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월급에서 만 원을 못 받은 적이 있다. 내 시간 쪼개서 일하는데 만원 못 받으면 억울한데, 아무렇지 않게 떼 먹었다. 일할 때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데 실수 한번 했다고 사장한테서 있는 욕은 다 먹었다."

"선배 말로는, 유독 여학생한테 외모 지적이 심했다고 한다. 실제 들은 이야기 중에는 '○○인 오늘 립스틱 안 발랐네? 알바비가 너무 적어? 사장님한테 립스틱 좀 사달라고 해' 하는 등의 망언을 손님한테서 들었다고 한다."


고아무개군(고교 3년)과 박아무개양(대학 3년)이 22일 오후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준)와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가 개최한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두 사람 다 아르바이트 청소년이다.

이날 고아무개 군은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전했다. 그는 고깃집과 뷔페, 전단지 배포하는 일을 했다.

고깃집 알바에 대해 그는 "손님들이 내가 어려 보인다고 아무렇지 않게 반말하는 게 조금 속상하고 힘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뷔페 경험에 대해서는 "공장일 하는 친구도 뷔페 알바를 해봤는데 공장 일이 더 편하다고 했다"며 "그만큼 뷔페 알바가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단지 배포의 경우 "출입구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해서 죄책감이 좀 들기도 했다"며 "욕하는 입주민도 있었다. 장당 얼마로 해주는데 일한만큼 안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고군은 "고깃집 알바를 했을 때 사장이 월급날 계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해진 날짜지 주지도 않고, 계속 미루다 몇 번 재촉하면 겨우 입금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고군은 "알바를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청소년도 일하는 노동자로 인정받고 당당하게 일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양은 '임금 꺾기'부터 언급했다. 그는 "약속된 임금에서 사업주 마음대로 갖가지 조건을 달아서 말 그대로 임금을 꺾어서 적게 지급한다"며 "한 친구는 7시간을 휴게시간 없이 일했는데, 사업주가 마음대로 손님이 없어서 잠시 앉아 있었던 30분을 차감하고 알바비를 지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장들은 시간제의 초과근로를 예사로 생각한다.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은 사장들이 너무 많다"며 "마무리 일이 많다는 이유로 10분이나 15분씩 일을 더 시키곤 했지만, 임금은 챙겨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근무에 대한 알바비를 이야기 하면 사장은 '그 몇 분 더 남아 있는 것을 못 참아서 말하느냐. 원해 사회생활이한 그런 거다. 너 말고도 쓸 알바생 많다'며 '못 참겠으면 네가 나가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다"고 덧붙였다.

또 박양은 "어린 나이의 여성일수록 고객에 의한,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과 표정관리, 화장과 복장 강요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그는 "알바 구직사이트에 올라 온 시간이나 시급, 근로시간은 실제와 다른 사례가 많다"고 했다.

박아무개양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 노동은 쉽게 여겨지곤 한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청소년 노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화가 낮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부터 노동자가 스스로 권리의 주체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고, 학교에서 '근로계약서 작성법'과 '임금 체불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는 12월 22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는 12월 22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청소년들, 노동인권 교육 대한 요구 높아"

공선미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김해팀장은 지난 7~11월 사이 중‧고등학생(표본 20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86%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방식은 주로 '외부 특강 형태'(52%)거나 '학교 진로 활동'(31%)이라고 했다.

공 팀장은 "청소년들은 노동인권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고 교육효과에 대한 긍정적 입장이었다", "노동의 권리나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가 대체로 있는 편이나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 팀장은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일하는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청소년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자에서 다양한 노동문제에 놓여 있다"고 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 팀장은 "학교와 가정, 사회가 청소년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하고, 교육이 더욱 확대돼야 하며, 청소년 노동자들을 위한 상감과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송영기 창녕공업고등학교 교장과 문순규 창원시의원, 이승희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장이 참여했다.

태그:#청소년, #노동인권, #정책토론,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