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일'에 국권침탈의 뼈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나라사랑 실천을 위해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지만 상당수 관공서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경술국치일'은 일제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빼앗은 '한-일 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공포한 1910년(경술년) 8월 29일을 말한다.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 체결 권리를 넘긴다는 순종의 위임장을 받은 이완용이 당시 조선통감이던 테라우치 마사카테와 '조약'을 불법적으로 체결했던 것이다.
경남도의회는 2016년 6월 '경상남도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 선양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도록 하고 이를 홍보하기로 했다.
당시 조례 개정안은 김윤근·이병희·조우성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당시 의원들은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해 일제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은 날을 되새겨 이같은 역사적 아픔을 겪지 않도록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했다.
경술국치일의 조기 게양은 전국 상당수 지자체에서 조례로 만들어졌다. 관공서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민간기업, 단체도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기를 달아야 한다.
태극기뿐만 아니라 단체(기관)기, 새마을기도 함께 조기로 달아야 한다. 조기는 깃봉에서 깃면의 세로 길이만큼 내려 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29일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창원과 김해 일부지역의 관공서를 돌며 조기 게양 여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관공서가 조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특히 관련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던 경남도의회마저 조기 게양을 하지 않았다.
경상남도청, 경상남도교육청, 창원지방법원, 창원중부경찰서, 창원교육지원청, 창원시청,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경남자유회관, 경남보훈회관, 창원세무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창원소방서, 창원우체국은 제대로 조기가 달려 있었다.
경남도청은 입구 화단에 있는 18개 시·군기도 모두 조기로 내려 달았다.
그런데 경상남도의회, 경상남도경찰청, 창원 의창구청 별관, 창원지방검찰청, 경남무역회관,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경남교총, 경남개발공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경남연구원,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통계청 창원사무소, 경남지방병무청, 창원준법지원센터는 조기를 달지 않았다.
또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 한국은행 경남본부, 창원시새마을회관, 농협중앙회 창원시지부, 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창원중부모범운전자회,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삼정자초등학교도 마찬가지로 조기 게양이 아니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조기로 내려 달았고, 경남도의회와 경남경찰청 등 일부 관공서는 지적을 받고 난 뒤에 조기를 게양했다.
창원 성산도서관은 태극기만 조기로 달고 '창원시기'는 내리지 않았다가 지적을 받은 뒤에 같이 내려 달았다.
'조기 게양'을 하지 않은 경남개발공사는 깃대가 3개이지만 태극기를 중앙이 아니라 맨 왼쪽에 매달아 놓았고 오른쪽에는 '단체기'를 달고 중앙은 비워져 있었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창원)은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아 그 정신을 기리도록 한 것인데, 조기를 달지 않은 기관은 즉시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극기'에 관심이 많은 김종부 전 창원부시장은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아야 한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경남도와 지자체에서 이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조기는 태극기와 함께 다는 다른 깃발도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태극기 게양이나 관리에 대해, 그는 "'국기법'에 보면 태극기는 무조건 중앙에 달도록 되어 있다"며 "또 '국기법'에는 깃봉의 경우 황금색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훼손된 국기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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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9일 창원 성산도서관. 경술국치일에 태극기와 모든 깃발을 조기로 달라야 한다. 아침에 이곳은 태극기만 조기로 되어 있었고 이후 지적을 받고 창원시기도 조기로 달았다. |
| ⓒ 윤성효 | 관련사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