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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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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열린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위해 청와대는 준비를 많이 했다. 18일 오전 10시부터 90여 분 동안 24명의 기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질문했고, 채팅 창을 통해 기자들이 선정한 3개의 질문이 던져졌다. 다른 취재 현장을 생각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되고 있는 현장 취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추관 2층 무대에는 내·외신 출입기자 20명만이 자리했고, 100명은 비대면 온라인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여했다. 온라인 참여 기자들을 위해 앞서 4차례 사전 리허설도 가졌다. 120명 기자들이 번호가 적힌 팻말을 잘 보이게 들고, 대통령이 이를 보고 번호를 호명하는 방식이었다. 리허설 때 연결이 원활하도록 음향·영상 점검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온-오프라인에 참여하지 못한 청와대 출입기자 16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채팅 질의'도 준비했다. 이것도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무대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일주일가량의 공사를 통해 춘추관 2층에 전용 세트장을 마련했다. 

기자들의 중구난방... "뵐 기회 많지 않아 그런 듯"

지난 한 해 동안 '중요 사안에 대해 직접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일까. 문 대통령은 "(화상회견 방식으로) 더 많은 기자님들이 참여 못 하신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화상회견은 우리가 처음 해 보는 방식"이라며 "매끄럽게 진행이 될는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서로 협력해서 좋은 소통의 시간이 되고, 또 국민들께도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질의에 들어갔다. 

기자들과의 문답은 방역·사회 분야, 정치·경제 분야, 외교·안보 분야로 순차적으로 나눠 진행한다고 청와대가 충분히 공지한 상태였다. 물론, 질문의 내용은 미리 정해지지 않았고, 최근 가장 뜨거웠던 현안이 먼저 나오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미의 관심사인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도 송구하다고 했던 부동산 문제가 한 데 묶여 질문으로 던져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면의 문제는 오늘 그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들 하셨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대통령의 입장을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원래는 이게 방역 이런 부분 먼저 질문하시게 되었는데 첫 테이프를 정치로 끊으시는 바람에 쭉 정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마는, (질문이) 다시 방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고요."  

외신 기자가 방역 관련 질문을 던졌고, 사회 분야 질문이 이어지면서 기자회견은 본래 페이스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가장 나중 순서로 계획된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분야 질문에도 문 대통령은 답변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고,  이날 온라인으로 질문을 한 기자도 "아무래도 대통령을 뵐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까 분야를 막론하고 질문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서 소통을 많이 하지 않으신다, 불통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며 "언론 접촉을 늘려갈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중구난방 기자회견이 된 데에는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자회견만이 소통은 아냐…. 현장 목소리 많이 들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반드시 기자회견만이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통의 한 방법"이라며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또 현장 방문에서도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들이긴 하지만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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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코로나 상황 때문에 시간의 간격이 오래 비면서, 국민들께서 소통이 부족했다고 느끼신다면 앞으로 그 점에 대해서는 소통을 늘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대책,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문 대통령이 가진 생각이나 대책이 궁금한 사안들이 많았지만, 양방향 소통의 장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은 제기할 수 있다. 한 기자의 이같은 지적에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만이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받아쳤다. 단순한 반박일 수도 있지만, 이 말을 통해선 언론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불신이 읽히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내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준비는 많이 했지만 중구난방이 돼 버린 이번 기자회견 때문에, 대통령은 언론을 더욱 불신하고 언론은 대통령을 향해 '왜 소통하지 않느냐'라고 묻는 악순환이 집권 5년 차에도 이어질까 우려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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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기자회견, #온오프라인 화상회견,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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