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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어 이란 법무차관과 면담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어 이란 법무차관과 면담하고 있다.
ⓒ 외교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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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람들이) 화가 되게 많이 났었다."

지난달 이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적 유조선 '한국케미'호의 석방을 위해 실무 대표단으로 급파됐던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현지의 싸늘했던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대한 현지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았다"며, 이란 사람들이 "어떻게 우호적 관계인 한국이 미국보다 더 제재를 과도하게 지키냐"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히 지키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이란이 29일만인 어제(2일) 갑자기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 19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케미호에 대해 이란측은 환경오염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진짜 이유는 한국의 은행에 억류된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70억불(약 7조8천억원)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동결자금 큰 진척 없지만 '진정성' 있는 조치 이뤄져
 
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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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험악했던 이란은 왜 갑자기 선원들을 석방한 것일까.

이 당국자는 그 이유로 동결된 원유수출 대금 70억불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심(sincerity)'이 이란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풀이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예정된 일정이긴 하지만 사태 이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부랴부랴 정부대표단을 꾸려 이란을 방문, 여러 지도층을 잇따라 만난 게 큰 도움이 됐다. 최 차관은 이란에 도착하자마자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로하니 외무장관을 비롯해 법무차관과 의회 관계자, 최고지도자 측근, 학계 인사 등을 다양하게 만나 한국케미호의 억류해제를 요청했다.

최 차관이 '동결자금 문제 해법을 찾아오겠다'며 돌아온 뒤에도 외교부는 지금까지 거의 매일같이 이란측과 소통하며 해법을 논의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이란 의회측 인사와 소통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전과는 다른 의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가 전달된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해석했다.

물론 아직 동결자금 문제에 큰 진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액수는 아니지만 작은 분야에서 성과도 있었다.

이 당국자는 미납된 이란 정부의 유엔 분담금(1625만달러, 약 180억원 추정)을 동결자금으로 지급하는 문제가 미국과 협의중이며 거의 해결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반적으로 분담금을 낸다는 건 협의가 끝났고 굉장히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에 대해 지난 2개월간 256억원의 의약품 수출이 이뤄진 것도 이란측의 마음을 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전 6개월간 150억원에서 상당히 늘어난 액수다.

한편, 이란의 억류해제 조치가 미국의 바이든 정권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선박 억류가 장기화 되는데 부담과 느낀 데다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향한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당국자는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지만 핵문제에 대해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에 트럼프 때보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돼 이란항으로 향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힌 모습. 오른쪽 동그라미는 혁명수비대 고속정 모습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돼 이란항으로 향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힌 모습. 오른쪽 동그라미는 혁명수비대 고속정 모습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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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해제됐지만 필수인력 당장 귀국은 어려울 듯

선장을 제외한 19명의 선원에 대한 억류가 해제됐지만, 전원 곧바로 귀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선박은 억류돼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관리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란측은 선장 한 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선사측은 선박 운영과 화물관리 등에 더 많은 필수인력이 잔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케미호 선박관리회사인 타이쿤쉽핑은 3일 <연합뉴스>에 "한국케미는 선박을 운항하기 위해 필수 승무 인원이 13명"이라며 "추후 선박 운항이 허용됐을 때나 이란이 주장하는 해양오염 관련 조사를 위해서라도 선원들이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11명의 미얀마 국적 선원들은 본국에 쿠데타가 발생해 당장 귀국하기도 애매한 입장이다. 코로나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선사측이 여러 측면을 감안해서 귀국인원이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9년 역시 이란에 나포됐던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는 선원 23명 가운데 비필수인력 7명만 먼저 억류 해제된 적이 있다.

태그:#이란, #한국케미호, #나포, #호르무즈, #최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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