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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와 약속한 레슨 전날 갑자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회원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레슨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사전에 말씀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운동하시기 바랍니다."


골프를 시작하고 겨우 다섯 번의 레슨을 받았을 뿐인데 레슨 코치가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문자를 받은 이후로 레슨 코치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두게 된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었다.

혹시 골프 연습장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거나 수강생이 적어서 그만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성실하고 실력 있는 생활체육 지도사들이 불공정한 계약이나 체육시설의 횡포로 안정적으로 일을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음 속으로 레슨 코치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잘 되기를 기원했다.

새로운 코치를 배정받기 전까지 레슨 공백이 생겨 혼자서 연습해야 했다. 골프 입문자인 나에게는 동기 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레슨이 없어지자 팽팽하게 당기던 고무줄이 느슨하게 늘어진 것처럼 연습을 미루기 시작했다. 더구나 기다리던 것처럼 할 일과 업무가 많아지면서 퇴근이 늦어지고 골프 연습하러 가기 힘든 날이 늘었다. 몸이 피곤하기 만사가 귀찮아지고 주말에도 집에서 쉬고 싶어졌다.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딱히 없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꾸준한 열정이 생기고 운동이 규칙적인 습관이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을 다이어트처럼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나 또한 평소 게으른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골프 레슨 중단 위기가 찾아왔다.

골프 레슨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골프를 꾸준히 한 친구에서 조언을 구했다.

"골프 연습이 슬슬 지겨워지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골프 시작한 지 두 달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권태기가 왔다고?"
"코치도 바뀌고 실력도 쉽게 안 늘고 점점하기 싫어지네."
"사실 헬스도 그렇고 골프도 그렇고 혼자 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기가 어려워. 3개월을 버티기 어렵다고 해. 지루한 것은 당연한 거야. 그냥 하루 10분 정도 몸 풀러 연습장에 놀러 간다고 생각하고 해봐."


운동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지속하기는 더 어렵다. 연초 체육시설에 등록한 많은 사람들을 연말이 되면 찾아볼 수 없는 이유이다. 특히 운동은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더 미루게 된다. 그러면 체력은 더 떨어지고 건강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친구의 말처럼 나를 위해 시간을 만드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하루 중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차분하게 창밖을 보며 구름을 바라보고 차 한잔 마시는 시간, 점심시간 청량한 바람을 느끼는 산책의 시간, 머리맡에 책을 두고 잠들기 전에 한 구절을 읽은 시간,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 가만히 누워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고 명상하는 시간,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는 시간 등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이다.

목표를 향해 쉴 새 없이 내달리는 운동은 스스로를 구속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친구의 조언대로 다시 가볍게 퇴근길에 연습장 들러 몸만 풀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연습의 부담이 줄었다. 하루 10분으로 운동 효과는 적지만 꾸준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생겼다.

운동이 단순한 건강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를 배려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면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내 몸과 마음에 휴식과 여유를 주기 위해 골프 연습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부드럽게 골프채를 휘두르며 가볍게 몸을 푼다. 

'오늘은 미스 샷! 내일은 굿샷!'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태그:#골프, #골프레슨, #운동,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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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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