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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SBS의 <워맨스가 필요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2020 도쿄 올림픽 3관왕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가 뭔가에서 '해제되었다'는 말이 들렸다. '해제'의 주체가 무엇인지에 따라 좋은 의미일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혹시 안 좋은 소식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걱정이 되었다.

알고 보니, 그녀가 국가대표에서 해제되기 때문에 더 이상 국대가 아니며 새로운 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 양궁 선수들을 선발한다는 의미였다. 광주여대 양궁부 김성은 감독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라고, 선배 기보배 선수는 "우리 이제 동등한 조건이야"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양궁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 올림픽에서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팀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 하더라도 선발전에서 탈락하면 국가대표의 자리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유퀴즈 온 더 블럭
 유퀴즈 온 더 블럭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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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는 지난 8월 18일 방송된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 우리나라가 유독 양궁에 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도나 태권도처럼 대련을 하는 경기도 아니고, 체조나 다이빙처럼 누가 평가해서 점수를 주는 시합이 아니다. 양궁은 정해진 점수와 이견 없이 명확한 기준을 가졌기 때문에, 공정한 만큼 강해질 수 있다."

대표팀 역시 오로지 실력을 통해서만 선발되기 때문에 더욱 능력 있고 강한 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양궁의 매력이기도 하다.

2012런던,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인 1988년생 기보배, 2016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1996년생 최미선 그리고 2020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2001년생 안산까지. 세 명의 선수 모두 이미 정상에 서보았고 나이와 경력도 각각 다르지만 국가대표팀 선발전에서는 동일선상에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종종 믿을 수 없는 판정 번복을 목격해왔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틀린 판단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특정 국가, 특정 선수들에게 유리하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면면이 모이면 '결국 돈 있고, 빽 있어야 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며 사회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게 된다.

우리 사회엔 수많은 고위층 자녀들이 연루된 입시 비리를 비롯하여 한때 이슈가 됐던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 등 불공정한 것 투성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한 번 높은 자리에 오른 대다수 사람은 그 직책을 내려놓은 후에도, 그 인맥이 힘이 되어 기업의 명예직 등 여러 곳에서 모셔가기 바쁘다. 실제로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저 그의 권력 때문이라면 이는 더더욱 사회의 공정함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기보배, 최미선, 안산 선수
▲ 워맨스가 필요해 기보배, 최미선, 안산 선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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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선악이 명확한 것은 오히려 낫다. 잘못을 비난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으면 문제가 해결되니까.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사태처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입장이 다르고 정규직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까지, 한 사안에 얽힌 각 집단과 개인의 입장이 다를 때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무엇이 진정한 공정함이며 공평함인지 결정하기는 어렵다. 자유시장경제가 그 말처럼 자유롭고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만은 아니며, 이를 비판하며 대두되었던 사회주의 공산주의도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조선시대 같은 계급사회는 아니라지만, 현대에도 분명한 계급이 존재한다. 금수저, 흙수저처럼 타고난 것까지 어찌할 수는 없더라도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이 억울하지 않은 세상. 불가능한 목표일지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

기보배, 최미선, 안산 선수의 대결을 보며 그리고 안산 선수가 말한 양궁의 매력, 우리나라 양궁이 강한 이유를 들으며 생각해본다.

태그:#양궁, #국가대표, #공정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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