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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오는 21일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5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트경비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오는 21일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5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트경비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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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대전지역 아파트경비 노동자와 노동·시민단체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약자 중의 약자인 경비노동자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 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용역업체와 사용자만을 위한 개정이 되어 경비노동자들은 분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단장 심유리)'은 5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비노동자들을 감시단속직에서 제외하고, 초단기 계약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공동주택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에 수행할 수 있는 겸직업무를 청소 및 미화보조,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의 게시 및 우편수취함 투입, 그리고 위험발생 방지를 위한 범위에서 주차관리·택배물품 보관 등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 같은 경비원 겸직업무 범위 설정은 경비업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임기응변적 대처일 뿐, 경비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은 안중에도 없는 '행정편의주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는 기존보다 훨씬 더 늘어나게 된 반면, 사실상 법률에서 보장해야 할 노동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게 된 '개악'이라는 뜻이다.

이미 아파트 경비원들은 오랜 시간 경비업무 외 택배, 주차, 분리수거, 외곽청소, 화단관리, 조경, 행정사무보조 등 무수히 많은 잡무에 시달려 왔고, 경비업법 위반인 줄 알면서도 항의 한번 하지 못하고 늘 해고의 불안에 떨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령 개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또다시 경비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비노동자들을 '감시단속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경비'라는 이름 때문에 감시단속직으로 규정,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경비 외 관리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경비는 감시단속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도 '감시적 업무라도 타 업무를 반복해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는 감시단속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이미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동자'가 결코 아니며, 겸직업무 허용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감시단속직에도 위배되는 직군이 됐기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감시단속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이들은 요구한다.

이들은 또 '초단기 계약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1개월, 3개월, 6개월 등 초단기 근로계약으로 극도의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빠져있다면서 이 때문에 입주민들의 부당한 업무지시나 비인격적인 대우에도 참고 일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정부는 고용안정의 취지를 살려, 1년 미만 단기근로계약 사업장의 경우 정부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경비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자유로운 휴게시간과 제대로 된 휴게공간 보장 ▲1년 미만 근무자 퇴직금 지급을 위한 퇴직급여보장법 개정 ▲2022년 고용안정을 위한 교대근무제 개편 컨설팅 예산 확보 등을 촉구했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오는 21일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5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트경비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오는 21일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5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트경비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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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파트 경비원은 6개월, 3개월, 심지어 한 달짜리 초단기 계약을 맺는 '파리목숨'으로 표현한다. 휴게실은 형식일 뿐이며, 휴게시간은 업무 대기와 다름이 없고, 단지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한 평 남짓한 초소에는 화장실과 주방, 침상이 뒤섞여 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전기세를 이유로 경비노동자들 자비로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해도 못하게 하는 아파트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근무조건이 어떠하든 동대표와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님은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의 발효를 앞두고 경비노동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불법이었던 업무지시는 합법이 되고, 법을 빌미로 닥쳐오는 감원과 해고의 위험은 더욱 커졌다"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경비노동자 감원을 종용하는 입주민 투표는 대전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본인을 해고하라는 입주민 투표를 경비원 스스로가 들고 다니도록 하는 잔인함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경비원의 인권 침해는 입주민의 갑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받고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고용안정과 노동권이 파괴되고 있다면 이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인권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당사자발언에 나선 현태봉 대전세종지역서비스노조 대전경비관리지부 사무장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회에 바란다"면서 "경비원의 감원 동의서를 당사자에게 모든 집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아오라는 비인간적인 지시를 멈춰 달라. 출근 차량을 향해 경례하라는 지시를 멈춰달라. 휴게시간은 급여를 줄이기 위함일 뿐, 대부분 근무 시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고용노동부를 향해 "이번에 아파트 경비 관리원 업무 범위를 정했으나 현장에서는 오히려 책임이 커져 더 폭넓게 지시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규정한 범위 외의 업무는 지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행령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감원, 해고 이야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대단하지 않다"면서 "일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다만 우리도 하나의 인간으로 봐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성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갑질과 폭력과 괴롭힘의 대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전국 30만 명의 경비노동자들이 있다"며 "지난해 5월 강북구 우이동 성원아파트 최희석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에게 상습적으로 막말과 갑질을 당해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을 때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그 또한 잠시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달 30일 '대전경비관리노동조합'이 결성된 것과 관련 "이제 경비노동자들이 노예의 사슬을 끊고 당당히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찾으려고 한다"며 "대전시민사회는 대전지역 경비노동자 노동조합과 함께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며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경비노동자의 노동인권, 고용안정,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고, 지켜내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동안 대전지역 500세대 이상 275개 아파트에 근무하는 2700여 명의 경비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노동조건과 현황을 파악하는 실태조사 활동을 벌였다.

이 사업단에는 대전광역시노동권익센터와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대전세종서비스노조대전경비관리지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민주노점상전국연합충청지역연합회,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양심과 인권나무, 대전청년회,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 대전지역대학생연합(준), 진보당대전광역시당 등 14개 기관·단체·정당 등이 참여하고 있다.

태그:#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경비노동자, #감시단속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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