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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을 대상으로 안내판 내용을 분석하고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활동을 펼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로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제주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주요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보고서 발간 5개월이 지난 현재 당시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사항들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주다크투어가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기자말]
제주다크투어는 지난 5일 제주시 북촌 다크투어 유적지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제주지역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요. 북촌은 대표적인 제주4·3 유적지 중 한 곳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다시쓰는 100년의 역사> 보고서 바로가기

이번에는 당시 지적 사항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글자를 확인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이 심했던 '당팟(4·3희생터)', '정지폭낭 비념비' 유적지 안내판은 정비가 이뤄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 2년 만에 시트지 교체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7월 17일 유적지 안내판 조사 당시 촬영한 사진으로, 두 유적지 안내판은 내용을 알아보기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이 심했습니다.
▲ 훼손된 "정지폭낭 기념비", "당팟(4·3희생터)" 유적지 안내판 모습. 지난해 7월 17일 유적지 안내판 조사 당시 촬영한 사진으로, 두 유적지 안내판은 내용을 알아보기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이 심했습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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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5일 다시 찾은 두 유적지의 안내판은 새롭게 정비가 이뤄진 모습이었습니다. 인근 관계자의 말로는 지난 3월께 2년 만에 정비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 정비가 이뤄진 "정지폭낭 비념비", "당팟(4·3희생터)" 안내판. 올해 4월 5일 다시 찾은 두 유적지의 안내판은 새롭게 정비가 이뤄진 모습이었습니다. 인근 관계자의 말로는 지난 3월께 2년 만에 정비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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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쩍쩍 가 있던 옴팡밭 유적지 안내판도 새롭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17일 촬영한 옴팡밭 안내판의 모습(왼쪽)과 깨끗하게 정비된 유적지 안내판의 모습(왼쪽)입니다.
▲ 금이 갔던 "옴팡밭" 유적지 안내판(오른쪽)이 정비된 모습(왼쪽).  지난해 7월 17일 촬영한 옴팡밭 안내판의 모습(왼쪽)과 깨끗하게 정비된 유적지 안내판의 모습(왼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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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너븐숭이 4·3유적지' 안내판 옆에 설치되어 있던 유적지 소개 QR코드는 여전히 접속 불가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도로변에 설치된 '너븐숭이 4·3유적지' 안내판 옆에 있는 유적지 소개 QR코드 안내판(2021년 4월 5일 촬영). 지난번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접속 불가인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접속 불가 상태인 유적지 소개 QR코드 안내판.  도로변에 설치된 "너븐숭이 4·3유적지" 안내판 옆에 있는 유적지 소개 QR코드 안내판(2021년 4월 5일 촬영). 지난번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접속 불가인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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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 일제진지동 입구에 있는 안내판의 떨어진 글자는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서우봉'은 여전히 "서봉"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서우봉 일제진지동굴 안내판. '우'자가 떨어진 안내판(2021년 4월 5일 촬영)이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안내판 내용에도 '우' 자가 훼손되어 있어요.
▲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서우봉 일제진지동굴" 유적지 안내판 서우봉 일제진지동굴 안내판. "우"자가 떨어진 안내판(2021년 4월 5일 촬영)이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안내판 내용에도 "우" 자가 훼손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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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또 있었습니다. 너븐숭이 4·3기념관 건너편에 조성된 2개의 유적지 지도 안내판에는 '옴팡밭'이라는 학살터의 이름이 빠져 있거나, 옴팡밭에 새롭게 조성된 '순이삼촌 문학비'라는 이름으로 갈음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그 자리가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옴팡밭은 한꺼번에 300여 명이 희생된 북촌대학살 당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소한 순이삼촌 문학비-옴팡밭으로 병기해야 할 것입니다.
 
북촌마을 4·3길 안내판(왼쪽)에는 '옴팡밭'이 빠져 있습니다. 너븐숭이4·3유적지 안내판에는 '옴팡밭' 대신 '순이삼촌 문학비'로 장소명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 학살터 "옴팡밭"이 빠져있는 유적지 안내판 지도. 북촌마을 4·3길 안내판(왼쪽)에는 "옴팡밭"이 빠져 있습니다. 너븐숭이4·3유적지 안내판에는 "옴팡밭" 대신 "순이삼촌 문학비"로 장소명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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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었던 북촌초등학교를 찾아 '제주4·3 북촌주민참사의 현장' 위령비가 잘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4·3 당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이 묻힌 애기무덤도 눈에 담았습니다. 방문객들이 놓고 간 간식과 장난감들이 마음을 애잔하게 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에게 물어물어 '정지폭낭(지금은 사라져 버린 마을의 큰 나무)'이 있었던 자리도 찾아냈습니다. 물론 교차 검증을 통해 확실히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지난번 조사 땐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뿌듯했습니다. 
 
정지폭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입니다. 지금은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2021년 4월 5일 촬영)
▲ 정지폭낭 옛터 추정지. 정지폭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입니다. 지금은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2021년 4월 5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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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촌은 제주4·3 당시인 1949년 1월 17일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수인 300명 이상의 사람이 희생된 마을입니다. 이후 학살이 이뤄졌던 이날은 마치 명절처럼 마을 대부분의 집에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살이 벌어진 이후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는 이유로 이장 등 마을 주민들이 고초를 겪은 이른바 '아이고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은 1993년부터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마을의 피해사실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현재 북촌은 제주4·3 관련 피해 사실이 가장 잘 기록.정리되어 있는 곳 중 한 곳입니다.

북촌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힘이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제주다크투어도 기억과 기록의 힘을 믿고 꾸준히 활동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북촌 애기무덤을 수놓은 바람개비. 바람개비 외에도 추모객들은 놓고 간 간식과 장남감들이 있었습니다.
▲ 북촌 애기무덤. 북촌 애기무덤을 수놓은 바람개비. 바람개비 외에도 추모객들은 놓고 간 간식과 장남감들이 있었습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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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진 비석은 북촌대학살 사건 당시 이곳 옴팡밭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 순이삼촌문학비(옴팡밭).  널브러진 비석은 북촌대학살 사건 당시 이곳 옴팡밭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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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대학살 당시 군 토벌대가 주민들을 몰아넣고 학살을 자행했던 북촌초등학교. 당시 주민들은 이곳에서 학살터로 끌려가 희생되었습니다.
▲ 북촌초등학교. 북촌대학살 당시 군 토벌대가 주민들을 몰아넣고 학살을 자행했던 북촌초등학교. 당시 주민들은 이곳에서 학살터로 끌려가 희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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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다크투어, #제주4.3, #제주4·3, #북촌, #북촌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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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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