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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놀거나 운동'을 방과 후 내내 할 수 있으니 하루가 짧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친구와 놀거나 운동"을 방과 후 내내 할 수 있으니 하루가 짧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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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교실에 오시면 '벌써?' 하며 아쉬워해요."
"아이가 게임보다 여기 가는 걸 더 즐거워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집에 가는 걸 꺼리는(?) 학생들이 있다. 충남 논산시의 동성초와 중앙초가 운영하는 '학교돌봄터' 교실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다. 참여 학생은 동성초 17명, 중앙초 39명 등 56명(정원 59명)이다. 모두 1~3학년이다. 학생들이 이처럼 학교 돌봄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22일 직접 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초등학생들은 대개 정규 수업이 끝나면 영어나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가고 나머지 여유 시간에는 게임을 하고 지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교직원단체가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생이 방과 후 가장 많이 할애하는 시간은 학원, 스마트폰, TV 시청 순이었다. 또 '학원이 즐겁다'고 답한 어린이는 매우 적었다.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책임지는 '논산형 학교 돌봄교육'
 
논산의 두 학교의 돌봄터 운영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사실상 온종일이다.
 논산의 두 학교의 돌봄터 운영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사실상 온종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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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동성초와 중앙초 학생 등 56명은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같은 학교 건물에 있는 학교돌봄터 교실로 달려간다.
 논산 동성초와 중앙초 학생 등 56명은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같은 학교 건물에 있는 학교돌봄터 교실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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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동성초와 중앙초 학생 등 56명은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같은 학교 건물에 있는 학교돌봄터 교실로 달려간다. 대부분 초등학교의 방과 후 돌봄은 학기 중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된다. 하지만 논산의 두 학교의 돌봄터 운영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로 사실상 온종일이다. 맞벌이 또는 한부모로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대신해 해당 학교-시, 도교육청-논산시가 방과 후 돌봄 교육을 자임하고 나섰다.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동성초 학교돌봄터의 경우 ▲낮 12시부터 1시까지 자유 놀이 ▲1시~2시 30분 요일별로 웹툰 미술-전래놀이-미술-원예-마을 강사프로그램 ▲오후 2시 30분~3시 간식 및 휴식 ▲오후 3시~4시 요일별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체육활동, 놀이활동, 독서활동 ▲오후 4시~5시 숙제와 자기 주도 놀이 ▲오후 5시~5시 40분 저녁 식사와 휴식 ▲오후 5시 40분~8시 자유 놀이로 돼있다.

정리하면 놀이-놀이-간식-숙제 및 놀이-식사-독서 및 놀이- 놀이다. 친구와 놀이나 운동을 방과 후 내내 할 수 있으니 하루가 짧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만든 어린이 놀이헌장의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차별 없이 놀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한다 ▲어린이는 다양한 놀이를 경험해야 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놀이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5개 조항을 적극 실천하는 셈이다.

방학 때도 돌봄은 계속된다. 방학 때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학교돌봄터 학생들은 학원이나 TV 시청이 주가 아닌 놀이와 독서, 체육활동을 하며 방학을 보낸다. 이를 위해 학교별로 센터장과 돌봄 교사(중앙초 2명, 동성초 1명)가 배치돼 있다.

