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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월 26일 시청에서 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이 내놓은 방안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통한 사업성 개선 등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월 26일 시청에서 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이 내놓은 방안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통한 사업성 개선 등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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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재개발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재개발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도시 정책 패러다임도 도시재생에서 재개발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부터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재개발 구역 해제를 유도하면서 투입한 190억원은 결국 헛돈을 쓴 격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6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방안을 시작으로, 지난 2일 역세권 복합개발, 4일 소규모재건축사업 활성화 방안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방향은 명확하다. '재개발을 하기 쉽게, 더 많이 짓게 해주면서 개발이익을 극대화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공약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에서 재개발 활성화로 방향 튼 서울시

우선 서울 재개발 구역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대책에서 구역지정 요건을 법적 조건보다 더 엄격히 규정한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박원순 전 시장 재직 시절인 2015년 도입됐는데 주민동의율과 주택 노후도 등을 부문별로 상세히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했다. 지난 6년여간 신규 재개발 구역 지정 관련 가장 강한 규제로 꼽혀왔다. 

결국 오 시장이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앞으로는 법적 요건만 충족되면 재개발 구역 지정이 가능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거정비지수제를 충족하는 곳은 전체 재개발 대상지 중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적 요건을 채우는 곳은 전체의 50%에 달한다. 서울시는 재개발 해제 구역 중 노후구역도 신규 지정하기로 했다.

건물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게도 해준다. 건물을 많이 지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개발이익을 더 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역세권 복합개발 방안을 보면, 지하철역 주변(반경 250m) 주거지역(제2‧3종 일반주거지역)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면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받아 건물을 더 높이 올릴 수 있다.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를 줄이는 방식으로 개발이익도 보장해준다. 서울시가 지난 4일 수립한 '소규모재건축사업 업무처리 기준'을 보면, 2종 주거지역이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을 할 때 공공기여를 하지 않도록 했다. 개발에 따른 공공 환원 장치를 없앤 것이다. 이에 따라 토지주가 가져갈 개발이익 극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층수 제한 등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와 자금력 부족 등의 이유로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의 도시 개발 패러다임이었던 '도시재생'은 확실히 밀려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도시재생 정책을 전담해왔던 도시재생실(1급)은 균형발전본부(2급)로 재편된다. 오세훈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시의회도 이 부분에 대해선 큰 반대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뉴타운 해제 예산 190억 허공으로... 재개발 유턴에 우려 목소리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3월 17일 서울 성북구 돌곶이로 장위뉴타운 11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장위뉴타운 현황도를 보고 있는 모습.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3월 17일 서울 성북구 돌곶이로 장위뉴타운 11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장위뉴타운 현황도를 보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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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추진해온 뉴타운 출구전략도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무분별한 재개발 구역 지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함에 따라 뉴타운 출구전략을 실행해 왔다. 주민 반대가 심하거나 사업성이 낮아 장기간 표류 중인 지역에 한해 구역 해제를 단행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만들어 조합과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의 최대 70%까지 보조금을 지원했다.

민간이 들인 비용에 대해 공공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또 다른 갈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적 조치로 평가받았다.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는 조합·추진위가 지출한 매몰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총 190억8700만원의 예산을 썼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4억5000만원, 2014년 10억8800만원, 2015년 6억3200만원, 2016년 32억500만원, 2017년 2억7000만원, 2018년 78억4200만원, 2019년 46억원을 썼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지 683곳 가운데 모두 394곳이 큰 탈 없이 구역 해제가 이뤄졌다.

그런데 뉴타운 출구 전략이 겨우 마무리된 시점에서 다시 재개발 활성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사업성과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구역 해제 된 곳도 또 다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지고 있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울시가 재개발 활성화로 방향을 틀면서 뉴타운 출구 전략에 쓰인 예산은 헛것이 될 상황"이라며 "도시가 성숙화되는 단계에서 도시재생이라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대규모 전면 철거 재개발은 적절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재개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집을 지으면 지을수록 서울로 오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주택 가격도 안정화될 수 없고, 서울이 온통 재개발 공사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서울시, #뉴타운,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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