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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미국의 인권침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미국이 제기하는 인권 문제에 열성적인 사람들이나 단체를 보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한다. 이는 미국이 극동을 겨냥하고 있는 핵무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 북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열을 내는 것과 같다.

모든 인권침해나 모든 핵무기에 반대해야 하는 게 맞다. 중국이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건 맞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처럼 소수민족을 말살하기까지 하진 않았다. 미국은 2차 대전 때 일본인을 강제수용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몇 명 안 남은 인디언을 불임 수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미군은 천연두 균에 오염된 담요를 인디언에 선물하는 방식으로 학살했다고 한다. 흑인에 대한 인권탄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회견을 중계하는 NBC 방송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회견을 중계하는 NBC 방송 갈무리.
ⓒ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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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위선과 정략적인 태도

유엔이나 미국 의회에서 북의 강제수용소에 대해 증언한 사람들 중 일부는 강제수용소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임이 추후 밝혀졌다. 하지만 미국도 주요 언론도 이런 사기극에 대해 후속 보도를 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엔의 인권결의안은 실제 객관적인 조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런 증언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테러와의 전쟁 당시 미국이 관타나모와 아프간, 이라크 등에서 운영한 강제수용소와 고문은 부시 대통령의 서면 명령에 의해 저질러졌음이 밝혀졌다. 실제 비행기 크기만 한 드론으로 선전포고 없이 미국 전쟁법을 위반하면서 테러리스트 몇 명 죽이려고 그 주변 사람들, 그리고 오폭으로 수만 명을 죽였다고 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 반인륜적인 범죄에 면책특권 주장?

국방부나 CIA 건물 안에서 원격으로 수천 명을 죽이고 보너스를 받은 드론 조종사가 양심선언을 했지만, 미국도 국제사회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인권을 침해하고 학살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라고 본다. 최근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사우디가 예멘에서 학살 중이고, 친미국가 이스라엘의 민간인에 대한 폭격, 총격, 암살은 이미 사람들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다.

중동에서 미군이 인권탄압과 학살을 자행해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처지에 처하자,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에 미군의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상·하원에서 양당 모두 행정부의 불법 전쟁을 비판하는 전쟁법 청문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인권범죄를 사면해주었으며, 오바마 역시 부시 정권의 인권범죄에 대해 사실상 사면해주었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런 문제에 눈 감았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언론과 국제기구 및 인권단체, 미국에 영향 받아

근데 왜 사람들은 미국의 인권침해에 대해선 조용하면서 미국이 제기하는 인권침해에 목소리를 높이는 걸까? 그건 친미 세력들이 여론을 장악하고 있어 사람들이 실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엄청난 자금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세계 인권단체에 제공하면서 이들을 배후조종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은 왜 자신의 인권 탄압을 감추면서 중국이나 반미국가의 인권탄압을 쟁점화하는 걸까? 그것은 인권문제를 소프트 전쟁, 스마트 전쟁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을 국제기준으로 정립하면 친미국가를 확산하고 반미국가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친미정권이었던 아웅 산 수 치 세력의 로힝야 소수민족 학살에 대해 미국은 이렇다 할 조처를 하지 않았고 시민단체들도 지금처럼 주목하지도 않았다.

바이든,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전쟁 수단으로 강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 정상회담을 공언하는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왔다. 그렇다면 미국이 진짜 북한이나 중국의 인권탄압에 관심이 있는 걸까? 미국은 이들 국가의 인권문제를 하나의 보조적인 협상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다. 인권 문제로 압박하면서 안보나 경제적인 사안에서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미국의 인권 타령에 힘을 보태는 언동은 인권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위선적인 인권 공세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는 평상시에 정략에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슬람 국가에선 지금도 태형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는 인권 침해임이 명백하지만, 내정과 종교 문제이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4월 5일 양곤 알론(Ahlone)에서 시위 중 사망한 이들을 기리며 행진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4월 5일 양곤 알론(Ahlone)에서 시위 중 사망한 이들을 기리며 행진하고 있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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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공작, 민중이 최대피해자일 것

미국이 제기하는 인권 보호를 위한 조치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그 나라 민중일 것이다. 기획 탈북으로 인해 북한이 국경을 닫아 생활고를 겪는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다. 국경을 넘나들다 걸리면 전에는 약한 처벌을 받았지만, 지금은 한국의 국가보안법 정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미얀마에 경제 제재를 한다면 무역과 대외투자 기업에 종사하는 민중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이는 노동운동하는 사람이 미얀마 노동자가 구조조정되는 조치를 요구하는 셈이다. 미국조차 첫 단계는 군부계좌의 동결. 군부의 입국 금지이지 경제교류 제한은 그 이후 조치이다.

미국이 민중들에게 치명적인 경제 제재를 하는 이유는 북한, 칠레, 쿠바, 베네수엘라 사례에서 보듯 경제 제재로 생활고에 빠진 민중들이 반정부 운동에 나서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나라 정부는 경제난이 미국의 탄압 때문이라고 하면서 내부 결집을 오히려 강화하기도 한다.

경제 제재, 보복 여론을 충족할 뿐

그렇다면 미국은 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이런 조치를 강행하는가? 그것은 국내 보수 세력의 보복심리 여론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득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친미국가와 친미세력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인들 민주주의 투쟁을 지지해야 하지만, 과도한 개입 역시 군부의 입장만 강화시켜준다. 군부로서는 소수가 외부의 지원을 받고 매국적 저항을 한다고 내부 결집을 강화한다. 노골적인 외부 개입은 군부 내 양심 세력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군부 분열과 함께 학살에 방어하는 인민군 등 민중 자체의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문제는 미얀마 국내 외 친미 세력은 인민군대의 창설에 반대하면서 비폭력집회와 외부 지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친미 부르주아 세력이 무장력에 근거한 민중의 집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입장에선 미얀마 친미 부르주아가 외부 지원을 받아 비폭력 집회를 확산시켜 집권하면 최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압박을 내세워 과거와 마찬가지로 군부와 타협하려고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태그:#미얀마, #인권전략, #소프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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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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