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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동대학교방송국AU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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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 정규직이 큰 의미가 있겠어요? 특히 요새 젊은 사람들은 어느 한 직장에 평생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없잖아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전 검찰총장)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 학생들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이야기하던 중 나온 논란의 발언이다. 당시 한 학생이 윤 후보에게 '청년 일자리 창출과 기성세대의 부담을 동시에 해결할 절충안'을 질문했고, 이에 윤 후보는 '기존 노동시장 유연화'가 방법이라며 이같이 답했다(관련기사 : "손발노동은 아프리카나"... 윤석열, 노동 얘기만 하면 뭇매 http://omn.kr/1v7ro).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윤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금 격차, 근속기간, 차별과 갑질 등을 근거로 "임금만 같으면 비정규직도 괜찮다는 식의 발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윗세대는 정규직 평생직장 다니면서 청년들만 비정규직으로 평생 이직하라는 말이냐"며 "고용안정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발언"이라 비판했다.

과연 윤석열 후보 발언처럼 임금 차이만 없으면 비정규직 차별 문제도 해소될 수 있는지 따져봤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는 '임금' 뿐일까?

윤 후보 발언은 '임금만 같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적인 처우를 따질 때에는 임금뿐만 아니라 '그 밖의 근로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차별적 처우'로 규정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①] 고용안정성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 6월 27일 공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31%였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 6월 27일 공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31%였다.
ⓒ 직장갑질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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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고 있는 '임금 외의 차별적인 근로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유승민 후보도 지적한 '고용안정성'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경제 위축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직장을 잃을 위험이 크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 6월 27일 공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31%였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의 실직 경험률(6.2%)의 5배에 달한다. 비자발적 휴직 경험에 대해서도 '있다'고 응답한 비정규직 비율이 33%로 정규직의 비율(12.5%)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비정규직 차별 ②]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차별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도 나타난다.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산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지난 2월 <산업노동연구>에 발표한 논문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이 1% 증가하면 전체 노동자 1인당 산재 발생 비율이 0.7% 늘어난다.

김 위원은 "비정규직의 비중이 커질수록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것은 최근 논의되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실증적인 근거를 제공해 준다"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차별 ③] 복리후생

문제는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작업 환경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사회 안정망마저 미비하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 중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된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37.8%, 건강보험 49%, 고용보험 46.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각각 88%, 92.6%, 89.2%에 이른다.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8월 기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 비중이 약 2배 가량 차이가 난다.(자료: 통계청) 출처 :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
 2020년 8월 기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 비중이 약 2배 가량 차이가 난다.(자료: 통계청) 출처 :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
ⓒ 일자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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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궁극적인 해결방안?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캠프 측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발언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해서 임금의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형태별 월 평균 임금 및 증감' 자료에 따르면, 2004년 8월 비정규직 노동자는 월 115만 원으로 정규직 177만 원의 65.0%를 받았다. 2020년 8월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171만 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임금(323만 원)의 53%로 줄었다.
 
근로형태별 월평균 임금 및 증감(2004~2020).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자료 : 고용노동부)
 근로형태별 월평균 임금 및 증감(2004~2020).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자료 : 고용노동부)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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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고용안정성 희생... 임금 더 높아야"

윤석열 후보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 문제를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이 겪는 다양한 근로 조건에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용안정성, 복리후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노무사(노무법인 수)는 1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은 임금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과 복리후생 등 다양한 사내 규정에서 차등 적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1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맞추자는 게 아니라, 사업장이 달라도 임금이 같아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비정규직은 오히려 고용안정성이 희생되기 때문에 임금이 더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노동유연성이 높은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려면, 기업의 노동비용을 절약하는 데만 유익하지 않고 해고된 노동자가 새로운 직장을 선택해서 취업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같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윤석열 발언, #윤석열 비정규직, #비정규직 임금, #노동유연성, #고용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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