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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흐르는 강을 려강이라 칭할 정도로 이 고장에서 남한강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예전엔 이포, 조포를 비롯해 많은 나루터가 여주를 거쳐 한양으로 흘러갔었다.
▲ 여주시내를 흐르는 남한강 여주를 흐르는 강을 려강이라 칭할 정도로 이 고장에서 남한강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예전엔 이포, 조포를 비롯해 많은 나루터가 여주를 거쳐 한양으로 흘러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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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수십 년 동안 끊임없는 변화를 이루어냈다. 그 발전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성한 지역이 되었지만 우리가 역사, 문화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로 굳이 경기도를 골라 떠나는 일은 드물다. 신라 1000년을 자랑하는 경주가 있고, 백제의 번성했던 문화를 엿보는 공주, 부여, 지역에서 한가락 했던 전주, 익산, 남원, 진주, 강릉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가장 번성했던 양주, 광주는 절반 이상을 서울에게 땅을 내주고, 남은 땅마저 새롭게 생겨난 도시에게 살점을 뜯겨 예전의 정취는 사라진 지 오래다. 시흥, 부천, 의정부, 하남, 고양은 서울의 위성 도시 정도로만 여겨지고, 가평, 양평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근교 여행지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수원이 있겠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예전 정취가 가장 잘 남아있는 도시를 하나 꼽자면 고민도 할 것 없이 여주를 언급할 것이다. 남한강의 수려한 풍광은 물론 양평에서 보기 힘들었던 역사의 발자취까지 더해지니 이 도시가 가진 깊이가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곳에 발을 딛고 있는 인물들을 열거해보자면 끝이 없다. 고려 최고의 외교관 서희, 최시형 선생, 명성황후, 송시열, 나옹선사, 이완 장군, 13도 창의대장 이인영, 죽어서 묏자리를 마련한 세종대왕과 효종까지 모두 이 나라의 굵직한 한 장면을 남기고 가신 분들이다.      
 
고려, 조선을 거쳐 여주와 인연이 있는 왕비의 숫자가 11명이다. 그만큼 여주는 많은 가문들이 터전을 잡고 역사를 이어갔다.
▲ 조선시대 가장 많은 왕비를 배출한 여주 고려, 조선을 거쳐 여주와 인연이 있는 왕비의 숫자가 11명이다. 그만큼 여주는 많은 가문들이 터전을 잡고 역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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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기, 보물 17점, 사적 3곳으로 경기도의 여느 지자체 중 가장 풍부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여주지만 경기도에 있는 도시치고 발전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2013년에 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최근에 승격된 시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늦은 이유도 있겠지만 경기도에서 서울과 가장 먼 거리에 위치했다는 점이 아무래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여주는 시로 승격한 이후 중부내륙고속도로 연장, 전철 경강선 개통 등 서울과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예전의 번영했던 여주를 꿈꾸고 있다.    
 
여주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풍경은 예로부터 많은 선비의 찬사를 이끌었다. 현재도 여주 남한강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유산이 분포한다.
▲ 새벽녘 남한강의 연무 여주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풍경은 예로부터 많은 선비의 찬사를 이끌었다. 현재도 여주 남한강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유산이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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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은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구석기시대의 유적은 물론 우리나라 청동기 전기의 농경 취락유적을 대표하는 흔암리 유적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북방식 고인돌과 선돌 유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삼국시대는 다른 한강변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격전지였으며 현재도 파사성에서 그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고려시대에 들어 여주는 크게 번창하기 시작한다. 태조 왕건 때만 하더라도 황려현이란 명칭으로 불렀다가 충렬왕의 태후인 순경태후 김씨의 내향이므로 여흥군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당시 선종 사원으로 고달사와 원향사가 크게 번성했는데 특히 광종의 왕사 찬유가 주석하면서 고려왕실과 연결되어 고달사는 최고의 융성기를 맞이했다.     

