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울산 현대를 물리치고 1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포항이 20일 밤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21 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 에서 연장전까지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뒤 승부차기에서 5-4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포항은 지난 2009년 이후 12년만에 ACL 결승에 진출해 알 힐랄(사우디 아라비아)와 우승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원두재 퇴장, 그랜트 '극장골'
   
지면 끝장인 경기인 탓에 두 팀은 초반부터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다. 울산은 이동경을 중심으로 바코, 윤일록, 윤빛가람이 공격을 펼쳤고 포항은 폭넓은 활동량을 통해 체력적으로 버거운 울산을 공략해 나갔다.

선제골은 울산의 몫이었다. 후반 7분 설영우의 패스를 받은 윤빛가람이 낮게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을 포항 이준 골키퍼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해 볼이 흐르자 윤일록이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리드를 가져갔다.

선제골은 넣은 울산은 후반 14분 윤빛가람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데 이어 2분뒤 포항 임상협의 헤더슛을 조현우 골키퍼가 막아내는 등 유리한 고지를 계속 점해나갔다. 하지만 울산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2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원두재가 스터드를 든 체 포항 신광훈에게 태클을 가했고 주심은 곧바로 원두재에게 퇴장을 명령하면서 수적열세에 몰리게 됐다.

이러자 포항은 수적우위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올라오면서 울산을 강하게 압박했다. 후반 30분 그랜트의 슈팅을 시작으로 팔라시오스와 크베시치가 연달아 슈팅을 시도하며 득점을 노렸다. 포항의 공세 속에 울산 홍명보 감독은 이동경, 바코, 윤빛가람, 윤일록, 오세훈 등 기존 공격자원을 모두 빼고 박용우, 이청용, 신형민, 홍철, 김지현을 투입해 굳히기 작전에 들어간다.

포항이 두드리던 울산의 골문은 후반 추가시간 열렸다. 종료직전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크베시치가 올린 볼을 그랜트가 헤더 슛으로 연결했고 이것이 골문으로 들어가면서 포항은 기사회생했다.

승부차기에서 웃은 포항, 1년 전 아픔 씻어내
   
연장전에 접어든 포항은 체력싸움에서 앞서며 울산을 압박했다. 울산은 불투이스가 최후방을 사수하면서 제대로 된 슈팅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연장전에서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서 승패를 가려야했다.

첫 번째 키커 싸움에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울산의 이청용을 시작으로 김지현, 김기희, 박용우가 차례로 성공시키며 포항을 압박했으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불투이스가 뼈아픈 실축을 범했다.

이에 반해 포항은 첫 번째 키커 임상협을 시작으로 권완규, 김성주, 전민광에 이어 마지막 키커로 나선 강상우가 모두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이 승부차기 승리는 1년전의 아픔을 씻었다는 점에서 포항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9월 23일 열린 FA컵 준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두 팀은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 4-3의 스코어로 울산이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조현우와 강현무 두 팀 골키퍼의 맞대결이 관심을 모았는데 두 선수는 신들린듯한 선방쇼를 펼치면서 한치의 양보가 없는 승부를 펼쳤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조현우가 강현무의 슈팅을 비롯해 무려 3차례의 결정적인 선방했고, 승리는 울산의 몫이었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의 승부차기. 포항은 비록 강현무 골키퍼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으나 당시와는 달리 키커로 나선 5명의 선수가 모두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이는 포항의 결승진출로 이어지게 되었다.

또다시 울산 발목잡은 포항, 12년 만에 우승 도전

이날 경기는 울산의 우세가 예상됐다. 8강에서 연장승부를 펼친 울산과 달리 정규시간(90분)에 경기를 마친 포항은 체력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팀의 키 플레이어 신진호와 조커 고영준이 출전하지 못한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여기에 올시즌 상대전적도 포항에겐 불리했다. 정규리그 3차례의 맞대결에서 2승 1무의 성적을 거둘정도로 포항에게 강했던 울산이었기에 이 역시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마다 발휘되는 포항의 강인함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통한의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는 등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울산 원두재의 퇴장 이후 자신들에게 찾아온 유리함을 잘 살린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에 이어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중요한 순간에 다시한번 울산의 발목을 잡게 됐다. 2013년과 2019년 열린 K리그 최종라운드에서 포항은 두 번 모두 승리하면서 울산의 리그 우승을 저지시켰었다. 비록 지난해 FA컵 준결승에선 패하면서 결승진출을 지켜봐야했던 포항은 그 아픔을 올 시즌 ACL 준결승에서 완벽하게 설욕했다. 이날 승리는 올시즌 울산의 트래블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결승에 진출한 포항은 세르히우 파리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09년 이후 12년 만에 ACL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결승 상대 알 힐랄은 강력한 공격진에 사우디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즐비되어 있다. 또한 결승전 개최지가 사우디라는 점도 포항에 불리하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우승 당시 사우디의 강호 알 이티하드를 물리쳤다는 점, 올시즌 ACL에서 보여준 포항의 저력은 우승을 기대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