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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 시행을 앞둔 지난 1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 시행을 앞둔 지난 1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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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의 월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임대료멈춤법'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건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인데요. 22일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무시하고 법 체계의 안정성을 흔들면 기업이건 국민이건 정상적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법이길래 이런 지적까지 나왔을까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 발의한 상가임대차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해당 법안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내려지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 임대인이 차임(임대료) 등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집합제한 업종의 경우 차임 등의 2분의 1 이상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임대료를 받지 못한 건물주가 너무 큰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은행 등 여신금융기관이 임대건물에 대한 담보대출의 상환기간을 늘려주거나 이자 상환을 늦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집합금지·제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업종에 대해서도 임대인이 차임 감액청구를 받아들이면 담보대출에 대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죠. 

임대차의 의미 

발의안에서 이 의원 등은 "민법에서 정의한 임대차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는 상가를 사용하고 이에 따라 이익을 얻는 것을 약정하고 그에 대한 차임을 약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집합금지가 내려지면 상가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용할 약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차임을 지급할 약정도 중단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가를 사용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감염병 예방조치에 따른 것이므로 이와 관련한 피해를 임대인과 은행, 정부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 등의 생각입니다. 현재에는 자영업자들의 모든 생계수단이 차단됐음에도 이들에게만 임대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불공평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가임대차 개정안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장 의원 안은 경제사정의 변동이 발생해 임차인의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면 차임 등을 30% 감액하는 법안입니다. 또 매출이 50% 이상 감소하면 임차인이 보증금 감액 없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은 남은 기간에 대한 임대료 등을 요구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용 의원 안에는 국가가 재난 대응조치로 상가건물의 영업중지·제한을 명령한 경우 임대인도 임대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감면하도록 하고, 융자금 상환기한 연기나 이자지원 등 금융지원 혜택과 함께 소득세·법인세 등 세액의 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공공복리 기준, 약자에게 더 가혹"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한파까지 몰려온 가운데 14일 점심식사 시간인데도 서울 종로구 한 음식골목이 몇몇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점심시간 한산한 음식골목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한파까지 몰려온 가운데 14일 점심식사 시간인데도 서울 종로구 한 음식골목이 몇몇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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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같은 법안들이 발의되자 일부에선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격렬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임대인들의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됐죠. 

이에 대해 이동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는 문구 그대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가를 임대해주고 얻는 수익이 재산이라면 장사로 얻는 수익도 재산"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재산권 행사는 '국민의 생명'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임차상인들의 사유재산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며 "이번 논란을 보면서 공공복리에 적합한 기준이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외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요? 우선 미국은 지난 3월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및 경제적 보장법' 제정한 뒤 시행했습니다. 120일 동안 차임 연체를 이유로 강제퇴거와 연체료·위약금·수수료 등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죠. 임대인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압류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건물주가 4~9월 동안 매달 소상공인 임대료를 최소 75% 감면해주면 정부가 그 임대료의 50%를 부담하는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또 호주 연방정부는 지난 3월 상업용 임차인을 위해 6개월 동안 퇴거를 유예하고, 정부가 단기간 개입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상업용 임대규정을 제정하고, 코로나19 관련 법률을 준수해 피해를 입은 임차인에 대해 퇴거, 압류 등 임대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고민에 빠진 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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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뒤늦게나마 보다 직접적인 임대료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1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3차 재난지원금에 임대료의 직접 지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얘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집합금지·제한 업종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을 잘 안다"며 "부담을 덜어드릴 방안이 무엇인지, 현재 관계부처 내 검토되고 있는 피해지원대책과 함께 점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의 실효성을 보강하고 재해·재난 때 임대료 부담을 제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영업이 금지 또는 제한되는 업종의 임대료 지원 등에 대해 당·정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국민께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말까지 '착한 임대인 운동'을 통해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액의 50%를 임대인의 소득세·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임대료 미지급 기간이 늘어나면서 참여율이 저조해지고 있어 이를 보강하는 한편, 정부가 임대료 지원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입니다. 

매출 95% 줄어도 임대료는 그대로
 
22일 두산타워(두타몰) 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3달 뒤인 현재에도 임대료가 종전처럼 청구되고 있음을 털어놨습니다.
 22일 두산타워(두타몰) 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3달 뒤인 현재에도 임대료가 종전처럼 청구되고 있음을 털어놨습니다.
ⓒ 두산타워 상인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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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집합금지 업종의 경우 200만원, 집합제한업종은 150만원, 일반업종은 100만원, 폐업점포의 경우 50만원씩 지원했습니다. 일부에선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당시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지원총액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이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임대료 지원 관련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사이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호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산타워(두타몰) 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3달 뒤인 현재에도 임대료가 종전처럼 청구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대위는 "전년대비 매출이 95% 급감한 두타몰 상인들의 임대료는 단 1%의 삭감도 없이 지금도 청구되고 있다"며 "세입자들의 유일한 법적 권리인 차임감액청구권은 현실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으로 인해 두타몰처럼 하루종일 개시조차 못하는 날이 이어지는 상가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집합금지 등 방역에 대한 고통을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만 전가하고, 국가나 임대인이 수수방관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태그:#코로나, #코로나19, #임대료, #임대료멈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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