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뜻을 두게 됐고, 그런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실상 정치 참여를 공식화했다. 다만, 당초 알려진 것처럼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출마 의사를 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계 진출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하지도 않았다. 정식 선언은 별도의 일정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최재형 전 원장은 12일 오전, 대전국립현충원에서 부친의 삼우제를 마친 후 기자들 앞에 섰다. 최 전 원장은 "제가 정치 참여 여부를 놓고 숙고했고, 참여를 결심한 순간에 아버님이 상을 당해 경황이 없어서 아직 정비된 조직을 구성하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치 참여 선언은 "충분히 준비된 다음에 일정을 말씀드리겠다"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답변 모두 정치 참여를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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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고 백선엽 장군 묘소를 찾아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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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필요성 묻자 "대한민국, 미래 희망하며 살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

기자들이 정권교체 필요성을 묻자, 그는 "대한민국은 정말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시는 분들이 세우시고, 또 지켜내시고 번영하게 하신 자랑스러운 유산"이라며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모든 국민이 열심히 노력하면 조금 더 나은 미래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상황을 살펴볼 때, 과연 국민들이, 특히 청년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또한 "제 아버님께서 마지막 말씀으로 남기신 것처럼, 정말 대한민국을 밝힌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특히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고, 사회 곳곳의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도 따뜻한 빛이 비춰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갖고 정치에 뜻을 두게 됐고, 그런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는 표현을 '정치 선언'이라고 해석해도 되는지 질문이 나오자, 최 전 원장은 "앞으로 제가 정치하게 될 사람으로서, 그 부분에 대해서 기자 여러분들께서 적절히 해석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정치 선언을 제가 아버님 장례와 삼우제를 마치는 상황에서,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는 것은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고 부연했지만, 스스로 '정치하게 될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

입당과 관련해서는 "정치 경험이 없지만, 정치라는 건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서 공동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런 원칙에 따라 입당 여부와 시기를 검토해보겠다"라고만 답했다.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 등록에 대해서도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장의 대선 직행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거기에 대해 저 나름대로 드릴 말씀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기에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그런 말씀을 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며 "나중에 정식으로 출발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답을 미루었다.
 
최재형이 윤석열의 대안? "나는 나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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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부친 삼우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최 전 감사원장이 지난 6월 28일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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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들이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단일화 가능성, 그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 질문하자 "막 출발하는 단계에서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면서도 "다만 많은 분이 저를 윤 전 총장의 대안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보다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라고 답하며 거리를 뒀다.

최 전 원장은 "제가 살아오면서 어떤 사람이 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살지 않았고, 정치도 그런 생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지금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계신 분 중 한 분인데, 그 분과의 협력관계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날 윤석열 전 총장의 예비후보 등록을 대리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기자들에게 "윤 후보자는 지난번에 밝혔듯이 '9개 생각이 틀려도 1개 생각, 정권교체에 동의하면 누구라도 만나서 같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라며 "그런 맥락에서 보시면 된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백선엽 장군님, 훌륭한 군인... 아버님도 기뻐하실 것"

한편, 이날 최재형 전 원장은 기자들 앞에 나서기 직전 현충원에 안장된 백선엽의 묘 등을 참배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우연히도 제 아버님 유골을 안장하는 그날이 백선엽 장군의 1주기"라며 "평소 저희 아버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선배 군인으로 백선엽 장군님을 몇 번 만나 뵙고, 당시 땅과 바다에서 싸우셨던 이야기를 몇 차례 나눈 적 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백 장군께서는 제 아버님이 가장 힘든 전투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6.25 전쟁 7할 이상은 중공군 전투였다'고 했고, '미군 도움 없이는 벌써 공산화 됐을 것 같다', 또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산하에 뿌려진 육군·미군의 피를 다 계산하면 6000톤 정도 된다'는 말씀도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번영 토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소중한 말씀"이라고도 평가했다.

이어 "평소 아버님이 가장 존경한 군인, 대한민국을 지켜낸 훌륭한 군인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아버님도 저희들이 백 장군 묘소를 참배하는 것을 기뻐하실 거라는 생각에 백 장관 묘소를 참배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천안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은 아버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한 해군, 해병 후배들"이라며 "저희가 와서 이렇게 참배하는 게 아버님 유지를 이어받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유족, 관계자와 친분도 있다. 오늘 삼우제 지내는 기회에 제 아버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이분들 묘역도 참배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