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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7월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7월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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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나쁜 쪽으로 예상이 들어맞았다.

한 달 전인 7월 1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8월 중순에 2300명까지 증가한 후에 감소할 것으로 추계한다. 다만 거리두기 시행 효과로 전파 확산이 통제되는 경우에는 8월 말 경 600명대 규모로 감소한다"라고 밝혔다.

거리두기 시행 효과가 뚜렷한 반전세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8월 중순 2300명이 현실화됐다. 이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4단계가 수도권에 적용됐음에도, 델타 변이 유행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완만한 감소세였다가, 지난 주말부터 다시 확산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의 이유에 대해 휴가철 이동을 통한 감염, 휴가철에 감염됐던 이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하면서 지역사회에서 2차, 3차 전파가 일어나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확산세가 시작된만큼 정점이 어딘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우세종이 된 델타 변이... 줄어들지 않는 이동량 
 
5일 오전 창원 만남의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 상황.
 5일 오전 창원 만남의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 상황.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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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방역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먼저 '델타 변이'라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2.5배가량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우세종이 됐다. 국내 감염 사례중 델타 변이 검출률은 7월 4주차에는 61.5%, 8월 1주차 73.1%로 1주 사이에 11.6%가 증가했다. 이는 조만간 델타 변이가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접종률로 '집단면역'을 달성했다고 자부했던 국가들에서 다시 대규모 코로나19 유행이 일어날 정도로 델타 변이는 강력하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던 거리두기 체계가 아무리 고강도라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풀어졌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거리두기가 국민들을 지치게 만든 데다가,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상황은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기초로 이동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이동량은 2억 3341만 건으로, 기존 거리두기 2단계였던 6월 말 2억 3751만 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거리두기 1단계에서 이동량이 2억 4751만 건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동량 감소가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주 이동량이 3차 대유행 당시인 1월달에 비해 30% 이상 높다고 밝혔다. '이동량 감소'를 통한 사람간의 접촉을 막는 것이 거리두기의 목표라고 본다면,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가 무색해지게 만드는 결과다.

4단계+알파는 가능할까?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단계가 길어지니까, 이행력과 순응도가 많이 떨어졌다"라며 "거리두기 이행력을 강제할 만큼 사람들에게 위기를 명확하게 인식시키거나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다시 유행 상황이 악화되는 걸로 봐서는 4차 대유행이 끝나는 데는 한참이 걸릴 수도 있다"라며 "모델링 예측 결과도 좋지 않다. 재생산지수인 R값이 1.1~1.2가 나와 8월 말에 3000명에 도달할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겨울처럼 카페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게 하고, 9시로 영업시간 제한을 하며, 전국 단위 유흥업소 집합금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라며 "정부가 소상공인 손실을 모두 보상하면서, 거리두기 강화에 대한 제스처를 확실하게 취하는 정책적 결정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 효과가 과거 3번의 유행과는 달라 확진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다만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시간을 버는건데, 접종률이 올라가지 못해서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수도권은 4단계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는 4단계로 올릴 수 있다고 보지만, 수도권은 4단계+알파를 할 경우에 여러 영역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더 강하게 한다고 해서 감소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더 강력한 방역조치를 했음에도 국민들이 과거처럼 이동이나 모임을 줄이지 않거나, 정부에 대한 불만만 커진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 역시 막대해진다. 정부가 쉽사리 '4단계+알파'를 꺼낼 수 없는 이유다.

위드 코로나? 시기상조... 3차 대유행 때 의료 위기 반복될 수도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심상권 일대 폐업한 일부 가게들이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심상권 일대 폐업한 일부 가게들이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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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유행이 일어나자,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로 인해 사실상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려운만큼 지금부터라도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고위험군의 사망·중증화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치명률이 줄어들었으니 일명 '위드 코로나'로 대응책을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낮고 60대 이상 2차 접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현재 중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의료체계 여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현균 건국대 감염내과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중증 환자 수는 심각했던 3차 유행의 정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증가했다"라며 "하루 확진자가 겨우 2천명도 안 되는 상황에 호들갑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민간의료의 경우 기존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코로나로 급증한 의료부담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코로나 환자가 너무 많아서 정규입원이나 수술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지금 동원하고 있는 역량이 기존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라며 "우리나라 ECMO(에크모, 체외막산소공급장치)의 40%를 코로나19 환자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아닌 ECMO가 필요한 상황에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이 방치되어 상황이 더 악화되면 코로나 환자 치료나 일반 환자 치료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희생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며 "그래서 대책없이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를 해야한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쉬운 병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코로나19를 감당하기 위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로만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 역시 "40~50대 환자로 중환자실이 꽉 차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현 상황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선 방역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동의하지만, 적어도 50대 이상 접종이 완료되면 그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지금 코로나19 대응을 바꾸면, 접종률 자체가 너무 낮아서 중환자 진료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코로나19, #위드코로나,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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