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는 8살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학살당했고, 그 학살로 많은 가족을 잃고 혼자 오랜시간 고통속에 살아왔다. 오늘 이자리에 있기까지는 광장히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오게 됐다. 한국에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위해 한국 방문을 세차례나 했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사실에 대해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한국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 듣고 너무 반가웠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티 탄씨는 간담회에 참가해 “한국정부는 우리가 겪은 고통에 대해 그동안 철저히 외면해왔다”고 비판하며 “특별법이 속히 제정되어 한국정부가 피해사실만이라도 제대로 조사하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한국사회에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 한국사회에 진실규명을 다시 한번 호소하는 응우옌 티 탄씨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티 탄씨는 간담회에 참가해 “한국정부는 우리가 겪은 고통에 대해 그동안 철저히 외면해왔다”고 비판하며 “특별법이 속히 제정되어 한국정부가 피해사실만이라도 제대로 조사하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한국사회에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 이재정 TV 유튜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티 탄(Nguyễn Thị Thanh, 61세)씨는 한국 국회의 특별법 제정 노력에 대해 반가운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지난 두달간에 걸쳐(6.30~7.22) 세차례 열렸던 '베트남 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속간담회'에서 베트남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가해 아픈 과거와 현재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응우옌 티 탄씨는 한국정부가 민간인학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는 "(1968년) 퐁니퐁넛 학살, 우리 마을에서 죽은 사람들은 대다수가 저와 같은 어린 아이였거나 여성들이었다. 수많은 목숨들이 굉장히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것이 이 퐁니퐁넛 학살이다. 저 뿐만이 아니라 이 학살의 생존자들, 가족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이 학살을 기억하고 있고, 이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한번도 우리를 찾아온 적 없고, 이 사건에 대해 단 한번도 관심을 갖거나 이 사건의 실제에 대해 저희에게 물어보거나 조사한 적이 여지껏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정부는 우리가 겪은 고통에 대해 그동안 철저히 외면해왔다"면서 "저를 포함해 103명의 베트남 피해자들이 한국정부에 청원서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제 한국정부가 이 사실을 알게되고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굉장히 기뻐했다. 저는 이 청원서가 오히려 저희를 더 슬프게 할 것이라거나, 이 청원서를 받아든 한국정부의 지금 태도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특별법이 속히 제정돼 피해사실만이라도 제대로 조사하길 바란다. 역사적 진실이 밝혀져야 이런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므로 제발 간절한 마음을 다해서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한국사회에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한-베 수교 30주년 앞뒀지만... 해결 못한 숙제

내년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1955년부터 20년간 이어졌던 베트남전쟁에 한국군은 약 35만명의 군인을 파병했다. 1964년에서 1973년까지 8년 6개월간 한국군 피해는 사망 5099명, 부상 1만 962명으로 추정된다. 반면 구수정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민간인 학살 피해자는 약 9000명으로 추정된다(관련 기사: "살아남은 내가 진실 말해야"... 그분이 돌아가셨다). 
 
베트남전 관련 빈안학살(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최대 민간인학살로 알려짐) 생존자 응우옌떤런씨는 지난해 11월 숨졌다. 그는 생전 빈안학살 당시의 비극적 상황을 20년간 증언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베트남 피해자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여 국회에서 한국 정부에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 이재갑 작가)
 베트남전 관련 빈안학살(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최대 민간인학살로 알려짐) 생존자 응우옌떤런씨는 지난해 11월 숨졌다. 그는 생전 빈안학살 당시의 비극적 상황을 20년간 증언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베트남 피해자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여 국회에서 한국 정부에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 이재갑 작가)
ⓒ 한베평화재단, 이재갑

관련사진보기

 
1999년 구수정 당시 베트남 특파원이 한겨레21을 통해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보도한 이래 학살피해 마을의 의료지원을 비롯해, 작가단체및 다양한 민간부문의 교류가 '미안해요 베트남'운동의 일환으로 이어졌다. 한겨레사는 46주간 캠페인을 통해 앞지면을 할애하며 이 사건들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고, 긴 펀딩캠페인을 통해 10만달러를 모금해 2003년 베트남 푸옌성에 한베평화공원을 설립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지만, 참전군인들의 한겨레신문사 난입으로 한때 윤전기가 멈추는 등 이 문제로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활동과 지원은 '미안해요 베트남'운동을 계승하고 베트남전쟁에 대한 성찰을 통해 평화로 나아가고자 2016년 설립된 한베평화재단을 주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몇 종의 교과서에서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한 언급이 있고, 제주 강정마을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베트남 피에타' 조각 (김서경 김운성 작가 제작)도 세워졌다.

