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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전례 없는 경험을 안겨준 한 해였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팬데믹의 종착역이 어디일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마주한 뉴-노멀(New-Normal)의 시대는 인권의 판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지나간 2020년은, 국제개발 비영리단체인 아디(ADI)의 팔레스타인 현지사업 첫 해가 마무리된 해이기도 하다. 그 어느 해보다 팔레스타인 사회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돌아보며, 현지 사업을 진행하며 떠오른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울려퍼진 '성폭력 중단' 
 
아디의 여성지원센터 참가자들이 주최한 팔레스타인 나블루스 최초의 여성폭력반대 시위 사진
 아디의 여성지원센터 참가자들이 주최한 팔레스타인 나블루스 최초의 여성폭력반대 시위 사진
ⓒ 여성지원센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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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6일 팔레스타인 나블루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여성폭력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개최했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에게 아주 낯선 광경이었을 이 집단행동은 아디의 '여성지원센터' 교육프로그램 참가자 20명이 자발적으로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기획한 행사였다.

이날 '여성들의 움직임'이 일으킨 반향은 비록 이후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SNS를 통해 해당 지역사회를 넘어 팔레스타인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여성폭력중단' 캠페인을 보도한 지역 언론사 기사에는 수백 건의 찬성과 반대 댓글이 달리면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에선 그동안 여성폭력을 비롯한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꺼리며 쉬쉬하거나, '내부적으로' 처리해온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그랬던 해당 지역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지금껏 오랜 시간 멈춰버린 변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는 귀중한 동력이라는 게 활동가들의 평가였다.

미국 트럼프가 서안지구 한 청년에게 미친 영향

서안지구 요르단 계곡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라쉬드에게 2020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해였다. 연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안'의 골자는, 라쉬드의 터전이자 활동지역인 요르단 계곡 일대를 이스라엘에 편입 후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계획이 발표된 뒤 이스라엘 정부는 실제 요르단 계곡의 베두인(유목민족)을 쫓아내며 관련 건물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강제철거 위협이 있을 때 현지활동가들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관련 사안을 알리며 연대활동을 이어왔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제활동가의 입국이 금지되며 연대활동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팔레스타인 국내의 많은 활동가들이 국제활동가들의 부재를 대신하여 요르단계곡 강제철거에 맞서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오랫동안 인권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모함메트(가명)는 2019년 아디의 '팔레스타인 평화여행' 한국 참가자들과 만나 팔레스타인의 내부정치체제와 리더쉽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의 주요 정치세력인 파타당(서안지구를 실효적 지배)과 하마스(가자지구 통치세력) 모두 십년 이상 선거 없이 장기 집권하고 있으며 내부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함메트에 따르면 부정부패 또한 심각하다. 팔레스타인은 대통령과 의회총리를 선출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이 이끄는 파타당과 이스마엘 하니야가 이끄는 하마스당으로 양분되어 있다. 2005년 1월 4년 임기로 당선된 현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고 국회의원 선거 역시 2006년 1월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들,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많은 부분은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는 팔레스타인 내부의 민주주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적 정당성을 잃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리더쉽은 문제해결의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정부는 2021년 5월 총선, 7월 대선, 8월 팔레스타인 민족회의 선거를 예고했다.

이 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지 활동가들에게 물었다. 대답은 양분됐다.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과 국교정상화를 진행하니 이에 따른 지역 내 고립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내부적 단합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하며 반드시 이번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뤄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06년 선거 때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명 당한 하마스가 승리하여 대이스라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게 될지, 아니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의성이 반영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들은, 현재의 정치제도로는 이스라엘의 폭력적 영토병합정책을 막을 수도, 그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이동화님은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디 ADI는 아시아 분쟁지역에서 피해생존자와 현지활동가를 지원하는 인권과 국제개발 비영리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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