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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산켄전기) 표지판.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산켄전기) 표지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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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본 산켄전기가 1973년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설립했던 '한국산연(산켄)'이 47년 만에 폐업했지만 노동자들은 폐업철회 투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회와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대표 하원오)에 따르면, 일본 국회의원과 외무성 관계자가 만나 한국산연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일본에는 시민·노동단체가 모여 '한국산연 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이 지난해부터 결성되어 있다. 지원모임은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부터 '폐업철회 투쟁'을 벌이자 결성되어, 산켄전기 앞 등에서 집회와 선전전 등을 벌여오고 있다.

2016년 한국산연이 폐업하려고 했을 때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1년 가까이 '원정투쟁'을 벌인 끝에 '폐업 철회'를 이끌어 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원정투쟁이 어렵게 되었다. 이에 일본 시민·노동단체가 나선 것이다.

지원모임이 경남대책위에 전달해온 자료에 따르면, 지원모임 소속 나카오카 전노협 사무국장과 오자와씨, 가토씨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 외무성 관계자와 면담했다.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은 참의원 의원이자 변호사이고, 현 사회민주당 당수다. 외무성에서는 아시아대양주국 북동아시아 제1과, 경제국 경제협력개발기구실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날 면담에서 지원모임측은 한국 국회의원 13명이 보낸 "한국산연 폐업 중단과 한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동서한"을 전달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이미 서울 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시위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원모임은 이 자리에서 18일 창원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한국산연 폐업 철회를 위한 결의안' 관련 보도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해 외무성 관계자한테 전달했다.

지원모임측은 "일본 본사가 일방적으로 회사 청산을 결정하고 발표했다. 47년 동안 갖은 혜택을 받으면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하는 짓이 부도덕하고 먹튀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장기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화도 없이 일방적인 해고, 폐쇄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지원모임은 이번 한국산연 폐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이라 지적했다.

지원모임측은 "한국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식문서를 받으면 답변을 보내지 않느냐"고 물었고, 외무성 관계자는 "사례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는 것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당시 "한국산연에 몇 명이 있느냐, 현지법인 대표는 한국인인가, 20일이 되면 한국인 대표도 해고되는가, 본사와 대화할 수 없는가, 본사 앞에 자주 간다고 했는데 그 때 본사 사람이 나오지 않는가, 지원모임은 노동조합인가" 등에 대해 물었고, 지원모임은 설명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지원모임은 "이날 면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더 길게 질의응답이 오갔다. 외무성에서도 이 문제를 그냥 놓아두면 더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지원모임은 "창원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가결됐고, 앞으로 경남도의회에서 가결되면 국회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국회에서 결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그렇게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천막농성.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천막농성.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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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책위 '항의서한', 산켄전기 본사 배달 확인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원회가 일본 산켄전기 대표 앞으로 보낸 항의문.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원회가 일본 산켄전기 대표 앞으로 보낸 항의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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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남대책위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진보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정의당·진보당·노동당 경남도당, 열린사회희망연대, 경남여성연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등 150개 단체가 참여한 항의서한을 일본측에 보냈다.

항의서한은 다카시 와다 산켄전기 대표 앞으로 보낸 것이다. 김정광 경남대책위 집행위원장은 "150개 단체가 참여한 항의서한은 일본어로 번역되어 국제우편특급으로 보냈고, 지난 19일 일본 산켄전기 본사에 배달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남대책위는 항의서한에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 사업부 철수, 7차례 구조조정을 강행해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억압했다"며 "2016년 34명의 조합원을 전원 정리해고하려 하자, 한국과 일본의 노동단체와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런데 지난해 7월 9일 산켄전기는 한국산연 폐업을 결정하고 일본 본사 홈페이지에 2021년 1월 20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공지했다"며 "이는 '폐업 6개월 이전에 이를 조합에 통보해야 하며 구체적 상황에 대해서는 조합과 합의 후 결정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남대책위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졌을 때,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재난 자본주의'의 대표기업이라는 오명을 산켄전기가 자초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며 한일 간 건전한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는 한국산연 폐업조치를 철회하고 한국 노동자들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산켄전기는 지난해 7월 이사회를 열어 '한국산연 해산'을 결정했고, 20일 폐업했다. 위로금을 거부한 노동자 16명이 '폐업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산연은 엘이디 조명과 전원을 생산해서 국내에 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원회가 일본 산켄전기에 보낸 항의서한이 배달되었다는 안내문.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원회가 일본 산켄전기에 보낸 항의서한이 배달되었다는 안내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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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산연, #산켄전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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