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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에 들어가 살 집을 구하느라 인터넷 발품을 열심히 팔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만만한 일이 아니지. 그런데 대도시에만 살다가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로 가려니 더 막막할 수밖에.

조선시대 '노상추일기'에도 한양에 관직을 살러 와 집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렵게 방을 얻었지만 웃돈을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날 지경에 이르고 결국 더 많은 돈을 주고 겨우 그 집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집을 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긴 마찬가지구나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

더구나 요즘같이 사람을 피해야 하고, 피하고 싶은 시대에는 탈도시화를 꿈꾸거나 '5도2촌'의 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다. 내가 본격적으로 이사할 결심을 하고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귀촌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리해보기로 했다. 

1. 어디로 갈 것인가?

처음에 어느 지역이 좋을지 생각하다가 신문 기사에서 인구 소멸 지역 지도를 본 기억이 있어 그 지역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경남에는 하동, 밀양, 창녕, 산청, 함양, 합천, 거창, 남해, 의령군 등이 있다). 물론 고향이나 지인이 사는 곳, 주말마다 여행을 겸해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지역을 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된다면 참고해 볼 만하다.

또 이전까지는 귀농인을 위한 지원 사업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귀농인(시골에서 농업을 통해 경제생활을 하려는 사람)보다는 귀촌인이 많아지는 추세 탓인지 내년부터는(2022년) 귀촌인을 위한 지원 사업을 늘릴 방침이라고 귀농 귀촌 종합 지원센터 담당자가 귀띔해 주었다. 보통 귀농(귀촌) 한 지 5년 이내이면 소급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단다. 자세한 내용은 희망하는 지역의 귀농 귀촌 센터나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2. 어떤 집을 사야 하나?

지역을 정했다면 살 집을 구해야 한다. 나는 대체로 100평 내외, 집은 20평 내외에 방 2~3개, 거실, 욕실, 주방(다용도실), 창고가 있었으면 했다. 물론 이 중에서 다용도실은 창고를 만들어 해결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부부 두 사람이 살 집으로 이 정도를 생각하고 우선 농촌 빈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 빈집을 알아보던 몇 년 전에는 귀농 귀촌 센터에 빈집 정보가 올라와 있었고 또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빈집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없어졌고 현재는 빈집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관공서 홈페이지가 따로 있다(예를 들면 하동군청 홈페이지- 빈집정보).

하지만 요즘은 시골이라도 아는 사람을 통해서, 또는 이장님을 통해서 집을 알아보기보다는 중개업자를 통해 직접 가 보거나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매물을 알아보고 확인하는 일들이 더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장님이 빈집 소개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농한기가 아닌 계절에는 바쁠 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래도 원하면 이장님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농업기술센터도 있긴 했다). 

3. 언제 집을 보러 가면 좋을까?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계절은 웬만하면 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과 같은 농한기가 좋다. 농사로 바쁜 계절에 가면 폐를 끼칠 뿐만 아니라 겨울로 갈수록 봄과 여름에 나무들에 가려져 제대로 볼 수 없던 환경들이 드러나 집 주변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골은 도시에 비해 기온이 낮으니 햇빛이 잘 드는 양지(일조량, 바람 등)를 알아보기도 겨울이 좋다. 하지만 겨울에만 집을 보러 다니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우선은 매물이 나오는 곳부터 찾아보자.
  
4. 집 보러 가자!
나의 경우 가고 싶은 지역을 동영상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구독, 좋아요 버튼도 눌러가며 열심히 찾아봤다. 요즘 같은 시기에 집에서 매물을 볼 수 있으니 좋고 먼 길 달려가 영상을 찍어 올리는 중개인도 조회 수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까 좋은 듯하다. 처음에는 겉모습이 괜찮으면 혹했는데 몇 년을 보고 또 실제로 가서 보기도 하면서 나름 보는 눈이 생겼다.

시골집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사거나 마음에 드는 지역을 정해 시간 날 때마다 마을회관 등을 방문해 얼굴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빈집을 소개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들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는 어르신들이 많은 시골을 외지인이 무작정 찾아가기도 조심스럽다.
 
집 보러 다니다가 찍은 시골집, 언덕 위에는 새로운 귀촌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 시골집 집 보러 다니다가 찍은 시골집, 언덕 위에는 새로운 귀촌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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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직거래에 비해 어느 정도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개인들의 동영상(사진) 매물은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지인을 통해 집을 사는 것보다는 집값이 높게 책정된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또 카메라의 성능에 따라 실물보다 훨씬 더 넓게 찍혀서 직접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집은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옛말이 맞다.

시골집은 단열이 중요한데 그 부분은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벽 단열은 새시의 두께를 통해 대충 짐작할 수 있다지만 창문만큼 단열에서 중요한 지붕은 뜯어보지 않고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물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눈 온 다음 날 지붕에 남은 눈을 보면 지붕 단열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단열이 부실하면 집안의 열기가 위로 올라가 눈이 빨리 녹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이 잘 오지 않는 남부 지방은 그 방법으로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집을 사서 들어가 얼마 못 살고 멀쩡해 보이던 지붕 수리를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면 속이 상할 것이다. 만약 집값이 싸지도 않았다면 속았다는 생각에 내내 씁쓸할 것이다.
  
5. 맘에 드는 집 정보 찾아보기(feat.디스코, 밸류맵, 땅야)

아파트는 전국 거래가격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검색 창에 아파트 이름만 넣어도 나오고 부동산 앱에서 원하는 아파트와 평수를 선택하면 가장 최근 실 거래가부터 몇 년 전 거래 가격까지 모두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은 시세라는 것이 없다. 시골집은 보통 토지와 건물로 가격이 책정된다. 예전에는 토지 가격으로 판다는 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건축에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토지와 건물을 합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토지 주인과 건물 주인이 같은지, 토지 가격은 얼마였는지, 직전 거래가격이 얼마인지를 디스코, 밸류맵, 땅야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가늠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번을 알아야 하는데 중개업자를 직접 만나 집을 보러 가기 전에 지번부터 물어보는 것은 실례다.

그래서 최근엔 항공사진이나 스카이뷰를 활용해 찾아보는 사람도 많다. 지붕 색깔이나 주변 환경을 눈여겨보면 '리'단위에서는 찾기가 어렵지 않다. 항공사진에서 찾았으면 거리 뷰를 통해 영상이나 사진의 매물과 같은지 보면 된다. 그렇게 확인이 끝났으면 지번을 통해 그 집의 지형도부터 여러 가지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올라오는 동영상을 보면 주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물건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들어보니, 귀신같이 찾아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귀찮게 하기 때문이란다. 시세를 알고 그 집의 세부 사항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맞다. 알게 된 지번으로 폐를 끼치는 일은 삼가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도 될 만한 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니까. 또한 각기 다른 정보들이 올라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으니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위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찾아보는 인터넷 발품을 많이 팔면 좋다.

태그:#시골집, #귀촌, #시골집구하기, #디스코밸류맵땅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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