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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은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 신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모습.
▲ 신년 기자간담회 하는 서욱 국방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은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 신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모습.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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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분담금 문제로 한국을 괴롭혔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로 한국 정부를 곤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서욱 국방부장관은 1월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하겠다"라고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의 전작권 환수(전환) 의욕을 표시했다.

그러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각)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전작권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동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인력 그리고 그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조건 충족'을 언급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한편, '우리의 병력과 그 지역의 안보'를 거론함으로써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안보를 제동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우리의 이익과 너희의 안보'가 걸린 사안이므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까지의 전작권 반환에 대해 적극적 의지가 별로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성급한 방식 취한다면 후회"...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말

미국의 의중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한 언급은 2020년 12월 2일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재임 2016~2018)의 입에서 나왔다. 주한미군전우회와 한미동맹재단이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한미동맹 평화 컨퍼런스' 2일 차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자리에서다.

지난해 12월 3일 치 <미국의 소리>는 그의 발언을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어 한국 측이 전작권 전환 일정을 앞당기길 원한다면 조건들을 완벽히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성급한 방식을 취한다면 분명히 후회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말로 정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속도를 내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와 '조건 충족'을 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상호 부조화가 전작권 환수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무부 대변인과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에서 나타나듯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전작권 반환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주권국가 및 독립국가의 면모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는 그들의 우선 고려사항이 아니다.

12월 2일 화상 연설 때 브룩스가 남긴 인상적인 한마디가 있다. 전작권이 주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목이 '전직 한미연합사령관들 전작권 주권 문제 아냐'로 뽑힌 <미국의 소리> 기사에 따르면, 브룩스는 "그건 아니예요. 주권에 관한 게 아닙니다(That is not, is not about sovereignty)"라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이 이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발언했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미국에 이로운 측면도 있다. 국무부 대변인의 답변에 언급된 것처럼 전작권 문제는 미국의 이익과 관련돼 있다. 한국의 주권과 직결된 사안을 놓고 미국이 '조건 충족'을 운운하며 시간을 끌면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이 한국민들 사이에 확산되는 것을 미국 입장에선 우려할 수밖에 없다.

'무기 획득'으로 귀결되는 이상한 구조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020년 10월 14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020년 10월 14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워싱턴특파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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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방위미분담금 사안을 이윤추구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지난해 10월 14일(미국 시각) 발표된 제5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증명된다.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부장관이 나눈 '적나라한 대화'가 이 성명에서는 매우 점잖게 표현됐다.

공동성명 제12조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 한국이 "방위역량 확충을 지속할"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전작권 반환과 미국산 무기 수출을 연계시키는 에스퍼 장관의 발언과 이에 대한 서욱 장관의 답변을 소개했다. 미국산 무기 구매를 '획득'이란 단어로 에둘러 표현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렇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군 방위능력에 대한) 보완능력의 제공을 공약하면서, 구체적 소요 능력 및 기간을 결정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 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 장관은 대한민국의 경제·군사적 발전을 고려해 대한민국이 해당 능력들을 획득·개발 및 제공할 것임에 주목했고, 한(韓)측의 획득 계획에 대하여 보다 더 활발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산 무기를 많이 수입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이 주기적으로 매스컴에 출연해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속에서 한국 국민들의 혈세가 미국 군수기업들로 이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제는 전작권 문제마저도 무기 수출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작권은 한국의 주권을 구현하는 권리이고, 당연히 한국에 돌아와야 할 권리다. 이를 놓고 미국은 마치 '권리금'이라도 뽑아내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 계획이 이해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무기 구매 계획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전작권 문제가 무기 구매 문제와 연계되고 있으니,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이 '아니다'를 두 번이나 써가며 전작권과 대한민국 주권을 분리시키려 애쓸 만도 하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한 태도 취해야 할 한국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9월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9월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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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우리 국방부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미국 무기를 과할 정도로 많이 '획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 더욱 더 많은 '획득'을 약속했다. 위의 공동성명 제12조뿐 아니라 제14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양 장관은 국방 연구개발, 산업협력, 군사력 건설과 획득, 군수 그리고 기술보호 분야 등을 다루는 한미 협의체 간 교류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해 전력증강, 상호 운용성, 획득, 운영 유지 등 분야에서 동맹의 계획과 우선 현안을 추진해 나간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우리의 세금이 전작권 협상과 관련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은 지난해 12월 발행되고 이번 2일부터 온라인으로 배포 중인 <2020 국방백서>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책 제5장 '공정·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방운영체계 확립'에 이런 문단이 있다.

"전작권 전환 및 군 구조 개편 추진을 위한 필수전력 확보를 위해 50조 원을 배분했다. 전작권 전환 관련 핵심군사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對)화력전 수행능력, 정밀유도무기, 통신 능력 보강에 약 11.6조 원을 편성했고, 군 구조 개편을 위한 전장(戰場) 기능별 필수 전력에 38.4조원을 투입해 230mm급 다련장, 차륜형장갑차, 차기 이지스구축함, 한국형전투기(KF-X), 상륙기동헬기 등 지·해·공 작전능력을 질적·양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백서의 다른 곳들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제6장 '상호보완적 굳건한 한미동맹 발전과 국방교류협력 증진'에는 "특히 '2021~2025 중기계획'에 300여조 원의 재원을 반영했으며 지속적으로 국방예산 중 방위력 개선비를 증액하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핵심 군사력 건설 소요를 빠짐없이 반영하고 있다"라는 대목이 있다.

대한민국 군대는 이미 세계 10위권 이내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군대가 '핵심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말한다면, 이 세상에 그것을 갖춘 곳은 몇 나라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핵심 군사력 건설'이 전작권 환수에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무기 구매를 요구하고 한국 정부는 호응하고 있다.

원칙상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방위비를 한국에 과도하게 분담시키는 미국의 행위에 대해 최근 수년간 우리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말들을 했다. 마찬가지로, 당연히 반환해야 할 전작권을 빌미로 무기 구매를 강요하는 미국의 행위에 대해서도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에 '권리금' 같은 것이 필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2022년 5월 이전은 물론이고 그후에도 전작권 환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태그:#전작권, #전시작전통제권, #2020 국방백서,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서욱 국방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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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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