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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도는 전남 완도의 동쪽 끝에 있다. 고흥과 장흥에 인접해서 완도 읍내에서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원래는 장흥군에 속했는데, 1896년 설군하면서 섬을 한데 모아 완도에 귀속했다. 어엿한 완도의 관광자원이 되다 보니 애착이 더 간다.

금당도는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와 뛰어난 풍경을 감상하면서 산행하기에 제격이다. 해안선을 에워싼 섬들과 금당의 기암절벽을 보면서 계절 따라 섬 산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조용한 곳을 찾는 이들의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섬 산행과 섬 여행의 완결판으로 내세울 만큼 바다와 산 위에서 보는 조망권이 가히 예술이다. 기묘한 바윗덩이를 넘나들수록 스릴감이 넘친다. 머지않아 연육이 되면 남해안을 아우르는 빼어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신선 되어 산에 오르니 부러울 게 무언가

가학항에서 보통 산행을 시작한다. 해변을 지나 삼거리에서 개기재로 오른다. 가학의 지명이 심상치 않다. 가학은 명산에 주로 붙는데 같은 의미로 소안도에 가학산이 있다. 인근 해남의 흑석산에도 가학산이 있다. 일반적인 해석으로는 '학이 날아가지 못하게 학의 목에 멍에를 눌렀다'고 한다. 그래서 멍에 가(駕)를 붙였다나? 하지만 가학의 지명유래는 학이 날개를 편 형상으로 학은 전설의 동물 봉황이다. 바로 천자의 수레를 끄는 봉의 형상인데, 여기는 신선이 사는 곳을 의미한다.

학의 목에 멍에를 얹어 놓은 건 도가사상에서 유래한다. 멍에는 짐승에게 일을 시키려고 얹어 놓는다. 학의 주인은 봉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승천하는 신선이다. 고구려벽화에도 학과 용을 타고 다니는 신선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고려시대의 그림 신선도에도 또렷하다. 고려에 널리 퍼진 도가사상이 조선시대에는 자연을 벗 삼아 초연한 삶을 살고자 한 선비문화로 이어진다. 당쟁에 휘말려 관직을 버리고 자연에 숨어들어 유유자적 정진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삶은 분명 신선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고산 윤선도가 있다. 고산은 보길도에 와서 세연정을 짓기 전 해남의 금쇄동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그곳에서 연못과 정자를 짓고 금쇄동기를 저술하여 문장을 남겼는데, 산 위에 흐르는 물줄기를 끌어와 폭포를 만들고 바로 옆에 정자를 짓는 것으로 금쇄동의 백미를 완성한다.

그 정자가 휘수정(揮手亭)이다. 장마철 웅장한 폭포 소리를 즐기며 저 멀리 보이는 민가의 저녁 불빛을 향해 "너희는 세상에 살아라, 나는 여기에서 신선이 되어 살겠다"고 손을 휘저으며 자족한 삶을 고산은 시문에 그대로 남겼다. 

만약 누군가 학을 타고 다니는 꿈을 꾼다면 사회적으로 성공하며 높은 자리에 올라갈 것을 예견한다. 또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만나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는 해몽으로 학은 인간의 눈을 뛰어넘는 선계의 영험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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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산행의 완결판 금당팔경 유람으로

고갯마루에서 20여 분 만에 첫 봉우리에 이르러 다시 정면에 우뚝 솟은 삼랑산을 향한다. 금당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답게 전망이 좋다. 서쪽으로 천관산과 두륜산을 포함한 달마산 능선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윽고 긴 내리막을 지나 오봉에 오르고 나면 가파른 산길은 숲을 통해 임도가 있는 안부로 이어진다. 다시 차우마을로 내려섰다가 금당도 동쪽 능선으로 이동한다.

주 능선으로 차우리에 아찔하게 솟아난 138m 봉에 오른다. 산길은 고도를 잠시 낮췄다가 금당산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육동으로 향한다. 겹겹이 산이 있어서 바다가 가려져 육지처럼 느껴진 데서 이름 붙인 마을이다. 금당도의 산길은 크게 동쪽 능선과 서쪽 능선으로 나뉜다. 동능선은 면사무소 뒤쪽에서 시작해 스님바위와 처우고개를 거쳐 금당산과 육동마을로 이어지는 5km. 서능선은 가학리와 육동리를 잇는 개기재~봉자산으로 뻗은 4.5km 코스. 두 능선을 하루에 충분히 산행할 수 있어서 만족감은 배가된다. 

금당도에 딸린 여러 섬의 유래가 재미를 더한다. 초지가 풍성해져 소를 다시 기르게 허락했다고 붙여진 허우도와 춤추는 고래를 닮았다는 비견도 등 여러 지명이 있다. "금당도에 고래 형상을 만들고 해안로에 거미길을 지정한다"며 지난달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금당도 출신 가수인 거미가 전국의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가수 거미가 금당도 출신인 것에서 착안한 지자체의 재미있는 발상인데, 그 옆에 거미의 남편 조정석 길도 만든다는 풍문이 시청자의 관심을 많이 샀다. 완도 금당도로 가는 뱃길에서의 풍경을 바다 위의 갤러리라 부른다. 보통은 장흥군 노력항에서 금당도를 오가는 철부선을 탄다. 노력항에서 하루 5회 철부선이 다니는데, 이 부분에서는 완도군의 관광정책에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완도 금당도, 가고 싶은 섬 지정

전남도는 완도의 금당도를 '2021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했다. 2021년부터 5년간 매년 10억 원씩 총 5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마을 경관 개선과 문화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등의 특색 있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가장 가고 싶은 섬으로 가꾸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신비로운 형상을 이룬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해안절벽은 8경으로 손에 꼽힌다. 세포 전망대, 온금포 해수욕장, 해안 일주도로 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보물 같은 섬,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금덩이 섬 금당도를 오래 살고 싶고, 꼭 찾고 싶은 섬으로 만들겠다"는 바람이 크다. 2015년 소안도, 2016년 생일도, 2018년 여서도, 2021년 금당도 등 총 4개 섬이 선정됐을 만큼 완도의 섬은 매혹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다큐사진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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