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06 07:10최종 업데이트 23.04.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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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 ⓒ 김종철

 
지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는 그 혼자만 나와 있었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설 즈음에도 그는 누군가와 전화통화 중이었다. 뒤늦게 기자를 알아본 그는 바로 자리를 안내했다.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다. '주말에도 일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는 "후배들은 오늘은 쉬고, (나는) 오후에 약속도 있고해서…"라며 웃으며 답한다.

그의 사무실에는 아직 제대로 된 회사 간판 하나 내걸린 것도 없다. 책상 서너개와 회의용 탁자가 전부인 말 그대로 조그마한 사무실이다. 그럼에도 책상 위에 널린 책이나 여러 자료와 파일 등 여느 언론사 편집국 못지않은 분위기는 어쩔수 없다. 지난달 기자와 만났을 때 그는 "후배기자 2명과 열심히 길을 닦고 있는 중"이라며 머쓱해 했다. 당시<뉴스버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의 단독 인터뷰로, 정치권에 '쥴리'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뉴스버스>는 이진동 대표 기자가 올해 초 만든 탐사전문 매체다. 그는 1992년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조선일보>와 <TV조선> 사회부장 등을 거친 배테랑 기자다. 주로 경찰, 검찰 등 사회법조분야를 맡으면서 기획과 탐사보도를 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진승현게이트'를 비롯해 '안기부·국정원 민간인 불법도청',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그의 보도로 시작됐다.  (관련기사: 이진동의 증언 "그는 미르 첫보도부터 제동을 걸었다" http://omn.kr/s12b)

한국 정치사회를 뒤흔든 대형 사건을 다뤘던 그가 또 다시 중심에 섰다. 내년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야권 유력후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보도를 낸 것.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다. 내용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인권보호관)가 여권 유력정치인과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을 만들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고발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손 검사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검찰 안팎의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여권인사와 기자를 상대로 한 고발사주 의혹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대검의 감찰이 바로 시작됐고, 정치권에선 연일 공방이 뜨겁다. '검찰의 쿠테타 시도'부터, '희대의 국기문란', '윤석열 게이트' 등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윤 후보의 대선 사퇴 뿐 아니라 야권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 보도 이후에 정치권으로부터 별도로 연락은 없었나.
"(웃으며) 일부 의원의 전화를 받긴 했지만 이전 만큼 따로 전화를 받거나, 그런것은 없다."

- 혹시 과거 법조출입 때라도 윤석열 후보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나.
"윤 후보와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잘 알지도 못한다. 혹시 과거 출입기자 시절에 검사들과 단체로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은 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내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묵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후보가 이번 보도에 대해 '증거를 내놓으라'면서 정치 배후와 공작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말 어이가 없다. 윤 후보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아무리 대권이 급하더라도 그렇지. 5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취재를 생각하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꺼낸 이유는 이렇다. 이 대표가 당시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 등 보수진영으로부터 엄청난 압박과 공격에 시달렸다.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총장으로부터 사주를 받아서 국정농단 보도를 했다는 악의적인 내용이었다. 다시 그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부대와 극우보수세력이 나를 공격했을때, 윤석열 총장은 그것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죠. 그런데 올해 1월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제 와서 우리가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검찰권 사유화' 등의 문제를 제기하니까, 갑자기 입장이 확 바뀐거예요. 대통령 탄핵 기획이라고 나를 비판했던 세력과 손을 잡고, 되레 '공작'과 '배후세력' 운운하는 저질 공격을 하고 있으니…"

- 오늘(4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논평에서 이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어떤 세력과 추잡한 뒷거래를 하길래 허무맹랑한 기사를 남발하는가'라며 여전히 '증거를 대라'고 주장했다.
"(웃으며) 무슨 뒷거래를… 그러면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일을 하고 있겠는가. 우리는 제보와 취재를 통해서 팩트를 쓸 뿐이다. 그에 대해 윤 후보쪽은 성실하게 해명을 하면 된다. 검찰총장까지 지내신 분이 언론 앞에서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과 의혹 제기에 해명보다는 '유착', '공작' 등으로 대응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텔레그램 조작 가능성은 상상일 뿐"

- 일부에선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SNS로 전달한 것 역시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보이며) 우리가 이미 보도했지만, 손 검사가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다. 김 의원은 이것을 그대로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에 '전달' 했다. 이 자료를 받은 사람에 그대로 손 검사의 이름이 남아있다."

