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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건강과 관련해서 시민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건강과 아픔, 의료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자 합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김철환 활동가님께 청각장애인들의 코로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국내 청각장애인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약 37만 명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이 더 단절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코로나가 일상이 된 지 2년 차인 현시점에서, 청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어떤 어려움이 있고,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에서 인권 관련 상담 및 인권 개선 정책 관련 활동을 하는 김철환 활동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996년 평택 에바다 농아원생 사건 때, 개입하면서 장애인 인권문제에 눈을 뜨고, 그때부터 장애인 인권개선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 코로나 이후 농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참 다양할 텐데, 먼저 의사소통 문제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농인들이 겪은 의사소통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수어는 단순히 손이나 팔의 움직임으로 전해지는 말이 아니에요.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전해지는 부가적인 정보가 많거든요, 그런데 입 모양이나 이런 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니, 아무래도 소통 단절이 되죠. 그런데 이건 수어 쓰는 분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쓰시는 분들도 대화를 위해 소리를 확대 하게 되면 오히려 그 소리가 웅웅거리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스럽게 대화하려면 아무래도 상대방의 입술모양이나 표정을 봐야 되는데, 마스크를 쓰니 확인할 수 없고, 표정도 볼 수가 없어서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죠.

일례로, 청각장애인 분이 위 통증이 있어서 약국에 갔는데,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밤새 설사로 고생한 적도 있고, 그게 만약 마스크가 없었다면 구어를 하면 입모양 보고 소통이 됐을 거고. 수어를 하더라도 상대방 표정을 보고 대략 이해해서 소통이 좀 더 되었을 텐데 그런 문제가 있죠."

"'눈치껏 의사소통'에 적응, 달리 말하면 차별에 순응"

- 투명마스크를 제작한 민간업체도 있긴 한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투명마스크가 장애인 분들에게도 보편화 되지는 않은 거지요?
"네, 일부 복지 쪽 공공기관에서는 투명마스크를 쓰기도 하는데, 아직은 보편화 되어있지 않아요. 사실 그 투명 마스크 부분이 플라스틱 제품이다 보니, 입김이 서려서 막상 잘 안 보이는 문제도 있고 국내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입술 모양 부분만 투명으로 되어있다 보니, 전체적인 표정은 볼 수가 없어서 한계가 있어요. 국외 제품 중에는 전체가 투명인 게 있지만 단가가 높고, 그래도 그런 제품들이 나오고, 기관에서 착용해주면, 장애에 대해서 더 신경을 쓴다는 거기 때문에 그 부분은 좀 긍정적이죠.

아무래도 코로나로 마스크를 착용한 지 2년째이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요. 좋게 말하면 마스크 착용한 상태에서 눈치껏 의사소통을 하며 적응을 했기에 작년보다는 소통이 좀 나아졌다고 보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차별에 순응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을 때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 같습니다. 2020년에 일부 지자체에서 그림 글자판과 영상전화기를 설치해 의사소통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수어통역도 지원하려 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의사소통에 좀 개선이 되었는지, 2020년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초기에는 많이 우왕좌왕했죠. 준비를 못 하다 보니까. 근데 준비를 못했다는 것도 어쩌면 좀 변명일 수 있는 게 과거에 메르스도 있었고 이런 대규모 감염병들이 많았는데 준비를 못 했다는 거는 장애인 쪽에 그만큼 관심을 안 뒀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깐 초기엔 많이 미흡했어요. 정보를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복지부 홈페이지라든가 질본에서 나오는 정보도 그렇고 거의 다 텍스트나 그냥 동영상 음성으로 되어있다 보니, 그래서 초기에는 저희도 개선을 위해 진정도 많이 내고 그랬죠.

그런 과정에서 정부가 감염병 관련 지침들을 변경하면서, 선별진료소에 용품 배치 기준 등이 계속 업그레이드되었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림글자판도 배치가 돼서 많이 나아지긴 했어요. 이전보다는 선별진료소에서 장애인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편이고요. 또 청각장애인 분들도 좀 연세 있으면 가족들이 같이 가서 소통을 돕는 것도 있고, 그러다 보니 불편이 줄고는 있죠." 

