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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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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사업으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은 사실상 공공의 특권을 행사한 민간 사업이었다. 대장동 개발시행사인 성남의뜰에 참여한 민간업자들은 토지 강제수용권을 쥐고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수익 챙기기만 혈안이 돼 움직였다. 사업에 유일하게 공공 자격으로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조차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배당수익을 늘렸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은 성남시 대장동 91만여㎡ 부지에 사업비 1조3000억원을 투입, 아파트 5900여 가구를 짓는 택지개발사업이다. 해당 부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공공개발로 추진됐지만 2010년 무산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 2011년 공영개발 전환을 모색했다. 

공공의 이점 : 토지강제수용권 행사

2011년 당시 성남시는 1조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지방채 발행과 자체 예산으로 조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장동 개발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려던 계획은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재검토를 요구해 실행되지 못했다. 재원 조달을 위한 차선책으로 성남시는 도시공사를 설립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캠프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규모 개발 경험도 없었다"며 "타협책으로 위험은 민간사업자가 모두 부담하나, 성남시는 위험 부담 없이 상당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민관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2015년 3월 성남시는 공모를 통해 성남의뜰 컨소시엄(하나은행과 SK증권, 국민은행, 기업은행, 화천대유 등 참여)을 대장동을 개발할 민간업자로 선정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 컨소시엄과 함께 같은해 7월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을 설립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전체 지분 중 과반(전체 지분의 50%+1주), 나머지 지분은 민간사업자가 나눠 가졌고 성격은 엄연히 민간법인이었다.

하지만 지분 구조에 따라 성남의뜰은 공공기관에 부여되는 토지강제수용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현행 도시 및 환경정비법에 따르면, 민간특수목적법인도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지분이 50%가 넘으면 토지강제수용권을 갖는다. 지방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과반 지분을 가진 성남의뜰도 이 조건을 충족했다.

민간의 이점 : 분양가상한제 모두 면제

이후 성남의뜰은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면서 약 90만㎡에 달하는 대장동 일대 토지를 쓸어 담았다. 게다가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이 조성한 대장지구 택지에는 엄청난 이점이 있었다. 공공택지에서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대장지구 택지는 분양가상한제가 모두 면제됐다. 대장지구 사업시행자가 공공이 아닌 민간 특수목적법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실시되지 않아, 민간 아파트는 자유롭게 분양가 책정이 가능했다.

즉 대장동 택지는 분양 사업자가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황금의 땅'이었던 셈이다. 대장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이 본격 진행된 시점은 지난 2018년 12월. 당시 분양했던 대장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 84㎡ 기준으로 6억~7억원이나 됐다. 실제 판교 더샵포레스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080만원,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A1·2블록)가 3.3㎡당 평균 2030만원에 분양했다. 2018년 12월 당시 경기도 지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3억6000만원)의 2배 수준이었다.

공공의 권한인 토지강제수용권을 행사하면서 조성한 땅에 서민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먼 비싼 아파트들만 들어선 것이다. 화천대유 등 성남의뜰 지분을 가진 민간업자들은 대장동 개발에 따른 배당금은 물론, 택지를 공급받아 진행한 아파트 분양사업으로도 돈을 벌었다.

화천대유는 판교 더샵 포레스트 11~12단지 분양 사업자로, 하나자산신탁은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1~2단지 분양 사업자로 이윤을 남겼다. 아파트 택지도 모두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이들이 아파트 사업으로만 얼마의 이윤을 냈는지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공사업의 경우 택지보상비와 조성비, 토지소유주 등이 관보와 시보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돼 대략적인 이윤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간법인이 사업자인 대장지구는 이런 정보가 '민간 영업 기밀'로 분류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지난 2018년 행정감사에서 대장동 토지소유주 명단 등을 요청했지만,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개인정보가 관련돼 있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의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에서 거둘 분양이익만 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민관합동개발로 진행된 대장동 사업은 투명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는 공공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간사업자들은 땅 장사와 아파트 장사를 통한 이윤 추구에만 골몰했고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대장동 개발에 따른 이익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1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재명 캠프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민간개발로 그대로 두었으면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특혜를 성남시로 환수한 것"이라고 했지만, 민간 사업자들은 분양가상한제 면제와 토지수의계약 등 당시 부동산 제도의 허점을 통해 큰 수익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최대 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최대 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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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부지마저도 분양용지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도 개발 사업의 공공성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지역 가운데 A-9(221세대), 10블록(1200세대) 등 2개 용지는 당초 국민임대주택 사업지로 남겨둔 곳이었다. 대장동 개발에서 그나마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지였다.

그런데 지난 2017년부터 9차례에 걸쳐 토지 매각 공고를 냈지만 매번 유찰됐다. LH 등 공공사업자들이 30년 임대 조건이 붙은 토지에 응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땅이 팔려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예정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은수미 성남시장 인수위 시절인 지난 2018년 6월 민선 7기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배당이익 극대화 방안'을 만들었다. 임대주택 용지인 A-10블럭 일부를 분양으로 전환해 응찰자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가 조성토지공급계획 변경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계획의 승인권자가 성남시였다.

이에 따라 일사천리로 토지공급계획 변경 작업이 이뤄졌고, 지난 2019년 9월 A-10블록 용지에 공공분양(800세대, 공공임대 400세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3개월 뒤 LH가 이 땅을 샀고 현재 신혼희망타운 분양이 준비 중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토지매각에 따른 배당금 1800억원을 수령했다. 임대주택을 포기한 대가로 배당금을 수령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한 5500억원 공익 환수분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한 것이 이 배당금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당시 성남시가 재원 마련 문제 등으로 자체 개발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 공공개발로 추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며 "개발 사업 경험이 있는 경기도시공사와 합작 개발을 하는 방법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관합동개발이라고 하지만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도록 만들고, 배당금도 챙긴 것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태그:#성남의뜰,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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