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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 테이블 가운데)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왼쪽 테이블 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 테이블 가운데)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왼쪽 테이블 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있다.
ⓒ 이란정부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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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방문 중인 한국 대표단이 나포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의 조기 석방을 위해 현지의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억류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요구하는 한국과, 동결자산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면서 억류 문제는 사법문제라며 주장하는 이란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아 사태가 자칫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관련 기사 : "이란 유조선 나포는 기획된 작전, 해결 장기화 우려").

한국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0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 정무차관을 만난 데 이어 이틀째인 11일에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을 만나 한국 선박의 조기 석방을 강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자리프 장관은 "한국 내 동결자산이 양국 관계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 뒤, "선박 문제는 이란의 사법 절차를 통해 다뤄야 하며 이란 정부는 사법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만난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차관이 "자산 동결은 미국의 잔혹한 제재 보다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며 "억류 문제는 환경오염 문제일 뿐이라며 이란 사법부가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한 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최고지도자 측 "자산 동결돼 필요한 의약품도 못 사"

최 차관은 또 이란 외무장관 출신이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카말 하르라지 최고지도자실 외교 고문도 만났다. 이란 정계에서 최고지도자의 영향력을 고려한 면담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란 국영통신사인 IRNA의 보도에 따르면 최 차관은 이 자리에서 양국 간 의도치 않은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한 뒤,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효율적인 조치가 내려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하르라지 위원장 역시 "양국은 과거 좋은 관계였지만,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함으로써 70억 달러의 이란 자산이 한국의 은행에 동결돼있고 의약품을 사기 위한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됐다"라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하르라지 위원장은 이어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이란에서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만약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서 상품을 파는 대신 투자와 기술 이전, 생산 참여 등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대표단의 이란 방문이 이란의 실체와 새로운 협력 기회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양국 관계의 개선 가능성도 피력했다. 최 차관은 이날 이란 중앙은행 총재도 만나 동결자산의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 "하루빨리 억류 해제되도록 최선의 노력"... 선원들 모두 건강한 듯 

이란이 억류 선박에 대해 환경오염에 의한 기술적인 사안이라며 자국의 사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고집함에 따라 자칫 억류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 동결자금의 새로운 해법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우리 정부의 행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 2013년 8월 13일 인도 국적 유조선 'MT 데슈샨티'호를 한국케미호의 경우와 똑같이 환경오염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나포했다가 23일이 지나 석방한 적이 있다.

재작년 7월 19일에는 영국 유조선 스테나임페로호를 나포했었다. 당시엔 영국 측이 먼저 대시리아 제재 위반 혐의로 이란 유조선을 억류했었고, 두 달도 더 지난 뒤 영국이 해당 유조선을 풀어준 다음에야 풀어줬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파견돼 있는 정부 대표단을 포함해 우리 선박 및 선원의 억류가 하루빨리 해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석방 시기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억류 중인 유조선 '한국케미'호는 현재 반다르아바스항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며 한국 국적 선원 5명을 포함해 선원 20명은 모두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최종건, #이란, #한국케미호, #나포, #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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