또한 고려 후기 대문호 이규보가 황려, 즉 여주 사람이었고, 성리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이색, 김구용, 이집의 유적과 시문이 한 세대를 풍미한 곳도 여주 지방이었다. 조선시대 여주를 일컫는 말로 "일 천녕, 이 삼밖골, 삼 모래실"이 있다. 첫째로 천녕현(현 금사면)의 남양 홍씨는 판서가 끓던 곳이 여주라고 할 정도로 벼슬을 많이 낸 성씨이며, 둘째로 삼밖골 민씨로 불리는 여흥 민씨는 조선 건국 초기부터 왕실의 외척으로 여주가 행정단위인 목으로 승격되는 데 큰 배경이 되었다. 셋째로 모래실 해평 윤씨는 영의정과 대제학을 집중적으로 배출했다.
 
조선 전기 광주(현재 서울)에서 여주로 세종대왕릉이 이장된 이후 여주는 많은 해택을 받아왔다. 현재도 세종대왕릉은 천하제일의 길지로 꼽힌다.
▲ 여주에 모셔진 세종대왕릉 조선 전기 광주(현재 서울)에서 여주로 세종대왕릉이 이장된 이후 여주는 많은 해택을 받아왔다. 현재도 세종대왕릉은 천하제일의 길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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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1401년 태종의 왕후인 원경왕후 민씨의 내향으로 여흥부로 승격되었으며 1469(예종 1) 세종대왕릉의 천릉에 따라 천령현이 여흥부에 병합되어 목으로 승격되고 여주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한 여주는 수운교통이 무척 발달했는데, 남한강은 중부 내륙과 한양을 연결하는 수송로이며, 조선시대 영남지방과도 연결되는 교통로의 주축이었다.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을 일컫는 여강은 국가의 공식적인 수운 기능뿐만 아니라 한강 하류와 서해안의 해산물을 충청도와 강원도로, 강원도의 임산물을 한강 하류로 교역하는 남한강의 주요 지점이었다. 여주 일대에는 수로교통이 편리하여 세곡선과 상선이 붐비는 상업 취락이 발달했고, 특히 이포 지역에는 사상(私商)과 조운 업자가 성장했다.

그리고 여주의 남한강 일대에는 짐배들과 떼배들이 쉬어 가는 나루와 여각이 발달했다. 추측건대 고려시대는 4곳 조선시대는 13곳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포나루를 비롯해 신륵사 옆의 조포나루가 해방 이후까지 운행했다고 한다.      
 
신륵사는 고려시대 말부터 그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하다가 조선시대 들어와 세종대왕릉의 원찰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사세를 갖추게 되었다.
▲ 여주를 대표하는 관광지 신륵사 신륵사는 고려시대 말부터 그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하다가 조선시대 들어와 세종대왕릉의 원찰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사세를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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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나루는 삼국시대부터 이포리와 막국수로 유명한 천서리를 연결하는 나루터였다. 조선시대 4대 나루터였으며 <신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이곳에 관에서 운영하는 나루인 '진강도'가 설치되었다. 6.25 전쟁 이후부터 이포대교 개통 시까지 버스를 운송할 만큼 번성했다. 현재 그 자취는 온데간데없고,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이포보가 우람하게 서 있다.

여주는 또한 역대 임금의 왕비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여주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통틀어 총 11명의 왕비와 빈을 배출하였다. 여주에서 출생한 3명의 왕비를 살펴보면 이방원의 부인이자 여장부로 알려진 원경왕후 민씨, 영조가 66세에 새 장가를 들었던 정순왕후 김씨, 일본에 의해 시해된 명성왕후 민씨까지 전부 내력이 만만치 않은 분들이다.     

여주의 전체적인 개요만 알아봤는데 꽤 많은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여주가 가진 이야기와 역사의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다. 이제 남한강을 따라 여주 여행을 함께 떠나보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 <우리가모르는경기도 : 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절찬리 판매중입니다. 다음 브런치,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했고, 사진자료 등을 더욱 추가해서 한번에 보기 편해졌습니다. 경기도 여행은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와 함께 합니다.


태그:#경기도, #경기도여행, #여주, #여주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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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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