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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 득표에 성공하자, 이낙연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 득표에 성공하자, 이낙연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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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된 기막힌 현실이 어떻게 가능하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5일 충청권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완패하자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며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이 전 대표는 무료 변론 의혹 등과 같은 특정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이 지사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우회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10일 "정치인의 도덕성은 주권자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비리나 부정부패처럼 사적 목적으로 남용했느냐로 판단된다"며 "아마 제게 단 한 톨의 먼지나 단돈 1원의 부정부패라도 있었다면 (검경의 표적 수사 등으로부터)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는 것은 오는 11~12일 치르는 대구·경북, 강원 경선과 무관치 않다. 특히 약 64만 표의 향방이 결정되는 1차 슈퍼위크 결과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돼, 각 후보가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최대한 격차를 줄인 뒤, 호남에서 승부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충청권에서 50%를 넘는 득표로 승리하며 대세론을 등에 업은 이 지사는 1차 슈퍼위크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도덕성 문제' 파고들며 맹추격... 이재명 "한 점 부끄러움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왜 대통령은 이낙연이 돼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개인 비리나 의혹, 스캔들이 없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라는 점을 앞세웠다. 이낙연 캠프가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를 상대로 이른바 '네거티브 전략'을 펼친 배경이다. 이 전 대표는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유능한 대통령'을 기치로 내건 이 지사를 겨냥 "도덕적 흠결이 가장 큰 무능"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한, 음주운전 등의 도덕적 문제가 있는 인사는 내년 지방선거부터 공직 진출을 꿈도 못 꾸게 만들겠다면서 이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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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경선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당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첫 번째 지역별 순회 경선인 충청권에서 이 전 대표가 예상보다 큰 차이로 이 지사에게 패하자, 이 전 대표는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음주운전, 보은 인사, 무료 변론 의혹 등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는 대신 이 지사의 도덕성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본선 경쟁력에 우려를 표명하는 방식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권 재창출을 다른 후보가 할 수도 있지 않으냐'라는 질문에 대해 "물론이다. 그런데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계시는 분들이 좀 불안하다"며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뒤, "그분들의 정책이라든가 살아온 궤적이 걱정스러워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지도자가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한 분이어야 한다"며 "그리고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을 만큼 여러 분야에 균형 잡힌 생각을 갖는 그런 지도자를 지금 대한민국은 필요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데에 대해서 좀 걱정이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의 총괄정책본부장을 맡은 홍익표 의원도 전날(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재명 지사가) 도덕성 문제를 포함한 검증을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비켜 갈 수 있겠지만, 본선에서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집중될 때 과연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이재명 후보의 가족 문제나 변호사 무료 변론 문제 등은 이미 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했던 문제인데, 우리가 추가로 얘기하면서 언론이 이재명-이낙연 네거티브 논쟁으로 만들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10일 과거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던 사건들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인의 도덕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치인의 도덕적 흠결은 위임받은 권한을 주권자를 위해서가 아닌 사적 목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말한다"며 "감히 말씀드리건대, 정치에 입문한 이래 단 한 번도 사적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한 바 없다. 검경, 언론, 정권 권력 같은 기득권으로부터 온갖 공격을 받았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어 "1989년 2월 제가 성남에서 인권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며 경찰, 검찰, 기득권과 부딪히기 시작했고, 그들은 저의 정치생명과 생계 수단까지 끊어 놓기 위해 잔인하고 집요한 온갖 시도를 자행했다"면서 "어떤 탄압에도 살아남기 위해 `부패 지옥, 청렴 영생`을 외치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처신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는 무소불위 대한민국 정치 검사들이 이재명에게 없는 죄 만들려고 엉뚱한 사람에게 없는 죄 만들어 씌운 '이재명 먼지떨이 표적 수사'만 봐도 (도덕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순회경선에서 정견발표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순회경선에서 정견발표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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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64만 명의 표심은?... 각 캠프, '최대 분수령' 1차 슈퍼위크에 사활

이낙연 캠프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공세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오는 11~12일로 예정된 대구·경북, 강원 지역 순회 경선 결과의 중요성 때문이다. 각 지역 권리당원과 대의원, 그리고 현장 투표를 신청한 일반당원과 국민을 포함해 대구·경북에서는 1만 6170명이, 강원에서는 1만 6293명이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64만 1000명의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12일 1차 슈퍼위크로 이번 경선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예상하는 전체 선거인단 약 220만 명 중 30%에 달하는 규모다. 1차 슈퍼위크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추석 연휴 직후 이어지는 호남 지역 경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의 표심은 '본선에서 이길 후보'에게 흐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오는 25일 광주전남(12만 7000여 명)과 26일 전북(7만 6000여 명) 등 이틀 동안 20만 명 넘는 선거인단이 호남 지역 경선 투표에 참여한다.

이낙연 전 대표로서는 1차 슈퍼위크에서 최대한 이재명 지사와의 격차를 줄인 뒤, 추석 이후 열리는 호남지역 경선에서 판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 측은 "경선이 끝나면 모두가 함께하는 '용광로 선대위'로 뭉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절실하다"(박성준 선임대변인)라며 일찌감치 본선 진출에 대비한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태그:#이재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경선, #1차슈퍼위크, #대구경북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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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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