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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중화요리 김용대·노말순 부부
 장가계 중화요리 김용대·노말순 부부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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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승객이 급하게 식당 문을 연다.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하기 30분 전이라는 손님의 눈동자가 메뉴판을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간짜장을 시키려다 가장 빨리 나오는 짜장면을 주문한다. 늦은 점심이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 손님은 버스 시간에 맞춰 식당을 나선다. 그의 여행은 짜장면 한 그릇으로 편안했을까.

경남 함양시외버스터미널 버스 출구 옆 '장가계 중화요리'의 어느 평일 오후. 식당은 한산해 보이나 손님은 꾸준히 발을 들인다. 이곳은 터미널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중식당이다. 오고 가는 승객들이 편하게 찾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중식당, 장가계.

장가계는 김용대(64)·노말순(60)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결혼을 하고 중식집을 차린 부부는 지금까지 함께 식당을 하고 있다. 35년째 중식집을 하지만 장가계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7월. 부부는 터미널 차고 안쪽에서 '금광반점'을 운영해오다 손님들에게 더 잘 보이는 입구 쪽 '장가계'로 자리를 옮겼다.

용대씨는 부산에서 중화요리를 배워왔다.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돈을 벌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밥은 굶지 않을 중식당에서 일을 했다. 요리를 배운 그는 고향 함양으로 돌아와 거창식당에서 몇 년 일한 뒤 중식당을 차렸다. 개업했을 때부터 다른 사람 손은 보태지 않고 부부 단둘이 식당을 꾸려갔다.

첫 10여 년은 용대씨가 손으로 직접 면을 뽑았다. 쫄깃한 면발을 자랑하는 수타면을 고급 기술을 요하며 그만큼 힘든 작업이다.

주방은 남편이, 홀은 아내가 맡았지만 몇 해 전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용대씨를 대신해 말순씨의 주방출입이 잦아졌다.

"부인이 고생 많이 했죠. 나 간병하느라 몇 달을. 중환자실에서도 20일이나 있었어요, 모두 못 깨어난다고 했으니까." 평소 말수가 적은 용대씨가 아내를 향한 고마움의 표현에는 아낌이 없다.
 
장가계 중화요리 김용대·노말순 부부
 장가계 중화요리 김용대·노말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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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씨가 배달을 할 수 없게 돼 지금은 말순씨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만 배달한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키는 작은데 걸음은 엄청 빠른' 말순씨의 배달범위는 함양읍 한주아파트까지다.

말순씨는 이제 남편과 함께 주방에서도 동등하게 일을 쳐낸다. 남편에게 비법 전수를 받았을까? "35년이나 했는데 이 정도도 못할까요. 남편이 가르쳐 주기는요, 어깨너머로 혼자 다 배웠죠." 부부가 된 이후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일을 해 왔다. 말 수 적은 남편 덕에 부부싸움도 마음껏 할 수 없었다. 맞장구를 쳐야 싸움을 하겠으나 야단을 쳐도 대꾸가 없으니 아내는 금방 김이 빠지고 만다.

장가계의 추천메뉴는 간짜장, 짬뽕, 볶음밥이다. 추천메뉴가 너무 많지만 한 개만 고를 수도 없다. 오래된 가계만큼 단골들도 많을 터. 그들의 취향은 확고하게 셋으로 나뉜다니 직접 맛을 보고 개인의 취향대로 최고의 메뉴를 선택하는 수 밖에.

젊은 시절부터 사고가 나기 전까진 축구를 즐겼던 용대씨는 이제 축구 대신 아내와 산책을 하며 건강관리를 한다. 점심 손님이 끝나면 부부는 상림으로, 하림으로 운동을 나선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부부는 일할 때도, 쉴 때도, 운동할 때도 항상 함께한다.

35년전 함양시외버스터미널은 차들로,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였다. 지금의 이곳은 35년 전과 사뭇 다르다. 승객은 점점 줄어 터미널은 한산하고 텅 빈 채 출발하는 버스도 보인다. 변하지 않은 것은 장가계의 춘장맛과 부부요리사 용대와 말순씨의 사랑.
 
장가계 간짜장
 장가계 간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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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짬뽕
 장가계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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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볶음밥
 장가계 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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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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