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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이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1인시위를 하던 중 이들을 반대하던 한 시민의 모습이 안경에 비쳐 보이고 있다. ⓒ 이희훈
 
"엄마 아빠는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응 내 자식 퀴어."


극작가 이은용씨, 퀴어 활동가 김기홍씨, 변희수 하사. 한 달 사이 세 명의 트랜스젠더가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부모들이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혐오발언을 일삼는 정치권을 비판하기 위해 광장에 섰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건물 앞에서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성소수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하늘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표는 "변희수 하사의 용기 어린 결단과 행동은 노동 현장에서 혐오와 차별을 마주하고, 구직 과정에서조차 성별이분법적 시각에 검열당하는 것에 지쳐버린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었다"라며 "고인이 된 변 하사의 꿈을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어 하늘 대표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던지거나 '차별 금지'에 무관심한 정치권을 비판하며, 이들이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유엔의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 종식 촉구에 이렇다할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성소수자 부모들은 당사자들을 이렇게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고 또 방조하는 사회에서 살게 한 것에 너무 미안하다"라며 "더 이상 성소수자 부모들은 의분을 참을 수 없다.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대물림되는 것을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유불리 따라 성소수자 존재 지우는 한국 정치"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 이희훈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 이희훈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어머니인 나비 운영위원은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받아야한다"라고 말한 것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무시하고 인권에 대한 무감각과 몰상식을 전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지 '동성애 찬성·반대'와 '퀴어문화축제 찬성·반대'라는 한국 정치의 여과장치로 납작하게 만들었고, '퀴어' 의제를 유불리에 따라 꺼내어 휘둘러지는 전가의 보도로 전락시켰습니다. 누군가의 인권을 그저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매력적인 도구로 이용하는 당신들은 정녕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나비 운영위원은 "당신들이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동안 성소수자들의 생명이 끊어져가고 있다"면서 "성소수자인 우리 자녀들이 일상과 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수록, 사회는 우리 자녀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만 같아 너무나 두렵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두렵기 때문에, 행동을 주저할 수 없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세 동료들에게 너무나 큰 빚을 졌기 때문"이라며 "성소수자 인권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해야 한다"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물 운영위원은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제 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나왔다"라며 "저희 딸은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편견과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딸은) 신의 이름을 팔아 단죄하는 이들과, 표 장사에 혈안이 된 정치꾼과, 극단적인 조롱과 멸시를 일삼는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를 멈춰줄 것과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물 운영위원은 "자신의 벽을 허물어 세상의 다리를 자처한 동료들을 애도하며, 그 다리의 다리가 되어 다음 세대 여성을 위해 투쟁하겠다"면서 "한 달 후 새롭게 시작되는 이곳 정치의 눈과 귀는 소수자들을 위해 모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 이희훈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한 지지자가 한반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 이희훈
 
트랜스젠더 딸을 둔 지월 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은 "이곳(시청광장)은 여지껏 퀴어문화축제의 현장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긍지를 지닌 채로 혐오에 맞서며 함께 연대하던 기쁨의 장소였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우리와 함께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성소수자들을 기리는 장소가 되었다"라며 세 사람을 추모했다.

"우리가 성소수자들을 안아주던 이곳에서나마, 떠나간 그들을 위로해주고자 합니다. 은용, 김기홍, 변희수, 당신들이 있어 든든했습니다. 오히려 당신들에게 우리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태그:#성소수자 부모모임, #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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