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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서울특별시청
 서울특별시청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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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서울시장의 자리를 향하여 오늘도 여야 후보들이 야단법석을 벌이고 있다. 한창 논란을 빚고 있는 부동산 대책과 미증유의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보호 공약부터 후보자 자신의 리더십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의 매력을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철학과 인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레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일까? 서울 민심은 어떤 리더십을 서울시장에 요구하고 있을까?

트럼프와 아베와 같은 가짜뉴스와 포퓰리즘을 앞세운 '스토롱맨' 리더십은 왜 몰락했을까? 그들을 낳은 시대정신이 갑작스럽게 변화한 데 있다. 그 변화의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과 사회경제적인 삶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가짜뉴스와 포퓰리즘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 시대의 '뉴노멀'을 들여다보면, 우선 코로나19 사태와 이상 기후 변화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삶의 불안정성이 극도로 커진 사회적 상황에 이러한 자연의 역습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게다가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중이다. 

'뉴노멀'한 시대 상황을 성찰하면, 자연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대비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도하면서도, 불안정한 시민의 삶을 보듬는 과제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현재 서울의 위상과 시민의 삶은 어떠한가? 세계 도시 순위는 다양한 기관에서 각기 원하는 기준에 따라 매겨지므로 절대적인 척도는 되지 못한다. 

2016년 보고서에서 서울연구원 김묵한 연구위원은 '세계 경쟁력(글로벌 파워) 도시'와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두 개의 지표를 선정하여 서울의 특성을 제시하였다. 기업하기 좋고 경제가 부흥하고 연구개발이 활발한 도시의 지표와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으로 살기에 좋은 도시의 지표에서 동시에 좋은 순위를 획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뉴욕, 동경,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지속가능한 지표에서 10권에 들지 못한 반면에 취리히, 스톡홀름, 비엔나와 같은 소도시는 세계 경쟁력 지표에서 10권에 들지 못했다. 

시민과 더불어 같이 즐거운 서울

그러나 서울은 특이하게도 양대 지표에서 동시에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두 지표에서 서울보다 모두 앞선 도시는 오로지 런던과 싱가포르였을 정도이다. 특히 서울은 지속가능한 도시 지표 중 교통 인프라, 기대수명, 교육의 질, 일과 삶의 균형 등 사회 지속성에서는 2위까지 차지했다. 물론, 최근 발표된 2020년 세계 경쟁력 지표에서 서울은 거주 취약성으로 인해 8위로 내려갔다.

왜 경선에서 부동산 공약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K-방역으로 전 세계에 유명해진 코로나19 방역 상황까지 고려하면 서울의 위상은 더욱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차치한다면, 이와 같은 서울을 만드는 데 박 전 시장의 리더십이 기여했다는 사실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개발 위주의 이명박 전 시장 리더십과는 달리 박원순 리더십은 시민이 주도하는 컨설턴트 리더십이다. 특히 위급한 메르스 사태에서 방역 모델을 제시하고, 도시개발에서 도시재생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촛불혁명의 주역인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개혁을 주도하는 다중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점에서 다시 한번 시장은 리더가 아니라는 컨설턴트 리더십이 주목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차기 시장은 컨설턴트로 머무를 수 없는 뉴노멀의 시대이다.

코로나와 AI로 상징되는 뉴노멀은 기존의 방식과 매뉴얼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민과 함께 융합적인 혁신을 주도할 스마트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뉴노멀로 인해 불안정하고 힘든 서울시민의 삶을 보듬기 위해 맹자가 말한 '여민락(與民樂)' 리더십이 요청된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옛날 사람은 백성과 더불어 같이 즐겼고 그래서 능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리더가 혼자만 좋은 것을 즐긴다면 백성이 (차라리) 그와 함께 죽기를 바랄 것이라며 혼자 즐겁기 보다 함께 즐거워야 함을 강조했다.

건물주 홀로 즐겁고, 대기업 홀로 즐겁고, 정규직 홀로 즐겁고, 강남 홀로 즐겁고, 기성세대 홀로 즐거운 서울을 바꿔야 한다. 시민과 더불어 같이 즐거운 서울을 열려면 엘리트 위주의 사회 구조와 문화 방식을 개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서울시장의 스마트한 '여민락' 리더십으로 깨어있는 촛불 시민들과 함께 만들 서울의 모습을 그려본다.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서울,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서울, 안정적인 주거와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행복한 서울,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지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누리는 융합적인 문화 서울, 전통과 미래가 교차하는 혁신적인 스마트한 서울이면 좋겠다.

태그:#서울시장, #시대정신, #리더십, #선거, #여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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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로서 정치존재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자와 푸코를, 지젝과 원효, 바디우와 나가르주나, 헤겔과 의상 등 동서양 정치존재론의 트랜스크리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로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철학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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