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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부자캠핑장 숲 속 사이트. 숲이 우거져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아이들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석모도 부자캠핑장 숲 속 사이트. 숲이 우거져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아이들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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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산자락을 깎아 조성한 석모도 부자캠핑장에는 일반 사이트 외에 숲속 사이트, 애견전용 사이트가 마련돼 있다.
 너른 산자락을 깎아 조성한 석모도 부자캠핑장에는 일반 사이트 외에 숲속 사이트, 애견전용 사이트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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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 마리가 맹렬히 짖어대며 달려들었다. 강화도 N마트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길이었다. 작은 강아지였다. 사람을 물 정도는 아니었지만 짖는 소리만큼은 맹견 못지않았다. 목줄 풀린 강아지는 내 발끝까지 달려 왔다가 되돌아갔다. 마트 직원이 그늘에 쪼그려 앉아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개 줄이 들려 있었다. 캠핑장을 찾아가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목적지는 인천 석모도 캠핑장이었다. 그곳이 애견 캠핑장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개를 키워 본 적이 없던 터라 걱정이 앞섰다. 목줄 풀린 개가 달려들지는 않을지, 혼자 돌아다니던 개가 텐트 안으로 불쑥 들어오지는 않을지, 아무데나 배설하거나 밤새 짖어대는 소리에 잠을 설치지는 않을지.

여름이 물드는 초록빛 석모도

강화도를 관통해 서쪽 끝에 이르자 석모대교가 보였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1.41km 길이의 연륙교로 2017년 6월에 개통했다. 다리가 놓여 섬과 섬이 이어지기 전에는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했다. 자동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짧은 시간 동안, 오래전 기억이 배를 타고 넘어온다.

6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석모도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석모도의 여름이 눈부신 논물 위에서 초록으로 물들고, 어린 벼 잎 사이로 흰뺨검둥오리와 백로가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다.

논과 바다를 번갈아 바라보며 20여 분을 더 들어가서 '석모도 부자캠핑장(강화군 삼산면 상리 12-2)'에 도착했다. 석모도 부자캠핑장은 40개가 넘는 사이트를 갖춘 규모가 큰 캠핑장이다. 일반 사이트는 가파른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조성했다. 한쪽 숲속에는 여섯 개의 사이트가 독립돼 있다.
 
애견전용 사이트에는 사이트 별로 펜스가 설치돼 있어 캠핑장 이용객과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한쪽에는 애견공원도 마련돼 있다.
 애견전용 사이트에는 사이트 별로 펜스가 설치돼 있어 캠핑장 이용객과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한쪽에는 애견공원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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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전용 사이트에는 사이트 별로 펜스가 설치돼 있어 캠핑장 이용객과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한쪽에는 애견공원도 마련돼 있다.
 애견전용 사이트에는 사이트 별로 펜스가 설치돼 있어 캠핑장 이용객과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한쪽에는 애견공원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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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부자캠핑장이 문을 연 지는 5년 됐다. 캠핑장 안주인인 박선영씨(49세)는 2년 전부터 애견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한번은 단골 고객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개가 너무 짖어서 다른 캠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그러니 애견 사이트를 만들어 주면 어떻겠냐'고요. 저도 개를 키우는 처지라 충분히 공감이 가더라고요. 강아지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애견 캠핑장을 시작하게 됐어요."

일반 캠핑장에서 '애견 동반 캠핑장'으로 전환한 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캠퍼들은 매너가 훨씬 좋아요. 자기 개가 짖으면 다른 개들도 따라 짖으니까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서로서로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알아서 놀라고 내버려두지만 강아지에게는 절대로 그러지 않아요. 밖에 나갈 때는 꼭 목줄을 하고 항상 같이 다니죠."

주인장의 말처럼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몰려다니며 야단법석이다. 짚라인에 매달려 허공을 가르고, 큰 나무 아래서 그네를 타고, 레일썰매를 타며 소리 지른다. 장화를 챙겨들고 멀리 갯벌을 찾아가는 가족도 보인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웃고 떠들지만 개들은 하나같이 얌전하기만 하다.
 