'미안해요 베트남'운동의 1기에 해당하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책위원회가 결성되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운동이 가장 활발히 전개되었고, 2018년에는 시민평화법정이 열려 대한민국에 진상조사, 손해배상, 공식인정, 민간인 학살 관련 사실 전시의 책임 모두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역사적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다.
 
치과 한의과 의료인및 일반 후원회원 320여명으로 구성된 베트남 평화의료연대(평연)은 1999년 이래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구강보건교육사업및 수술등 의료지원 활동을 해왔다.
▲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평연)의 베트남 현지 진료 모습 치과 한의과 의료인및 일반 후원회원 320여명으로 구성된 베트남 평화의료연대(평연)은 1999년 이래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구강보건교육사업및 수술등 의료지원 활동을 해왔다.
ⓒ 베트남평화의료연대 페북

관련사진보기

 
이에 민변을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가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베트남 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 (이하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중이다. 이외에도 2019년 4월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진상조사및 사실인정, 공식 사과 및 공식 선언,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요구했고, 응우엔 티 탄씨는 현재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청구도 진행중이다.

필자는 연속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았고 민변에서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TF 팀장인 김남주 변호사와 특별법 제정및 그간의 진상규명 노력에 대한 여러 쟁점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게된 취지와 배경은 무엇인가.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엔 티 탄씨를 대리해 개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책임을 인정하라고 가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되는 제도다. 사실 가해자가 반성한다면 먼저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다가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베트남전쟁 당시에 민간인에 대해 여러가지 법적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사실에 대한 공적확인이 필요하다. 그것을 법률을 만들어서 제도로서 추진하고 한 개의 사건이 아닌 여러가지 사건들을 총체적으로 규명하자는 게 이번 법 제정의 취지다. 8월 25일 입법법안공청회를 하고 8월말 또는 9월초에 법안 발의를 할 예정이다."

-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대한민국에 진상조사, 공식인정, 손해배상, 민간인 학살 관련 사실 전시의 책임을 인정한 시민평화법정의 판결 내용과 유사한가?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춰놨다. 진상규명을 신청하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규명위원회가 대한민국에 있는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관련자를 출석시켜서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조사절차 규정및 조사결과에 따라 진상규명 결정과 불능 결정등 공적인 결정들을 위원회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사가 마무리된 후 백서형태로 보고서를 만들어서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그 보고서에는 시민평화법정에서 주문으로 담았던 피해보상,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 민간인 학살 관련 사실 전시등 이런 내용들을 담아서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의 목적은 사실규명에 있고, 그 이후에 피해보상등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않고 권고만 할 수 있어 이후의 과제로 남겨두며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반대가 심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진상규명부터 단계적으로 가려고 한다." 
  