그는 기자에게 텔레그램으로 자신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했다. 기자가 간단한 메시지를 이 대표에게 보냈고, 그는 또 다른 휴대폰으로 기자가 보낸 메시지를 '전달' 기능으로 송고했다. 물론 제3의 휴대폰에는 기자의 이름과 함께 내용이 그대로 전달됐다.

'만약 제3자가 손검사 이름으로 텔레그램에 가입해서 보낼 가능성은 없나'라고 묻자, 이 대표는 "그건 정말 공작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 말도 안되는 상상"이라고 일축했다. 1년 전에 제3자가 총장 직속의 대검 간부의 이름을 도용해서 고발을 사주한다는 것이야말로 소설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 대검에서 감찰에 착수했고, 손 검사의 컴퓨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을 것이고, (손 검사의) 컴퓨터에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포렌식으로 검사를하면…"

- 이미 기사에도 나왔지만, 고발장에 첨부됐던 실명 판결문 유출 과정은 검찰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윤석열 검찰의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그 실명 판결문 때문이다. 당사자 이외 법원과 검찰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것인데, 그것이 버젓이 야당의원에게 넘어간 것 아닌가. 검찰에서 이번 감찰조사에서 누가, 언제, 해당 판결문을 열람해서 유출했는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손 검사는 일단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는데, 그가 직접 (판결문을) 열람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물론이다. 해당 판결문 유출 과정을 조사하면서, 다른 제3의 인물들이 나올 수도 있다. 손 검사가 직접 판결문을 열람하지 않았다면, (판결문을) 유출한 당사자들과 손 검사와의 관계를 따져보면 된다. 당시 손 검사의 위치에서 자신의 부하에게 지시를 했을지도 모르지 않나."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가 건넸다는 '실명 판결문'이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실명 판결문은 법관이나 검사 등 수사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킥스(KICS, 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통상 일반인에 공개되는 판결문은 사진처럼 판·검사 이름을 제외하곤 익명 처리가 완료된 것들이다. ⓒ 판결문

  
"공수처는 골든타임을 놓쳐...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해야"

그러면서 그는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공수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과 같은 수사를 위해 만든것이 바로 공수처"라며 "취재과정에서 공수처 쪽에 문의를 했는데 '고발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일관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가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했다. 전직 검찰총장을 비롯해 현직 검찰고위간부와 전직 검사 등이 명백하게 검찰권을 사유화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냥 보고만 있다고 했다.

- 여당 쪽에선 검찰 감찰을 지켜본 후,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공수처는 이미 시기를 놓쳤고... 야당에선 윤석열 총장 이후 추미애와 박범계 장관의 검찰을 믿지 않는다. 이번 대검 감찰 결과를 윤 후보 캠프나 국민의힘에서 제대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국회 국정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 시간만 끌뿐이다.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

- 대선이 앞으로 6개월정도 남았는데, 만약 특검을 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하지 않을까.
"(고개를 흔들며) 시간은 충분하다. 물론 국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미 여당에서도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도 두달 정도였다.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그와의 이야기는 1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그 와중에도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주말에 쉬고있다는 후배 기자들과의 소통도 계속되고 있었다. '쉬는 것이 아니겠다'고 묻자, 그는 "지금 상황이 그래서…"라며 웃는다. 당초 이날 그의 오후 약속도 틀어졌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후속 취재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초 기자에게 "현재의 언론 지형에서 여러 매체들이 난립하고, 새 매체가 자리잡기도 쉽지 않지만,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는 매체가 있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었다. 그는 철저히 '사실은 사실대로, 의견은 의견대로' 쓰면서, 독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날 기자가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뉴스버스>와 이 대표를 향해 "언론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짓을 저지른 매체와 발행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퍼부었다. 그와 헤어지면서 논평을 전달했다. 그의 답은 "두고 봅시다"였다.

그의 말대로 '두고 보면' 될 것 같다. 누가 추악한 짓을 저지르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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