캠핑장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짚라인, 그네, 레일썰매 등이 설치돼 있다.
 캠핑장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짚라인, 그네, 레일썰매 등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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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는 캠핑장이 많지만 석모도에는 두 곳뿐이다. 그 중 다른 한 곳이 원스캠핑장(강화군 삼산면 삼산로 604번길 37)이다. 보문사 인근에 위치한 원스캠핑장은 최근에 문을 열었다.

신설 캠핑장답게 모든 시설이 깨끗하다. 25개 사이트와 부대시설, 무엇보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대부분의 캠핑장이 그러하듯이 이곳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입실 전에 열 체크는 기본이며, 매점과 계수대, 화장실과 샤워실, 그외 손잡이 부분을 친환경 살균수로 수시 소독하고 있다. 한 사이트에 4인까지만 예약을 받고 있으며, 옆 사이트에 일행이 있는 경우에도 집합은 금지되돼 있다.

캠퍼들 역시 이러한 방역수칙을 충분히 인지하고 시·군의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 텐트를 벗어나 공용시설을 이용할 때는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한다.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며 떠드는 캠퍼들도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원스캠핑장은 해변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서해의 아름다운 노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가 지고 난 뒤, 지상에서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밤하늘에선 별빛이 쏟아진다. 별빛 속에서 추억이 빛난다.
 
원스캠핑장은 최근에 개설한 캠핑장답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깨끗하다. 캠핑장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원스캠핑장은 최근에 개설한 캠핑장답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깨끗하다. 캠핑장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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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캠핑장은 최근에 개설한 캠핑장답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깨끗하다. 캠핑장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원스캠핑장은 최근에 개설한 캠핑장답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깨끗하다. 캠핑장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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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력 강하기로 유명한 '보문사 눈썹바위 관세음보살'

석모도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낙가산 보문사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에 회정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3대 해상관음 도량으로 꼽힌다. 대웅전 옆에 위치한 석실(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7호)은 신통굴로 불리며 많은 일화를 전하고 있다.

어느 깊은 밤에 석굴에 도둑이 들어 물품들을 모조리 훔쳐 달아났다. 도둑은 밤새 쉬지 않고 도망쳤는데 새벽이 밝고 보니 여전히 보문사 앞마당을 빙빙 돌고 있었다. 석굴 나한의 신통력이었다는 것이다.

대웅전 뒤편으로 보이는 낙가산 중턱에는 눈썹바위 아래에 마애관세음보살(인천광역시유형문화재 제29호)이 모셔져 있다. 거대한 바위가 기와집 처마처럼 돌출돼 있고 그 안쪽 바위 벽면에 관세음보살 좌상이 새겨져 있다. 높이 920m, 너비 330m에 달하는 거상으로 1928년 조성됐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가파른 높이에 오르기를 포기하기 십상인데 시간으로는 10분 거리이며 계단 수는 419계단에 불과하다. 장단지가 조금 뻐근한 정도로 거친 숨을 두어 번만 몰아쉬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높이다. 워낙에 영험이 신통하기로 유명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썹바위 바로 아래에는 용왕단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소원을 빈다. 그 소원이 모두 이루어질 때까지 청룡은 지상과 천상 사이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바닷물이 넘나드는 서해를 바라보며 이마에 맺힌 시름을 씻는다. 가슴에 남은 사소한 앙금들을 시원한 해풍에 날려 보낸다. 청룡의 힘에 기대어 가족의 건강과 모든 이웃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강화도를 떠나기 전 N마트의 관리팀장이 전화를 걸어 강아지 소동사건을 정중히 사과했다. 어렵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건넨 관리팀장에게 감사를 전한다.)
 
인천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보문사 눈썹바위 마애불은 영험하기로 유명하다.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눈썹바위에 올라 소원을 비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보문사 눈썹바위 마애불은 영험하기로 유명하다.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눈썹바위에 올라 소원을 비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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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 청룡 모습
 보문사 청룡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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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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