민변에서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TF 팀장을 맡고 있는 김남주 변호사(가운데)는 연속간담회중에 “베트남 피해 생존자들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을 그만 했으면 한다”며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고령의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베트남전 민간인학살TF 팀장 김남주 변호사  민변에서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TF 팀장을 맡고 있는 김남주 변호사(가운데)는 연속간담회중에 “베트남 피해 생존자들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을 그만 했으면 한다”며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고령의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이재정 TV 유튜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 베트남은 진상규명과 사과를 원하지 않는데 왜 한국인들이 나서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오해가 많은 것 같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잘못된 인식이다. 베트남의 피해자들은 이전에도 진상규명을 명확히 원하고 있는데 초기에 우리가 그분들과 소통하는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에 명확히 전달이 안되었을 뿐이다. 응우옌 티 탄씨 등 생존자들은 2015년부터 한국에 와서 국회에서 명확히 요구했다. 심지어 작년 103명의 피해자들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 진상규명하고 사과하라는 명시적 요구를 했다. 베트남 정부가 명시적으로 요구를 하지 않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초기에 베트남 방문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려고 했었는데, 사과를 하지 않고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라는 유감표명으로 발언했다. 언론에는 대통령이 사과를 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지만, 베트남정부에서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시적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보도는 있었다. 위안부 문제처럼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할 순 없다. 국가보다는 피해자를 더 중심적으로 봐야하고, 피해자는 명시적으로 원하고 있다. 더 이상 논란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 일제시대 일본은 소록도에 있는 한센인들에 대해서 강제낙태 등 인권침해 행위를 했었다. 그때 이 문제가 우리사회에는 잘 전해지지 않았지만, 일본시민사회에서 먼저 소록도를 찾아가 이분들을 면담하고 이분들 피해를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었다. 피해자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해국가의 시민단체가 나서는 게 유례가 없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민간차원에서 일본도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듯 이것을 배워서 우리도 베트남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주제를 다루는 싱크탱크 '프리덤 하우스'에 의하면, 베트남은 수십년간의 베트남공산당 (CPV) 일당체제로 표현과 종교의 자유및 인권활동이 완전히 보장된 성숙한 민주주의사회가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 피해마을 유족이 문제해결에 목소리 내는 것에 대해 베트남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베트남 정부의 입장이 명시적으로 외부에 드러난 적이 없기에 입장표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정부는 사실상 이 문제를 막지 않고 있다. 베트남은 모두 관영언론인데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던가 응우옌 티 탄씨가 한국을 방문해서 어떤 일을 했다던가 이런 보도를 막지 않고 있다. 이 분이 소송하는 것도 막으려면 막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그것은 사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 또는 해결되는 것을 굳이 나서서 막진 않겠다는 그런 입장이 아닌가 추정해본다."

- 한국 정부가 2019년 103명의 피해자 청원을 받고서도 '국방부 공식기록에 확인되지 않는다', '베트남의 협조가 없어서 조사할 수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했다고 들었다. 주월미군 감찰보고서, 한국 베트남 퇴역군인 증언, 피해자 증언 등 증거가 많은데도 베트남 청원인들에게 한번도 연락해보지 않고 자료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서 피해자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정권교체 후 피해자들은 많은 개선과 변화를 예상했을텐데 현 정부는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저는 현 정부가 해결의지가 없다고 본다. 어느 나라가 학살기록을 하겠나. 당연히 국방부의 공식 교전기록인 '파월한국군전사' '전투상보'엔 기록이 없다. 사실 해결하려고 하면 우선 자료만 볼 게 아니고 참전한 분들의 말씀도 들어봐야한다. 한겨레 21에서 해당 중대 소대장들이 '우리 중대가 퐁니퐁넛마을에 들어갔고, 우리 소대는 아니지만, 우리 뒤에 따라오던 소대에서 총소리가 났고, 학살했다고 하더라'라며 다 증언하셨다. 아직 생존한 분들이 계시는데 이분들에 대한 조사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 당시에 중앙정보부에서 그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되니까 조사를 했다. 국가정보원에 있는 기록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베트남측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고 베트남 탓만 하는데 한국이나 미국 자료도 있고, 아직 생존자도 있다. 의지만 있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충실한 조사를 하지 않고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의지가 너무 없는 거다.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고 저희는 전해들었는데 그게 관철이 안되는 건지, 즉 대통령의 뜻을 아래 기관들이 거스르는 건지, 대통령의 뜻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소극적인 태도인건지 잘 모르겠다. 많이 아쉬운 점이다. 이미 50년이 넘은 일이다.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그 바탕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입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진실은 가둘 수 없는 것 아닌가."

(2편 "베트남전 생존자들에게 희망고문 그만했으면"로 이어집니다) 
 
2019년 4월 4일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은 진상조사,사실인정, 공식 사과등을 요구하며 청와대에 직접 청원하였으나 2019년 9월 국방부는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 전투 사료에 민간인 학살 기록이 없고 베트남당국의 협조가 없어서 조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 한국시민사회의 국방부앞 기자회견 모습 2019년 4월 4일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은 진상조사,사실인정, 공식 사과등을 요구하며 청와대에 직접 청원하였으나 2019년 9월 국방부는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 전투 사료에 민간인 학살 기록이 없고 베트남당국의 협조가 없어서 조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 한베평화재단

관련사진보기


태그:#베트남전진상규명, #응우옌티탄, #하미위령비비문, #퐁니퐁넛학살, #김남주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