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이 열렸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모습(자료사진).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이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이 말은, 국민 모두에게 이미 '상식'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에 이 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법관의 양심 조항"을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과 일본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독일 기본법 제97조는 "법관은 독립해 법률에만 구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대한민국 헌법
ⓒ 화면갈무리

관련사진보기

 
헌법의 '법관 양심 조항'... 일제와 박정희 잔재

한국 헌법에 이 '법관의 양심 조항"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헌 헌법은 제77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립해 심판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의 5·16 쿠데타 뒤 1962년 개정 헌법에서 '양심'이라는 용어가 추가되었고, 이 조항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일본 헌법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일본 헌법 제76조는 "모든 재판관은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그 직권을 행사하며 이 헌법과 법률에만 구속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97조도 초안에는 양심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법관의 양심을 법률과 동위, 또는 상위에 있는 하나의 법원(法源)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삭제되었다.

'양심'을 기반으로 '법률'로부터도 독립한 듯한 판결 사례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은 적지 않다. '유전무죄 무전유죄'현상은 마치 하나의 상식처럼 이미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았고, 재벌이나 고관대작 등 힘 있는 자에게는 '양심'이라는 재량권을 적용해, 법률을 자의적으로 폭넓게 해석해 너그럽게 적용시키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법관이 헌법이 부여한 그 '양심'을 기반으로 해, 결과적으로는 '법률'로부터도 독립하는듯한 모습이다. 독일 헌법에서 법관의 '양심'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던 이유가 되었던 바로 그 우려 때문이다. 그 우려가 한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이 끼친 엄청난 피해가 엄연하게 존재하지만, 정작 어느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직권남용'의 그물은 너무나 성겨서 유명무실할 뿐이다. 이러는 사이, 법원은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사실상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사법농단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관련 기사]
기이했던 '세월호 7시간' 재판, 알고보니 사법농단이었네 http://omn.kr/1r48j
이탄희 "법관 탄핵 추진, 제대로 다뤄 달라" http://omn.kr/1r4co 

법관과 법원, 시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 아냐

법원과 법관은, 시민 위에 별도로 군림하는 천상(天上)의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견제되지 않은 권력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이들이 애용하는 "반성이 없다"는 말에는 이미 아래로 내려다 보는 권위주의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견제장치가 완전하게 결여된 조건에서 오랜 기간 관행화된 기득권과 특권의식이 더해져 보수주의적 의식을 지니게 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또한 법관의 '양심'에만 시민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닐 것이다. 법관은 마땅히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고, 시민들의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법을 왜곡한 관련자들은 '법 왜곡죄'를 제정해 엄벌해야 하고, 엄중한 잘못을 범한 법관은 탄핵돼야 한다.

사법 체계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현재 법원행정처 등 자신들만의 손으로 독점되고 있는 법원 행정사무를 유럽국가의 보편적 방식처럼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사법평의회에 의해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 헌법상 '법관의 양심 조항'은 당연히 폐지돼야 할 것이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