- 또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초기에는 브리핑에 수어통역사가 없었던 문제도 있었어요. 또 감염병이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복지시설 서비스를 중단 내지 축소시켰어요. 수어 통역을 지원하는 곳도 복지 시설이기 때문에 내방이 금지되고 수어 통역이 전면 중단된 적도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선별진료소에서 아무리 수어통역을 제공하려 해도 통역사를 못 구해서 못했죠.

진료소에서 수어통역을 지원하라는 지침이 있어도, 센터에서 통역사를 파견하지 않거나, 동행하지 못하게 하는 지역이 많았죠. 또 손말이음센터라고 영상을 통해서 소통을 지원하는 곳이 있는데, 막상 영상전화기가 없어서, 수어통역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영상전화기는 지금도 비치가 안 된 곳이 많아요.

그래도 지금은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수어가 부각이 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목소리를 정부가 받아들여서 수화통역에 크게 개선된 부분도 있었고, 시민들이 이전보다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인식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이러니하죠." (웃음)

- 농인분들은 어떻게 코로나 관련 정보를 얻으시나요?
"초기에는 질본 전화 1339도 전화로밖에 응대가 안 되었고, 복지부 홈페이지, 질본 홈페이지도 그렇고 수어를 제공해주는 곳이 거의 없어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어요. 다 텍스트 정보로만 되어있으니까.

농인들은 수어가 제1언어이고, 한글은 제2언어에요. 마치 청인(청력의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영어가 제2언어인 것처럼요. 사람에 따라 영어를 계속 배워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잘 못 하는 사람이 있듯이, 농인들도 마찬가지로 한글이 제2언어로, 상대적으로 청인에 비해 한글 해독 능력이 약합니다.

코로나 관련 정보를 텍스트로 충분히 써준다고 해도, 충분하지가 않아요, 자기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눈에 확 들어오지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장을 수어로 번역해주는 게 필요한데, 인공 와우, 보청기를 많이 쓰는 젊은 층은 텍스트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만, 중년층의 경우는 이런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정보전달 방식은 개선됐으나 정보전달은 미흡"

"저희도 그렇고 많은 단체에서 정보전달 개선을 요구하다 보니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별도로 수어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코로나19 관련 여러 가지 지침이나 대응을 설명하는 수어들도 만들어지다 보니.

몇 군데 지역에서는 민간영역에서 코로나 관련 정보를 수어로 통역해서 올려주기도 하고요. 그 영상을 카톡으로 주고받기도 하고요. 요즘은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하기도 했고, 아바타가 수어로 코로나19 방역지침 요령을 표현해주기도 해요. 

뉴스 브리핑 수어통역을 통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이죠. 뉴스브리핑이 계속 있는 것도 아니고, 아바타 영상이 제공되는 곳도 특정 열차나 일부분이라 제때 즉각적으로 정보 얻기는 힘듭니다."

-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을 때, 병원에서 방역을 이유로, 수어통역을 제한하여,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전히 수어통역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나요? 농인들이 아플 때, 진료문의나, 진료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공 영역 보건소는 조금 나아졌어요. 그렇지만 민간영역의 경우, 훨씬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한참 멀었죠. 정부나 인권위도 민간영역에는 (권고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초기에는 수어통역사가 없으니까 진료 못 한다고 아픈데 환자 되돌려 보낸 사례도 있었어요. 청각장애인이지만 구어를 하셔서 입모양 보면 의사소통이 되는 분이신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잘 안 들려서 의사선생님한테 한 번 더 설명해달라고 하니까, 간호사 부르면서 이분 데리고 나가라고, 간호사가 알려줄 거라고 그런 식으로 응대한 경우도 있었고요. 

장애 인식 부제로 일어나는 일이기에, 저희가 이런 내용으로 해당 병원에 시정 요청하고 그랬죠. 그래도 병원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이런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나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초기에 수어 통역이 초기에 중단되었을 때는, 청각장애인이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죠. 아파도 그냥 참거나, 아니면 약국 가서 그냥 약 대강 사 먹거나.

작년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처방을 허용했었어요. 감기약 같은 거는 사먹을 수 있게 근데, 이게 청각장애인에게는 또 해당사항이 없는 거죠. 병원진료도 그렇고 약국에서도 그렇고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가 없어요.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볼 수가 없기에. 

