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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성사된 한일 외교장관의 만남이 입장 차만 또다시 드러냈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강제징용 및 종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된 만큼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인정한 한국 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며 이에 대한 해법은 한국 측이 가져와야 한다고 강박했다. 사실상 한국의 '양보' 혹은 '굴복'을 요구한 셈이다.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는 '국가 주권'을 넘어 국제법상 '강행규범' 위반

그러나 한국 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쟁범죄와 반인권범죄는 '국가 주권'을 넘어 국제 '강행규범' 위반이다.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뒤, 국제 사회는 과도한 '국가 주권'이 초래한 전쟁 참화를 반성하면서 조약법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국제 공공질서와 법규범의 존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탄생된 것이 바로 '강행규범(Jus cogens)'이다.

국제법상 '강행규범'은 국제공동체에 의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일반 국제법상의 상위 절대 규범으로서 어떤 국가도 이를 위반할 수 없는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원칙을 의미한다.

1969년 비엔나 협약에서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규정된 '강행규범'은 현재에 이르러 국제사회에서 노예매매 금지, 집단살해 금지, 고문 금지, 인권 존중 등을 의미하고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집단살해죄, 반인도(反人道) 범죄, 전쟁 범죄, 침략범죄를 "국제공동체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국가 간 합의"가 될 수 없다

국제법상 '강행규범'의 등장은 전통적인 '국가 주권'의 개념 또한 '강행규범'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안부' 문제는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이자 인권유린, 반인도 범죄로서 '강행규범'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일본의 아베 내각과 "국민에 의해 탄핵된" 한국의 박근혜 정부 간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는 스스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국제 '강행규범'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처음부터 '원천 무효'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 인권위원회도 2016년 3월 11일 성명을 통해 "한일 합의는 중대한 인권 침해에 관한 국가 책임 기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

최근 불편한 한일관계를 두고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일본에 모종의 '양보'를 하라는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다. 주지하듯, 미국의 '압력'이 그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미 폐기된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적용하여 일본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지난 달의 법원 판결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종군 위안부 문제는 사실상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걸려 있는 핵심 문제이다. 만약 이 문제에서 명분과 근거 없이 '양보' 혹은 '굴복'하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그랬듯이 정권 차원의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태그:#위안부문제, #강행규범,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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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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