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은 사람>에서 선생님 경석 역을 맡은 배우 김태훈.

영화 <좋은 사람>에서 선생님 경석 역을 맡은 배우 김태훈. ⓒ 싸이더스

 
영화 제목처럼 출연 배우인 그에게도 같은 화두가 던져지곤 했다. <좋은 사람>에서 고등학교 선생이자 이혼한 남성 경석 역을 맡은 김태훈은 줄곧 상상하고 자신에게 질문하며 영화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다정한 선생님이지만, 무슨 사연에서인지 아내와는 이별했고 딸조차도 경석을 밀어내고 무시한다. 타일러도 보고 애원도 하지만 돌아오는 건 두 사람의 싸늘한 반응 뿐. 그러던 중 아이가 실종됐다가 교통 사고를 당한 채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심이 가는 건 경석이 가르치던 학생 세익(이효제)이다. 매사에 말수가 적고 반 친구의 지갑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는 세익을 쫓으며 경석은 내면에서 큰 괴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제법 영리한 구성의 영화다. 납치 및 상해 등 범죄 성사 여부를 관객에게 상상하게 하며 동시에 '좋은 아빠이자 남편, 선생'이고 싶은 경석 내면의 모순을 짚는다. 김태훈은 "촬영 이후 스스로 절대 좋은 사람은 아님을 느꼈다"고 재치 있게 운을 뗐다.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시니리오를 봤을 때 대단한 사건이 없고 일상적인 이야기인데도 긴장감이 있더라. 대중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석은 함부로 의심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려 하면서 끊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인물이었다. 선하고 착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건 잘 모르겠더라.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끼긴 했지만 좋은 사람 같진 않아 보였다.

나름 확고한 신념이 있는 인물이다. 근데 아이들을 좀 불편하게 할지라도 잘못된 부분은 정확히 가르쳐야 하는데 본인 선에서 묻어두잖나. 뭐 그 정도도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 있지만, 제 생각엔 본질적으로는 아닌 것 같았다. 술을 끊은 사람으로 설정이 돼 있는데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진 않았어도, 취하면 집에서 혼자 욕을 하든 물건을 부수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준비해갔다."


작품을 하면서 김태훈은 "학창 시절 선생님도 떠올려보고 지인 중 교육 공무원인 분들도 있어서 상상하며 인물을 만들어 갔다"며 "연기해보고 나니 정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야말로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좋은 사람> 관련 이미지.

영화 <좋은 사람> 관련 이미지. ⓒ 영화진흥위원회

 
세익 역으로 호흡 맞춘 이효제와 아내로 분한 김현정 배우에 대해 김태훈은 "정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며 칭찬의 말을 전했다. 

"실제로 효제 배우가 고등학생 나이기도 하고 현실감이 있었지. 근데 연기를 뻔하지 않게 표현하려 하더라. 김현정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됐는데 장면마다 온 감정과 에너지를 집중하더라. 카메라 밖에서도 그 감정을 유지하는 모습에 저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는 친구처럼 잘 지냈다.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 제가 먼저 전화해서 안부를 묻곤 했다. 상업영화가 아니고 제작비가 적으니 혼자 편집실에서 수십 번씩 이 영화만 보는 것 같더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감사했다." 


사람과 배우로서의 고민들

벌써 김태훈의 경력도 24년이 되어 간다. 연극, 상업영화, 독립영화를 두루 거치며 선역이든 악역이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최근까지도 tvN 드라마 <나빌레라>, 영화 <미션 파서블> 등으로 종횡무진했다. 김태훈은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과 고민이 많다"고 운을 뗐다.

"제 얼굴에 선함과 악함이 공존한다며 작품에 불러주시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정말 밝은 캐릭터도 해봤고, 비열하고, 악한 역할도 해봤다. 스스로에겐 아쉬움이 있다. 그걸 채워나가고 싶다. 예전에 독립영화를 한창 할 때 부산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는데 맞은 편에 먼저 오셨는데 절 못 알아보시더라. 기분이 되게 좋았다. 영화 속 캐릭터로 다르게 보였던 거니까. 앞으로도 인물마다 다른 색깔로 보이는 배우이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민하듯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스스로에겐 당근보다 채찍을 많이 주는 편이라 종종 힘들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게 제 힘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연기를 오래 하신 선생님들을 뵈어도 똑같다고들 하시더라.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어려운 게 연기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동시에 실제 경험과 상상력을 어디까지 한계를 둬야 하나 생각하곤 한다."

 
 영화 <좋은 사람>에서 선생님 경석 역을 맡은 배우 김태훈.

영화 <좋은 사람>에서 선생님 경석 역을 맡은 배우 김태훈. ⓒ 싸이더스

 
최근 그는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전 소속사와 충분한 합의 끝에 내린 아름다운 결정이다. 김태훈은 "좋은 마음으로 다른 변화가 필요할 때인 것 같았다. 지금의 대표님과 여러 얘기를 하다 보면 애정을 갖고 같이 방향성을 고민하는 게 힘이 된다"며 "이제 한 작품을 같이 했는데 여전히 기분 좋게 얘기 나누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그는 "독특한 영화, 독립영화도 참 좋아하는데 큰 영화도 좋아한다"며 "장르 상관없이 제가 매력을 느끼면 참여하게 된다. 큰 영화에서도 나름 잘 해보고픈 마음이 있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나름의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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