니, 잠비아 밖에 없었다. 독일도 1.5도씨는 사실 포기하고 2도씨로 목표를 잡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이야기하기를, 2도씨를 목표로 잡고 최대치로 노력하다보면 1.5도씨 이내로 상승폭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 앞으로 기후정치를 확대하기 위한 좌파당의 전략과 계획은 무엇인가.

"독일은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에 좌파당이 지방정부에 들어가 있는 지역들의 경우 일정한 성과를 실제 내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좌파당은 지금 집권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Fridays for Future(미래를 위한 금요일)' 조직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정의로운 전환 등 기후위기 과정에서 필요한 논의의 당사자인 노조들과도 연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뿐 아니라 국제적인 노력도 중요한데, 유럽연합 내에서도 생태주의나 좌파 정당과 함께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좌파의 담론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유럽에서는 청년들이 기후운동에 앞장서고 있고, 좌파당의 경우에도 청년조직이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

"좌파당의 청년조직은 자체적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된다. 두 개의 청년조직이 있다. 하나는 'Solid'라는 이름의 청년조직이다. 좌파당 당원 중 35세 이하는 자동적으로 이 조직에 가입되나, 이 청년조직에만 가입하고 좌파당 당원이 아닌 경우는 가능하다. 학생조직은 'SDS(민주사회주의학생연합)'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곳은 나이에 관계없이 대학생들이 회원이다.

우리당의 청년당원들은 주로 대도시에 많이 있다. 그리고 유럽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좌파당의 경우에는 나이가 아주 많은 세대와 아주 적은 세대는 당원 숫자가 많은데 중간 허리세대가 비어 있다. 그래서 세대차이가 당 내에서 문제가 되곤 한다. 이렇게 세대차가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조직이 독립성을 갖고 운영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좌파당 청년조직의 경우 'Fridays for Future'와 협력해 자체 공약집을 만들기도 했다.

진보정당의 청년조직은 마치 배의 닻과 같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길들여지지 않았고 필요한 이야기를 급진적으로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진보정당으로서 인식을 유지하는 데 있어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청년정의당 대표 강민진입니다.


태그:#정의당, #독일, #기후위기, #COP26, #글래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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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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