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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8일 자정,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영업자를 살려달라'고 했다.
 김 회장은 8일 자정,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영업자를 살려달라"고 했다.
ⓒ 김기홍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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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매장을 중심으로 오후 9시 이후에도 매장 불을 켜놓으며 항의표시를 했다. 그래도 정부 조치는 바뀌지 않더라. 결국 자정에 기자회견을 하며 우리 사정을 알렸다. 죽고 싶다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그래도 들어주지 않으면? 그다음은 영업강행이다."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을 비롯한 PC방·코인 노래방·호프집 업주들은 8일 0시,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비수도권의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을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했다. 수도권은 오후 9시 제한을 유지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영업제한을) 완화할 경우 대유행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하지만 김 회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시간 연장 조치는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PC방 매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라면서 "이미 PC방 업주들은 빚이 수억 원에 달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여럿이다"고 일갈했다.

경기도에서 14개월째 PC방을 운영하는 김 회장 역시 지난해(2020년) 진 빚만 3억 원에 달한다.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갔고, 그와 그의 아내는 신용불량자에 놓일 처지가 됐다. 80여 평에 빚을 내 설치한 100대의 컴퓨터 위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핀셋 방역처럼 업종별 상황에 맞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라면서 "소급적용 없는 손실보상법은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기홍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8월 이후 폐업한 PC방 수천개 넘는다" 
 
김 회장은 "영업강행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방역당국과 보상에 관해 협의를 하고싶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영업강행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방역당국과 보상에 관해 협의를 하고싶다고 강조했다.
ⓒ 김기홍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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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자정은 PC방을 비롯해 코인 노래방, 호프집에 상징적인 시간이다. 특히 PC방은 24시간 문이 열려있는 곳 아닌가. 누군가에게 자정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각일지 몰라도 우리는 손님이 새로 들어오는 시간이다. 이때 PC방 매출의 30~40%가 발생한다. 오후 9시에서 한 두시간 영업시간을 늘린다 해도 매출에 별 영향을 못 미친다.

처음부터 자정 시위를 계획했던 건 아니다. 사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영업제한 조치가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다. 코로나가 1년이 넘어가니까 정부가 자영업자의 상황을 이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다 소용없더라. 한 시간 영업시간이 연장된 게 전부다. 뭘 하자는 건가 싶더라. 주말 이후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도 '더는 못 참겠다'는 비명이 나왔다. 영업강행 뿐만 아니라 촛불 집회를 하자는 말도 있다."

- PC방만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달라는 건가.
"업종에 따라 규제도 달라야 한다는 거다. PC방뿐만 아니라 식당, 당구장, 헬스장 등 모두 다른 특성이 있지 않나. 그 특성에 맞게 규제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거다. PC방은 그동안 개별칸막이 설치와 방역소독, 환기, 출입명부작성, QR코드설치, 발열체크 등 정부의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라왔다.

나만 해도 개별칸막이와 24시간 환기 시스템을 설치하느라 1500만 원의 빚이 더 생겼다. PC방이 고위험 시설에서 중위험시설로 인정받은 건 이렇게 업주들이 사비를 털어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영업제한은 계속 연장되고 있다."

- 정부는 언제든지 폭발적으로 코로나 환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항상 듣는 말이다. '조금만 버텨달라', '곧 좋아진다',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PC방에서 확진자 다수가 발생했나? 아니다. 교회나 요양병원 등에서 나왔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2차 확산이 될 무렵 PC방 영업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그즈음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사단법인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 조치 이후 알음알음 업주들이 모여 형성된 조직이다. 처음 1만 개 PC방 업주가 모였는데, 지금은 7천여 개 업주만 남았다. 왜 그런지 아나? 3천여 개가 폐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업제한은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할 때가 아니다.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폐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폐업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지경이다."

"영업손실 보상은 소급해서 적용해야" 

- 폐업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건가.
"맞다. 대부분은 빚과 임대계약 때문에 폐업도 마음대로 못한다. 나도 그렇다. PC 설치를 하려면, 보통 한 대당 150~200만 원이 든다. 나는 100대가 있으니까 이것만 최소 1억 5천만 원이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 월세도 다 빚이다. PC방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목 좋은 곳에 자리해 월세도 비싸다. 신촌, 명동은 월세만 1500~2000만 원이라더라. PC방은 공간도 넓어야 하니 보통 80평 이상이 대다수다. 결국 평균 3억~5억을 들여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여윳돈을 가지고 PC방을 시작하는 사람이 어딨나. 결국 다 빚이다. 2금융권에서 80% 대출을 받는다. 나는 18% 이율로 3년 상환을 하기로 했다. 이 계약을 파기하려면? 한 번에 다 갚아야 한다. 그러니 폐업도 못 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거다. 그런데 이제 정말, 한계에 다다랐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기자회견에서 손실보상을 소급적용하라고 요구했는데.
"코로나 이후를 생각했을 때 소급적용이 필요하다는 거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매장 문을 연다고 우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진 빚은 어떻게 하나? 코로나가 지속된 지난 1년 동안 방역을 위해 (매장)문을 닫았다. 행정 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가 상당한데, 여기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를 자세히 조사를 하고 피해에 상응하는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 지난 1년여간의 피해를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매출이익이 아닌 매출손실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3년간 평균 매출액과 작년 한 해 매출 감소분을 비교하여 비례하여 지급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

- 9일 자정(코인 노래방), 10일 자정(호프집)까지 시위를 한다고 했는데, 그다음은 뭔가.
"영업강행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우리에겐 영업 강행밖에 없다. 최소한 정부가 자영업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우리도 방법이 없다. 방역당국에서 자영업자들과 지속적 협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말뿐이었다. 그 후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버틸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 힘들어 죽겠다는 사람한테 버티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우리는 8월 이후 충분히 버틸 만큼 버텼다. 해가 바뀌고 2월이 됐다. 그런데도 이렇다 할 보상대책 없이 무조건 영업제한을 하는 건 해도 너무한다."

태그:#PC방, #자정시위, #손실보상,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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