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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 쓰레기가 많아졌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이따금씩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정리하시는 경비원 어르신을 마주치곤 합니다.

테이프도 제대로 뜯지 않고 상자 모양 그대로 버려진 박스들, 남은 음식을 따로 처리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버려둔 배달 음식 용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무단 투기 기법들이 난무하는 쓰레기장을 정리하시는 어르신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그날따라 더 깊게 파인 듯했습니다.
    
"아이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하던 말씀입니다. 머무는 곳마다 꼭 흔적을 어지럽게 남기곤 했던 저는 '어지럽히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치우는 사람' 쪽이셨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듣는 순간 제가 마음대로 널브러뜨려 놓은 책과 옷가지 등을 다시 주워서 제자리에 두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우리 집이 언제나 단정했던 것에 특별한 마법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집안의 청결은 어머니라는 한 사람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기에 유지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집안 청결 하나에도 적지 않은 노고가 필요한 법인데, 지역 사회 전체의 청결에 드는 노고의 크기는 오죽할까요. 일부 못난 입주민들 때문에 고생하시는 경비원분들부터 시작해서 건물 내부와 거리의 청결을 담당하시는 미화원 분들, 생활 폐기물(일반/음식물/재활용/폐기물 등)의 수거 및 처리 공정의 최전선에 계시는 모든 분들까지.    
 
코로나 이후 쓰레기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쓰레기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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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쓰레기 대란'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 속도보다도 늘어나는 쓰레기의 양의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곳곳에서 '치우는 분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과연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조건에서 힘겹게 일하실 텐데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쓰레기양, 그리고 연일 이어지고 있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더욱 걱정이 되는 요즘입니다.
    
관련 기사를 살펴보니 청소 노동자들의 엄청난 작업량은 말할 것도 없고, 10년이 훌쩍 넘어 타이어 무늬가 희미해질 정도로 낙후된 쓰레기 수거 차량을 운전하느라 언제나 목숨을 걸고 일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5~2017년 동안 작업 중 사고를 겪으신 환경미화원 분들의 수는 자그마치 1822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한 만큼 돈이라도 제대로 잘 받으면 모르겠지만 한 달 노동 시간이 250시간이 넘는데도 실수령액으로 월 160만 원을 받았다는 어느 노동자의 인터뷰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재활용품 분류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무려 80kg에 달하는 압축 페트병 더미를 글쎄, 자신을 포함한 여성 두 분이 나르신다는 내용 역시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왜 철없던 어린 시절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 방이 깔끔하게 청소가 돼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까요? 단지 어머니가 땀 흘리며 고생하시는 것이 제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고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밤낮이 뒤바뀐 채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쉽게 우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까맣게 잊고 삽니다. 알더라도 당연하게 여기는지도 모릅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 직접 그 현장을 목격한다면 길거리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에도 죄책감을 느끼게 될 텐데 말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버리린 쓰레기들
 누군가 무심코 버리린 쓰레기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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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일상에서 가까이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를 잠시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제 무지를 반성합니다. 더불어 당신들의 크나큰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겹게 일하고 계신 모든 분들의 처우가 속히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노고에 대해, 그 감사함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주변의 미관과 청결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은 곳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고 계신 많은 분들의 노고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저의 감사 인사 한 마디에 모든 진심을 가득 눌러 담아도 그분들 노고의 무게만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하며, 잘 드러나지 않는 노동 환경에 대해서도 더욱더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조금이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태그:#환경미화원, #미화원, #쓰레기 분류,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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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화랑 단남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으로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이따금씩 글을 쓰고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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