병원가면 의사 문진을 통해 대부분 초기 증상을 찾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문진 자체가 많이 힘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일방적으로 의료진이 이야기하고 처리해버리고 마스크로 소통장벽이 더 심해졌죠."

- 코로나로 인해 청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또한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벌써 2년째 대면과 원격을 병행해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대학생이 특히 좀 힘들었죠. 초중고도 힘들었지만, 부모가 도움을 주는 반면에, 대학생의 경우는 부모의 역량이 벗어난 곳이고, 또 학생이 본인 스스로 자기가 장애가 있다고 드러내지 않으면 학교가 모르기에, 청각장애 학생들이 과목 수강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초기에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자막 동영상을 만들지 못하다 보니까 온라인 공개강좌 K-MOOC, KOCW에 있는 과목이나 유사과목을 수강하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근데 KOCW는 자막이 전혀 없어서, 아예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K-MOOC는 자막이 있는 영상들이 좀 있는데, 이런 영상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유사과목으로 인정 안 되는 것도 많았고. 

또 대학 교육이라는 게 교수님이 찍어주는 과목만 보는 건 아니잖아요. 좀 더 자기 분야를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다른 서적을 본다든가 다른 영상을 봐야 되는데 자막 제공이 안 되다 보니, 그런 지식을 얻는 경로가 상대적으로 많이 차단되어 있죠.

또 줌(ZOOM) 같은 경우도, 공개세미나 등에서 수어통역제공이 안되거나, 수어통역이 제공되어도, 그 화면이 너무 작아서, 수어통역 제공화면을 크게 보면 발표자나 다른 사람의 발표화면을 못 띄우는 경우도 있고 구어를 하는 학생의 경우도 발표자가 외부에 있어서 마스크 쓰고 발표하면, 입 모양도 못보고 소리도 발표소리 외 외부 소음 때문에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요.

또 음성인식 자막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사람이 직접 듣고 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정말 부정확하고 이상하게 자막을 제공해서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한계가 있습니다."

"수어, 자막 없는 온라인화는 소통을 단절시키는 또 다른 벽"

- 그 외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모든 게 다 온라인화가 됐잖아요. 행사도 온라인 하고 토론도 온라인, 회의도 온라인으로 하고 다 온라인화가 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수어통역이나 자막 지원이 잘 안 돼요. 

장애인 관련된 성격의 행사면 자막, 수화를 지원을 해주는 분위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원이 거의 안돼요. 사회가 온라인을 통해서 소통하고 세상을 보게끔 되었는데, 청각장애인한테는 완전히 절벽이에요.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서 공공영역에서는 손을 대고 고치려고 하고 있지만 사실 공공영역은 작고 민간영역이 커요. 그리고 민간영역은 정부가 규제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정부가 돈으로 지원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급선무로 필요한 지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어 쓰는 분들이 많이 부각이 되었지만, 보청기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받는 불편도 많습니다. 보청기가 사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확대해주는 거기 때문에 공개석상에서 회의를 한다거나 지하철을 탄다거나 했을 때, 외부 소음에 묻혀서 상대방 소리를 듣기 어려워요. 소리를 키워도 특정 음만 키우는 게 아니라 외부소음까지 다 크게 들리게 해서, 막상 듣고자하는 소리는 웅웅거리게 들려요.

그래서 '루프'라고 어떤 특정 공간에 들어오면 보청기에 있는 모드를 텔레코일 모드로 바꿔주면, 강연자 내지, 방송 등 듣고자 하는 소리만 뚜렷하게 들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요. 외국은 이게 보편화되어있는데, 우리나라는 국회 법률안은 올라갔지만 계속 계류되고 있어서 안타깝죠.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착용하시는 분들이 겪는 불편함도 사회에서 많이 공감하고 신경 써줬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인식개선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스크를 하고 있더라도 청각장애인이라고 인지가 되면 글로 써준다거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준다면 어려움이 경감되거든요. 아무리 법과 제도가 잘 되어 있어도 인식이 부재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시민들의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 인식도 같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 기자 및 글쓴이: 김정연(서울대 간호대학원 박사과정생), 이도연(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수료생)


태그:#청각장애인, #코로나, #어려움, #의사소통,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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