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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https://bit.ly/2Q8Ei0O)

인권, 환경, 먹거리 단체 등이 지난 2020년부터 함께 벌이고 있는 이주어선원 인권 개선 캠페인 이름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1차 대답은 '이주노동자'입니다.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사람의 80%, 연근해➊ 어선에서 일하는 사람의 50%가 이주노동자이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먹는 생선을 잡는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일을 할까요?

18시간의 고된 노동, 시급은 겨우 1300원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7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위험하고 고된 노동을 하면서 이들이 받은 임금은 시급으로 치면 1300원에 불과하다.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7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위험하고 고된 노동을 하면서 이들이 받은 임금은 시급으로 치면 1300원에 불과하다.
ⓒ 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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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어선원들과 이야기해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노동 시간에 놀랍니다. 하루 평균 18시간 일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휴일 없이 일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고용주가 이렇게 일을 시켜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톤 미만에서 일하는 어선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고, 20톤 이상에서 일하는 어선원은 '선원법'의 적용을 받지만, 두 법 모두 어선원들의 노동시간, 휴일,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인 어선원도 어선원이니 법적으로 노동시간, 휴일,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한국인 어선원은 임금을 고정급이 아닌 보합제➋에 따라 비율급으로 받기 때문에 어획량이 자신의 임금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주어선원은 최저임금을 고정급으로 받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으로 아무리 많이 물고기를 잡아도 그 이익은 고스란히 한국인 어선원과 선주에게 돌아갑니다. 

한편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사용자단체와 한국인 어선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으로 정해집니다. 20톤 이상 어선에서 일하는 어선원에게 적용되는 '선원법'은 해양수산부 장관의 고시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국인 어선원의 최저임금만 고시하고 외국인 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사용자단체와 한국인 어선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으로 정하도록 다시 위임하고 있습니다.➌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이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들과 이해가 상충되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지는 것입니다. 특히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7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고된 노동을 하면서 이들이 받은 임금은 시급으로 치면 1300원에 불과한 것입니다. 

법무부·해양수산부의 책임 방기

이주어선원은 분명 배에서 일하기로 계약을 하고 왔지만, 막상 한국에 와서는 양식장에서도 일하고 생선 가공 공장에서도 일하고, 심지어는 선주의 밭에서도 합니다. 노동자가 아니라 머슴으로 취급을 받는 것이지요. 최저임금 차별이 해양수산부 장관의 조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여기에도 법무부의 도움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체류자격외 활동허가를 받는 경우 선주가 이주어선원을 생선가공공장에서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입국관리법'과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함부로 사업장을 옮기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퇴거를 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주는 체류자격외 활동➍ 허가만 받으면 이주어선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근로계약에 반하여 어선이 아니라 공장에서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제조업에서 일을 하는 순간 이주어선원은 선원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어선에서 일할 때와는 달리 초과 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주는 처음에 이주노동자를 어선원으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선원법에 따라 노동시간 제한 없이 일을 시키고 초과 근로 수당은 지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법무부는 선주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도록 도와주고 있을 뿐 아니라 선원법이 금지하는 강제근로를 범하도록 조력하고 있습니다.
   
바닷물로 샤워하고 여권·외국인등록증·통장 압수
  
이주어선원 인권 개선 캠페인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주어선원 인권 개선 캠페인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공익법센터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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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겨울,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던 캄보디아 여성이 사망하면서 농촌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주어선원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2020년 가을 멸치잡이 배를 타는 이주어선원을 만나러 숙소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숙소는 다름 아닌 배 안이었습니다. 배에 들어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자 합판으로 대충 만든 침대 여러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 침대에 들어가 누워보니 몸을 옆으로 돌릴 수도 없고 일어나 앉을 수도 없어 침대라기보다는 흡사 관(棺) 같았습니다. 

올해 3월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의 생활환경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었습니다. 배에 있는 욕실은 한국인 어선원들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어선원들은 선상에서 바닷물이나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로 몸을 씻어야 하고, 마시는 물도 한국인 어선원들은 병에 담긴 생수를 마시지만, 이주어선원들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꾼 물을 마셔야 합니다. 요즘 이주어선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10년 전에 비해 한국인 선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욕설은 여전하고 일상적입니다. 

이주어선원들은 위와 같이 착취와 차별과 학대에 시달리지만, 배를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원양어선의 경우 한번 출항을 하면 최소 1년 반 동안 어떤 항구에도 들어가지 못해 외부에 어떤 도움도 요청할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조업하기 때문입니다. 항구에 갔다고 하더라도 여권이 없어 탈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원양어선뿐 아니라 한국어선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선원이 일하는 동안 여권을 압수당합니다.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들은 여권뿐 아니라 외국인등록증, 통장까지 빼앗기기도 합니다. 출입국관리법상 여권은 당사자가 항상 소지하도록 되어 있고 여권을 압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권을 압수하는 것은 명백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주어선원으로부터 동의서를 받는 경우 선주가 여권을 보관하도록 하여 여권 압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기 위한 송출비용 1500만 원

고용허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연근해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이 한국에 오기 위해서는 현지 인력모집업체에 고액의 송출비용을 내야 합니다. 그 비용은 지난 10년간 점점 높아져서 현재는 150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그중 반 정도는 송출수수료이고, 나머지 반은 이탈보증금입니다. 이탈보증금의 경우 이주어선원이 계약기간을 다 마치고 귀국을 해야 돌려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이 이탈보증금은 여권압수와 장기간의 항해 그리고 사업장 변경 제한과 함께 이주어선원을 배에 묶어두는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이주어선원이 이렇게 고액의 송출수수료와 이탈보증금을 내야 하는 이유는 해양수산부가 송출입 과정을 완전히 사적인 시장에 맡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이주어선원의 송출입 과정과 관련해서는 현대판 노예제로 헌법재판소에서 비판을 받은 산업연수제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입니다.

반가운 소식은 시민사회의 비판을 수용해서 최근 해양수산부가 공공기관인 한국수산어촌공단을 통해 송출입 과정을 관장하게 하려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송출입 업체와 사용자단체인 수협이 위 법안에 격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순탄치만은 않아 보이지만, 위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금까지 이주어선원들을 바다에 억지로 묶어두는 중요한 수단 하나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은 눈에 자주 보이지만, 그것을 잡는 이주어선원들과 그들이 당하는 차별과 착취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어선원의 존재와 그들이 경험하는 인권침해를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내 생선 잡았을까?' 캠페인에 참여해서 우리가 먹는 생선을 잡느라 착취를 당하는 이주어선원들이 여기 있다고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➊ 연안과 근해를 합쳐 이르는 말.
➋ 어획물 판매 이익을 일정한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약정.
➌ 선원법 제5조는 선원의 근로관계에 관해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국적에 따른 차별금지 원칙이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최저임금 차별 관행은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➍ 원래 체류자격외 활동 허가는 이주민이 출입국 당국에 신청한다. 예를 들어 난민신청자가 소지한 G-1 비자를 가지고는 취업활동을 할 수 없지만, 난민법에 의거해서 체류자격외 활동허가로 취업허가를 받아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획 / 어서와, 불친절한 한국은 처음이지?]
① 코로나 걸린 것으로 몰아...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 http://omn.kr/1t648
② 상상해보라,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http://omn.kr/1t6pm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종철 님은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태그:#이주민, #이주어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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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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