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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간다. 피로감과 무기력함에 지쳐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바다 여행이 어떠냐고 했더니 세 명 모두 찬성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다. 철거작업을 하던 건물이 무너져 버스에 타고 있던 친구가 사고를 당한 뒤로는 마음이 약해졌다.

가을장마가 하늘을 말끔히 씻어 냈나 보다. 온통 파랗다. 바다 여행... 마음이 설렌다. 해제 반도를 접하는 신안 지도는 증도와 임자도를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75년 무안과 연륙 되었다. 서쪽으로 임자도, 남쪽으로 사옥도⸱증도가 있다.

9일 아침 9시 지도 송도항,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조그만 포구에 병어 축제가 열리고 증도 갯벌 등이 알려지면서부터 관광객이 들르는 필수 코스다. 사옥 대교, 증도대교, 임자대교 등으로 섬들이 연륙 되고부터 신안 북구권 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먼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고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송도에서 사옥도를 잇는 다리가 사옥 대교, 사옥도에서 증도를 잇는 다리는 증도대교다. 이제 다리는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교량을 넘어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증도대교를 지나 한 십 분쯤 달렸을까. 오전 10시 조금 지났다. 물이 빠진 탓인지 갯벌이 훤히 드러난다. 짱뚱어다리다. 갯벌은 한 마디로 생태계의 보고다. 증도갯벌 도립공원은 람사르 습지(람사르 협회가 등록, 보호하는 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이 서식한다.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숨쉬는 갯골 
 
짱뚱어 다리에 본 증도 갯벌 모습. 물길을 갯골이라 부른다.
▲ 증도갯벌 짱뚱어 다리에 본 증도 갯벌 모습. 물길을 갯골이라 부른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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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다리에서 내려다본 갯벌에 여러 갈래 물길이 보인다. 갯골이라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갯골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는 물고기들을 잡았다고 한다. 갯골 때문에 물이 빠져도 갯벌은 촉촉하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수분을 흡수하며 살아간다.

갯골과 짱뚱어, 게들을 살피며 다리를 건너는데 30여 분이 걸렸을까. 확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막혔던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다. 산골 출렁다리를 건너는 아찔함은 없지만 천천히 걷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니 우전 해변 짱뚱어 해수욕장이다. 해송 공원 숲 속 사이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해변 백사장에는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사박사박 걷고 있다. 발자국을 남기면서...
 
신안해저유물 발굴 인근 해역
▲ 증도  신안해저유물 발굴 인근 해역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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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신안 해저유물 발굴지다. 짱뚱어 다리에서 서쪽으로 멀지 않은 곳이다.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나온 도자기를 통해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원나라 무역선의 실체가 알려지게 된다. 유물 2만 4000여 점과 동전 약 800만 개를 발굴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신안 해저유물 매장 해역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신안 해저유물 발굴을 통해 14세기 송⸱원 나라의 도자기 연구를 비롯해 당시 한⸱중⸱일 3국의 교역 및 선박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발굴된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 광주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신안군에서는 증도 해안도로를 보물섬 길로 정하고, 기념비가 있는 일대에 해저유물 전시관 건립을 추진 중이라 한다. 유물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인 염전으로 향했다.

여의도 2배 규모라는 태평염전은 증도의 대표적인 염전이다. 소금의 전국 최대 생산지인 증도에서 자연과 느림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소금 힐링동굴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구들방에 드러누운 듯 등이 따뜻하다.  

밖을 나서니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소금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서라고 한다. 짠 맛일까. 단 맛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도 맛을 보기로 했다. 시원하면서도 짜고, 짠듯하면서도 달콤하다.

염전 입구에 있는 소금박물관이다. 소금창고를 이용해 전시관 및 홍보관 등으로 활용하는 듯했다. 인류의 먹거리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소금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소금 영상, 소금 조각, 소금 수묵화 등 소금에 관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소금은 소고기나 금처럼 귀해서 작은 금처럼 가치가 있어 소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밖에 인류 역사, 종교 등 소금에 관한 사료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소금 낙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영생식물원
▲ 염생식물원 소금 낙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영생식물원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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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끌어 올리는 수차 체험하기
▲ 염전 체험 물을 끌어 올리는 수차 체험하기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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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생식물원을 향했다. 함초는 염전의 1차 증발지에 무리 지어 사는 염생식물이다. 보라색, 녹색 식물들이 군락을 이룬다. 함초는 염분을 빨아들여 먹고사는 식물이라 한다. 소금 생산에 방해가 되는 식물인 셈이다. 

길게 조성된 식물원은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다. 보고 느끼고 쉴 수 있다. 한 참을 걷고 나니 소금 체험장이 보인다. 단체여행객인 듯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바닷물을 가두고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한다고 한다. 

천천히 즐기고 싶다가도 마음이 급해진다. 피로감을 느끼거나 볼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여행은 보고, 타고, 먹는 것이라고 하던가. 안내하시는 분이 강력 추천하던 소금 낙조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소금 낙조 전망대에 오르니 염전과 염생식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려 140여 만평, 여의도 면적의 2배라니 가히 크기가 짐작이 간다. 빠른 시간이라 낙조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태그:#증도갯벌, #염생식물, #신안염전, #신안북북권여행, #신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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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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