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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국도의 임실군 오수면 남악교차로에서 남원 방향으로 4.5km 진행 후 대정교차로에 진입하여 폭이 좁은 농로를 500m 더 가면 대정저수지에 도착한다.

대정저수지는 17번 국도에 붙어 있다. 저수지는 직사각형 형태인데 남쪽 가로의 제방 길이가 100m이고 서쪽 세로가 150m여서 전체 둘레는 500m 정도 된다.
 
대정저수지 아침의 백로
 대정저수지 아침의 백로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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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저수지는 가시연꽃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가시연꽃은 수련과의 잎이 커다란 수생식물로 가시연 또는 개연이라고도 한다. 줄기와 잎에 가시가 가득하여 개성적인 형태의 한해살이 수초다.

가시연꽃은 1종 1속의 멸종위기 야생식물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채취와 훼손을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 금지하여 법적인 보호 관리를 하고 있다. 저수지 안내판에 새만금지방환경청의 명칭이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대정저수지 아침 물안개
 대정저수지 아침 물안개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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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은 오래된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며 꽃은 7~8월에 긴 꽃자루에 홍자주색 꽃이 한 개씩 핀다. 올해는 10월 말 서리가 내리는 늦은 가을인데도 아직까지 가시연꽃이 개화하지 않고 있다. 꽃봉오리를 준비하여 수면에 삐쭉삐쭉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6시 40분. 대정저수지의 가시연꽃 꽃봉오리를 관찰하러 갔다. 저수지 수변에 왕버드나무와 방축의 소나무가 아침 여명 풍경을 연출한다. 가시연꽃 꽃봉오리가 수면에 가시 외투를 입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말방죽숲 소나무
 대말방죽숲 소나무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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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저수지 일출과 물안개
 대정저수지 일출과 물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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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 한 마리가 새벽의 저수지 수면을 비상한다. 백로 한 마리가 저수지 상류에 고요한 자태로 서 있다가 날아간다. 가시연꽃이 언제 개화할까? 열흘이나 보름 후면 꽃구경이 가능할까? 

18일 오전 7시 15분. 17일에는 64년만의 10월 한파 기상특보가 있었다. 18일 새벽에 된서리가 내렸다. 가시연꽃 꽃봉오리가 서리에 냉해라도 입었을까? 가시연꽃 꽃봉오리를 살펴보러 다시 갔다.

와, 멋지다. 아침 햇살을 배경으로 물안개가 저수지 수면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겨울 철새 물오리가 예닐곱 마리 떼지어 갈대숲에서 날아오른다. 아침 저수지의 물안개가 환상을 연출하고 아침 햇빛이 스펙트럼을 펼친다. 수면 위로 삐쭉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시연꽃이 서리를 이기고 피면 고맙겠다. 며칠 있으면 개화할까?
 
대말방죽 가시연꽃 자생지 안개
 대말방죽 가시연꽃 자생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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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저수지는 대말방죽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옛날 반보기 풍습이 유명했던 곳이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한가위 지나고 한가할 때 여가를 내어 중로상봉(中路相逢) 하던 곳이다.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반보기하던 풍습은 근친길과 화전길이 함께 어우러지는 뿌듯한 정경이었을 것이다.

대정저수지는 조선 시대 1752년에 출간된 남원군 인문지리서인 용성지(龍城誌)에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자의 제언조(堤堰條)에 대야지 방축(大也旨 防築)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대야지는 대야지(大野池)의 음차인 듯하다.
 
대말방죽 가시연꽃 자생지 일출
 대말방죽 가시연꽃 자생지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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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지 기록에는 대야지 방축의 규모를 둘레 1332척 3촌, 길이 340척 1촌, 너비 6척 3촌, 바깥 높이 17척, 안쪽 높이 12척 7촌 등으로 상세히 기록했다. 당시에 중요한 수리 시설로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지역에 구전되는 이야기가 있다. 남원 광한루와 둔덕방 대야지 화전놀이, 두 가지가 으뜸 되는 구경거리였다는 것이다.

대말방죽 1990년대 후반부터 가시연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꽃도 제법 컸는데, 해가 갈수록 점점 작아진 듯하다고 한다. 작년에는 이곳 저수지에서 가시연꽃을 볼 수 없었다. 올해는 가시연꽃의 개화를 이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늦가을에 가시연꽃 꽃구경이라니, '행복한 세상, 그대에게 행운을'이라는 가시연꽃의 꽃말에 공감한다.
 
대말방죽숲 왕버드나무
 대말방죽숲 왕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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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대정저수지는 대말방죽숲으로도 알려졌다. 2011년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저수지 둘레에 아름드리 왕버들나무가 줄지어 있고, 방축 둑에는 오랜 풍상의 세월을 이겨낸 노송의 자태가 의연하다.

대정저수지는 17번 국도에 가까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7km 위치에 소설 혼불의 무대가 되는 서도역과 혼불문학관이 있다. 아름다운 대말방죽숲과 가시연꽃도 구경하고 서도역과 혼불문학관을 방문하는 보람된 여정이 가능하다.

태그:#임실 대정저수지, #가시연꽃, #임실 대말방죽 반보기, #대야지방축, #대말방죽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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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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