프로그램은 놀이-놀이-놀이
 
논산형 학교배움는 상반기 교실 리모델링 공사 등 준비를 거쳐 지난 8월 말부터 문을 열었다. 세심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공간 만족도도 높다.
 논산형 학교배움는 상반기 교실 리모델링 공사 등 준비를 거쳐 지난 8월 말부터 문을 열었다. 세심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공간 만족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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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보안관이다. 논산형 학교돌봄터에서만 볼 수 있는 돌봄 보안관은 학생의 안전한 출입 지도와 안전한 귀가를 돕고 있다. 또  주변 순찰 강화, 소방안전교육  등으로 배움터 내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돌봄 보안관이다. 논산형 학교돌봄터에서만 볼 수 있는 돌봄 보안관은 학생의 안전한 출입 지도와 안전한 귀가를 돕고 있다. 또 주변 순찰 강화, 소방안전교육 등으로 배움터 내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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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초 학교돌봄터를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학교만큼 안전하고 믿음직한 교육 시설이 어디 있겠냐"며 "기대 이상으로 아이를 잘 돌봐줘 참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중앙초 학교돌봄터 교사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 돌봄터 가는 걸 너무 즐거워하고 기다린다'며 감사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마음껏 놀이를 즐기며 독서 등 문예체 소양을 기르는 데 프로그램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배움터 교실 앞에는 오가는 학생들을 마중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바로 돌봄 보안관이다. 논산형 학교돌봄터에서만 볼 수 있는 돌봄 보안관은 학생의 안전한 출입 지도와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 또 주변 순찰 강화, 소방안전교육 등으로 배움터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김윤희 논산시 아동복지돌봄과 아이꽃돌봄팀장은 "상반기 시 예산으로 교실 리모델링 공사 등 준비를 거쳐 지난 8월 말부터 문을 열었다"며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교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학교도 학교돌봄터를 운영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덧붙였다.

학교돌봄터를 처음 제안한 건 황명선 논산시장이다. 황 시장은 일터에서 아이 걱정에 마음 졸이는 학부모들을 보고 기존 돌봄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 찾기에 나섰다. 그 방안으로 맞벌이 부부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한 온종일 돌봄 서비스를 일선 학교와 논산계룡교육지원청(교육장 이진구)에 제안했다. 지자체-교육지원청-학교가 서로 힘을 합쳐 촘촘하고 안전한 온종일 돌봄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현재 운영비는 시비 50%, 나머지 50%(국비 25%, 도비 25%)로 충당하고 있다. 충남 논산처럼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는 올해 기준 논산시를 포함해 전국 11개 시군 19개 학교다. 하지만 지자체가 중심이 돼 온종일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는 흔치 않다.

앞서 가는 논산시 아동복지, '아동복지돌봄과' 신설
   
2021년 2월 23일 논산형 학교돌봄터 협약식. 왼쪽부터 이혜경 동성초등학교 교장, 황명선 논산시장, 이진구 논산계룡교육장, 안중섭 중앙초등학교 교장
 2021년 2월 23일 논산형 학교돌봄터 협약식. 왼쪽부터 이혜경 동성초등학교 교장, 황명선 논산시장, 이진구 논산계룡교육장, 안중섭 중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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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아동복지 돌봄과를 신설했다.
 논산시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아동복지 돌봄과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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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는 지난해 3월부터 만 24개월-초등 4학년 학생 중 돌봄 대상을 대상으로 주중 24시간 긴급 일시 돌봄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동, 강산, 대교동에 운영 중인 '논산시 24시간 아이꽃 돌봄센터'에는 돌봄교사 14명이 배치돼 있다. 이용 요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간당 2000원,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시간당 3000원이다. 두 자녀 이상 가구와 저소득 가구는 50%를 할인한다.

특히 논산시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아동복지돌봄과를 신설했다. 아동복지돌봄과에는 아동 친화팀(아동 양육시설 지원 등), 보육 친화팀(영유아 지원 및 어린이집 지원관리), 아이꽃 돌봄팀(아이 돌봄 지원), 드림 스타트팀(지역아동센터 지원, 드림스타트 운영) 4개 팀에 14명이 배치됐다.

논산시의 학교돌봄터는 돌봄 시간이 길고 전문 돌봄교사를 충분히 배치해 돌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를 신설, 지자체가 주도하는 돌봄이라는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화수 아동복지돌봄과장은 "학부모들이 가장 안전하고 믿음직하게 생각하는 곳은 학교"라며 "논산형 돌봄은 지자체-교육지원청-학교가 힘을 모아 학교를 통한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논산형 학교 돌봄터, #논산 동성초, #논산 중앙초, #논산시, #계룡논산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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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스쳐지나가버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의 생각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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